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 그리고 알고리즘
안영선
숨소리는 중앙 처리 장치를 따라
데이터로 변환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회로와 심장의 경계에 서 있다
숨소리를 업데이트한 프롬프트에
너는 잠시 어리둥절하다
온갖 데이터를 끌어모아
쉴 새 없이 숨소리를 읽어 계산법을 펼치지만
내 심장 박동수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너와 나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너는 폭탄처럼 질문을 쏟아낸다
계산법에 시큰둥한 내 표정을 읽었을까
너는 원하는 답을 주겠다며
집요하게 요구사항을 말한다
그럴 때마다 내 속은 비워지고
심장은 빅데이터에서 뽑아낸 숫자로 채워진다
거울 속에 비친 나는 점점 흐릿하다
우리의 언어는 다르기에
완벽을 향한 갈증으로 아직 목마르다
너의 커서는 점점 선명해지고
나의 그림자는 점점 엷어진다
우리의 알고리즘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MRI 판독記
내 몸의 내면을 들여다 본 적이 있었어
수많은 탐욕이 뼈의 후미진 곳에 더덕더덕 붙어 있더군
엑스레이 예리한 눈도 피한 비밀이었지
척추가 애욕의 촉처럼 기우뚱하게 휘어져 있었어
뭐, 그 정도야
4번과 5번 요추 사이가 발기한 성욕처럼 튀어나왔지
이건, 좀 흥미로운데
담당 의사는 내 몸을 보더니 짜릿한 전율을 느끼더군
그의 관음증이 내 몸의 이면을 훑고 있었지
속내를 드러내는 일은 자위를 들킨 것만큼 부끄러운 일이야
내 몸의 단면이 나이테를 닮았다더군
눈으로 새긴 것들이 차곡차곡 나이테를 채웠을 텐데
그는 발기한 것들을 요추추간판탈출증이라 부르더군
욕망은 잘라낼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내 질곡한 생의 흔적 오롯이 놓치기는 싫었어
더 이상 발기하지 않도록 신경주사를 맞으라 했지
이제 내 척추 일부는 식물인간처럼 살게 될 거야
참, 우습지
벌써 내 사랑도 무뎌지기 시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