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 산악인이 인도 히말라야의 차우캄바(Chaukhamba, 해발 고도 7138m) 산 등반에 나섰다가 해발 6096m 지점에서 식량과 텐트, 등반 장비를 모두 협곡 아래로 떨어뜨린 바람에 옴짝달싹 못하다가 이틀 밤을 지샌 뒤에야 구조됐다.
주인공은 영국 베드퍼드셔주 출신의 페이 매너스와 그녀의 등반 파트너인 미국인 미셸 드보락이다. 두 사람은 조난당하자 즉각 구조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수색 및 구조팀들이 처음에는 이들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했다.
매너스는 6일(현지시간) BBC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내려오려고 시도하다 구조대를 만났다며 끔찍했다고 털어놓았다.
매너스는 알피니스트 등반가로 난도가 있는 등반을 전문으로 하며 현재 프랑스 샤모니에 살고 있다. 둘이 조난을 당한 것은 낙석이 배낭들을 옮기던 로프를 잘라내면서였다. 그녀는 "배낭이 산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낙담했다. 그리고 곧바로 어떤 일이 빚어질지 알았다"면서 "우리 안전을 챙길 장비가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텐트도 없었다. 눈을 녹여 물을 만들 스토브도 없었다. 저녁에 추위를 막을 옷들도 없었다.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는 데 필요한 얼음도끼와 크램폰도 없었다. 밤에 움직이는 데 필요한 헤드 토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둘은 긴급 구조를 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고, 곧 수색 및 구조 작전이 시작됐다.
두 여성 산악인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 능선을 바람막이로 쓰며 하나 밖에 없는 침낭을 공유했다. 매너스는 "저체온증을 느꼈다. 늘 떨리고 먹지 못해 내 몸을 따듯하게 데울 에너지가 바닥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튿날 아침 헬리콥터가 떴는데 두 사람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24시간을 더 산에서 버텨야 했다. 매너스는 "우리를 구조하려 했지만 작전을 펴기에 여건이 잔혹하기만 했다. 악천후에다 안개, 높은 고도, 사면이 너무 광대해 우리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 사면을 힘겹게 내려오면서 얼음이 녹는 곳에서 약간의 물을 얻어 병들에 담을 수 있었다. 매너스는 저녁과 두 번째 밤에 폭풍우가 덮치는 속에서 음식도 없고 약간의 물로만 "간신히 살아남았다"면서 "헬리콥터가 또다시 우리를 못 보고 지나가버렸다. 우리는 망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헬리콥터가 우리를 도우러 오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의 힘으로 내려가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둘쨋날 아침에 그들은 조심스럽게 바위가 돌출된 곳을 내려왔는데 힘이 빠진 상태라 실수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순간 두 사람 눈에 프랑스 산악인들이 다가오는 것이 들어왔다. 서로 아는 친구들로부터 상황을 전해 듣고 구조하겠다며 접근한 것이었다. 그들은 장비와 음식, 침낭을 나눠주며 헬리콥터에 접촉해 정확한 구조 위치를 알렸다. 매너스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안이 들어 울먹였다. 그들은 우리가 험준한 빙하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왔다. 크램폰과 얼음도끼를 공유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우리는 얼어 죽었을 지도 모르며 제대로 된 장비가 없다면 우리는 위험으로 미끄러졌을 것"이라면서 "아니면 어쩌면 어쩌면 헬리콥터가 마침내 우리를 발견하긴 했을까?"라고 물었다.
2022년에 매너스는 알프스 몽블랑의 그랑 조라스 남사면을 오르는 팬텀 다이렉트 루트를 완등한 최초의 여성이 됐다. 지난 세월 파키스탄과 그린란드의 봉우리들을 성공적으로 등반했다. 그녀는 여성들이 알피니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취미로서 등반을 찾게 하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매너스는 로프가 잘린 일은 "불운했고 아주 드문" 일이었다며 "우리가 아주 잘해 살아 남았고 우리가 물러났던 방식은 괜찮았다"면서 "탈진했고, 정신적으로 망가져 너무 지쳐 잠도 오지 않는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두 사람은 현지 인도식 음식을 먹고 사랑하는 이들이 기다리는 집에 데려다줄 비행 계획을 잡고 있다고 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영사 조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