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강아지(그림) 김신자 화백 해설

[시몽]

강아지 2006 10 F8 김신자

    강아지    2006  10  F8    김신자  

해설

얼핏보면 그것이 동물인지 아니면 어떤 형상체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비구상화
이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자세히 관찰해보면 영락없는 강아지의 모습이 확연히
 들어나 보인다. 강아지는 말 그대로 어린 개를 뜻한다. 어린 소를 송아지, 어린 
말을 망아지, 어린 돼지를 애저(兒猪)라고 부른다.사람도 어릴때는 누구나 천사가 
된다. 오직 배고프면 울고 배부르면 웃는 어린아이의 천진한 마음속에 불순한 욕망이 
깃들 수가 없다. 짐승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맹수도 어릴때는 사납지가 않다. 어린 호랑이가 사람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그것이 과연 맹수가 될런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어리다는 것은 귀엽다는 것과 
동일하고 귀엽다는 것은 사랑의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강아지나 송아지를 육식(肉食)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절대로 귀엽거나 사랑스럽지가 
않을 것이다.동물, 특히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은 악할 수가 없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육식을 즐겨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함께 존재하는 세상에 
인간이 뭐가 잘났기에 함부로 동물을 살상하고 그것이 큰 보약이나 되듯이 아귀처럼 
먹어대는 그 입에서 지옥의 동굴이 보이는 것은 자비가 중심이 되는 불교에서 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느 호텔의 부페식당에서 본 애저의 튀겨놓은 형상을 보고서 식욕이 돋구어지기는 
커녕 한참동안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모든 짐승의 어린 것은 그 자체로서 귀한 탄생이 아닐 수 없다.
강아지를 그리는 화가,김신자 화백은 분명 천사의 마음을 갖고 강아지를 그렸으리라 
믿는다.적어도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예쁜 강아지의 형상과 대화를 나누고 화필 잡은 
다른 손으로 강아지의 머리를 어루만졌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생명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예술(藝述)이라 칭하는 형상화되는 작업을 할 수 
있고 거기에 사랑이 묻어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 그 사랑을 전할 수가 있다.
일찍이 미국의 작가이면서 대학교수인 헨리 데이빗 소로는 1845년에 모든 직업을 놔두고
 숲으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기거를 했다.그곳에서 그는 윌든이란 여행기이면서 삶의
 체험기를 썼다.사람이 살아간다는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있다.부귀와 
공명을 향유하는 사람은 더욱많은 상대를 해치면서 살고 있고 우리 역시 알게 모르게 
무수한 생명을 해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발에 밟히는 눈에 뜨이지 않는 생물들,그리고 
입으로 들어오는 많은 희생동물의 육신들, 이것들을 최소한도로 줄이면서 사는 방법이 
숲으로 들어가 오두막집을 짓고 초식을 하면서 사는 방법을 데이빗 소로는 윌든이란 
작품에 기록한 것이다.
 김신자 화백의 강아지는 어쩌면 이런 소로의 생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결코 허언(虛言)만은 아닐 것이다.
 동심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결코 그릴 수 없는 강아지의 그림은 그래서 그 작품이 살아
있는 것이다.작가가 부여한 강아지의 생명속에 작가가 갖는 또다른 사랑이 깃들어있는 
이 그림,오래동안 기억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