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이야기
김 진 양
밴쿠버섬에 살고 있는 큰아들이 일상을 벗어나 마우이섬 바닷가의 조용한 콘도에서 열흘간의 휴가를 잘 마치고 돌아왔다. 그곳에서 지낸 일상을 본인이 촬영 편집한 영상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었다. 몇 주 지난 뒤 주말에 잠시 방문 와서 하루 밤을 함께 지내며 여행 중에 즐거웠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도착 첫날, 숙소 앞 바닷가에서 수영하려고 들어갔는데 물 밑에 어떤 물체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니 디지털시계였다. 얼마 동안 물속에 잠겨 있었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보였다 한다. 그곳에 놀러 와 있는 사람의 물건 임이 분명함으로써 통행인이 볼 수 있을 만한 곳에 놓아두고 매일 점검했으나 찾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어찌 할가 생각하다가 충전해 보고 기능이 살아나면 주인을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으나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여서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려 했다. 이 사실을 마침 소년 아들이 알고는 본인이 가진 시계와 같은 종류임으로 제대로 충전해서 그 기능을 점검하니 비상시 연락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연락을 받은 사람은 시계 주인의 딸이고, 그의 아버지가 여행 중에 잃어버린 시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시계를 모자 안에 풀어 놓고 수영한 뒤에 모자를 챙기면서 시계는 깜빡 잊고 떨어뜨린 모양이라고 한다. 연락해 온 지역이 캘리포니아라고 하니 이 시계가 장거리 여행을 한 셈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비행하여 마우이섬에서 휴가하고 다시 탑승하여 밴쿠버를 거쳐 훼리로 섬에 갔다가 거기서 주인을 찾게 되어 다시보내주었다 하니!
아들이 못한 것을 손자가 해결하여 우편으로 보내주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이만하면 괜찮은 세상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디지털 문화에 뒤처진 내 모습을 돌아보며 미소를 금치 못했다. 아버지의 시계를 찾게 된 딸이 고마워하며 우편요금을 송금하겠다했다는데, 얼마 되지 않은 우편료보다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이 더 기쁘다며 사양했노라고…
이 에피소드를 들은 우리는 가슴 한편이 훈훈해 왔다.
첫댓글 가끔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우리를 흐뭇하게 하네요.
저도 예전에 시계를 잃어버렸다가 찾았어요.
한여름, 무탈하게 잘 지내시죠??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시계를 잃었던 일이 있으셨군요!
소교님도 더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