김종호 논설고문 남녀 모두 개인 취향에 따른 선택 同類 아니라고 敵으로 모는 야만 국정부터 ‘내 편, 네 편’의 전형 文 측근은 피고인이 피해자 둔갑 검찰 ‘忠犬化’를 개혁으로 위장 비판 보도 막을 언론봉쇄법까지 보편적 상식을 뒤엎는 사회 일각의 ‘막가파’ 행태가 국가 망신까지 자초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막한 2020도쿄올림픽에서 세계 양궁 역사를 새로 쓴 안산(20) 선수에 대한 집단적 비방·공격은 가까운 예다. 그가 숨 막히는 경쟁 끝에 이룬 3관왕은 올림픽 양궁 종목 사상 최초다. 한국 선수로는 하계올림픽 최초이기도 하다. 그런 위업을 쌓은 그가 야만적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지난달 25일 두 번째 금메달을 딴 직후부터다. ‘짧은 머리’인 그의 SNS 게시물에 한 네티즌이 ‘왜 머리를 자르나요?’ 하는 댓글을 달았고, 그가 ‘그게 편하니까요’ 하고 친절하게 답한 것이 시발이었다. ‘웅얼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웅앵웅’, 정자 수에 빗대 아주 많다는 의미인 ‘오조오억’ 등 흔해진 표현을 그가 SNS에서 한 적이 있다는 사실까지 들먹이며 남성 혐오의 ‘극단적 페미니스트’로 낙인 찍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부터 의심하게 하는 행패로, 세계 주요 언론들도 우려했다. 여성 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합리적 페미니즘은 필요한 시대다. 헤어스타일은 남녀 모두 개인 취향에 따른 선택일 뿐이다. 이를 트집 잡아 ‘극단적 페미’로 매도한 것은 동류(同類)가 아니면 적(敵)으로 모는 단세포적 이분법의 천박한 작태다. 그런 일탈의 전형은 문재인 정권이 국정 전방위에 걸친 ‘편 가르기’로도 보여왔다. ‘내 편, 네 편’이 선·악(善惡) 판단의 기준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안산 선수에게 ‘한 사람의 위대한 성취 뒤에는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한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하다’는 SNS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편 가르기 현상을 만연·심화하게 한 책임은 덮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본명은 백재길인 가수 백자를 2018년 초청해 상찬한 것도 그런 예다. ‘왕성하게 민중가수 활동을 한 점’을 치켜세우며, ‘서정적이고 민중적인 감각의 음악을 지속해주기를 바라는 의미’의 백자(白磁) 선물 세트도 줬다. 대법원에서 이적(利敵) 표현물로 지난해 5월 판결한 ‘혁명동지가’도 만든 사람이다. 그는 허황한 소문을 바탕으로, 차기 대선의 국민의힘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을 모욕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올렸다. 문 대통령의 상찬이 그가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는 나이트클럽에서 쥴리로 불리던 접대부 출신’이라는 취지로 조롱하는 ‘인격 살인’ 노래를 만들어 불러 유튜브로 퍼뜨린 힘이 됐을 수 있다. 문 정권은 법치(法治)까지 편 가르기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대법원 판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수행 비서로 활동한 최측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인터넷 여론 조작 공범 혐의에 대해, 친여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 추천으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이동원 대법관 주심의 대법원 2부는 증거를 통해 지난달 21일 소속 대법관 전원일치로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 당선의 정당성까지 흔들렸다. 문 대통령의 자책과 사과는 최소한의 도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대통령은 몰랐을 것”이라고, 그것도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하는 간접화법으로 둘러대고는 끝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판결을 비난하며 김 전 지사를 되레 피해자인 것처럼 감싸는 혹세무민도 서슴지 않았다. 친문(親文) 행태가 두드러져 온 김어준 씨가 유튜브 방송에서, 재판부를 겨냥해 “개놈××들” 운운의 욕설을 내뱉은 것도 그 연장선이다. 검찰의 ‘정권 충견화(忠犬化)’를 ‘개혁’으로 위장(僞裝)한 것도 ‘내 편 무혐의’를 노린 사기꾼 행태다. 문 정권 비리 혐의 보도부터 봉쇄하겠다는 저의가 적나라한 언론중재법·신문법 등의 개악 강행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파괴’를 어이없게도 ‘개혁 입법’으로 참칭한다. 도둑·조폭·협잡꾼 등에게는 수사기관도, 언론도 없어야 좋다. 있더라도 원칙·정도(正道)는 팽개치고, 자신들을 편드는 위장 기관이기를 바란다. 문 정권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안산 선수가 패악 장본인들을 향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데’라고 개탄한 것이 문 정권에도 해당한다는 사실이나마 알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