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저와 함께 free English talking을 하는 회원 한 분이 불면증 등 건강 문제로 매주 사암당 한의원에 다닌다고 했어요.
우리 나이쯤 되면 너나없이 불면증은 있는 터라, 효과가 있느냐고 했더니, "글쎄. 뭐 특별히 있다기보다, 진료비가 1800원으로 저렴해서 습관적으로 다니고 있어요" 하더라고요. 한의원에서는 보약이니 뭐니 하면서 진료비 플러스 비용을 요구하는데, 그런 일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
저는 서양의학을 하는 개인병원, 종합병원을 거의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의원은 수십년 전에 한 두 어 번 가봤을까 매우 낯설지만, 지난 번 실신하기도 했고,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슬슬 익숙해져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예약을 잡았어요.
이 사암당이란 한의원은 초진 예약 잡기만도 최소한 2개월이 걸린다네요. 예약날짜가 지난 해 11월 27알 경쯤 되었을 텐데, 그나마 깜빡 잊고 가지 않았어요. 이곳은 환자들이 넘쳐나서 그런지, 따로 알려주지 않고, 환자 스스로 기억했다가 찾아가야 합니다.
며칠 후에 갔더니, 다시 예약 날짜를 잡아야 한다면서, 제일 빠른 날짜를 잡아준 게 해를 넘기고 2026년 1월 5일 아침 9시였어요.
아침에 내 병력을 A4용지 하나에 적느라고 5분 늦은 9시 5분에 도착했더니, 웬 걸, 원장님이 벌써 치료를 시작해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네요. 그래서 꼼짝없이 10시가 되어서야 외래 상담에 준하는 면담을 한의사와 했어요. 그때까지 기다리면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어요.
환자들은 많은 의자가 모자랄 정도로 꾸역꾸역 몰려들어 수백명은 되는 듯 싶었는데, 1층과 2층에 8개의 치료실이 있었고 각 방에 약 20명이 맨발로 앉아들 있었어요. 이 한의원은 누워 치료를 받는 게 아니라, 그렇게 앉아 침을 맞는데요.
8개의 방을 맡은 한의원은 모두 원장이라고 불리는 모양인데, 저를 맞은 한의원은 30대로 보이는 인상 좋은 의사였어요.
그 흔한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않고, '송경님'이라고 부르니까 한결 듣기 좋더라고요. 제가 작성해간 A4용지를 미리 읽었던 모양으로, 사용한 용어가 의학계에 종사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든다면서 묻기에 저도 솔직히 제 경력을 아주 간단히 언급했지요.
그랬는데, 그의 소견으로는 제 증상인 빈맥은 심장이 문제가 아니라, 아랫배가 차고,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 그런 거래요.
믿거나 말거나. 일단 그는 저를 담당한 의사로써 하는 말이니, 믿고 치료를 받아야 하겠거니, 다시 11시 집단 치료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에 읽을 거리를 가져온 것도 아니고, 꼬박 2시간을 기다리려니, 급한 성격에 '이러다 아프지 않은 사람도 병이 나겠다.'는 짜증이 스물스물 났어요.
11시 15분이 지나서야 제가 배정된 서너 평 남짓한 방에는 21명의 환자가 발을 벗고 앉았고, 그 한의사가 나타나 간단한 근황들을 묻고, 한사람씩 침을 놓기 시작했어요. 제 왼쪽 발과 손에도 모두 5개 정도의 침이 따끔하게 꽂혔어요. 그렇게 쭉 둘러가면서, 21명의 환자에게 침을 놓고는 다시 한바퀴 돌아 꽂혔던 침을 빼고 다시 7개 정도의 침이 발과 손의 다른 부위에 꽂혀습니다. 그 과정이 35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 한의사는 나가고 훨씬 젊어 보이는 조수 한의사(?)가 나타나 마지막에 꽂은 침을 뽑기 시작했어요. 저는 세 번째로 침을 맞은 사람이라 일행 중에서는 비교적 일찍 진료를 마친 사람 측에 속하지요.
접수대에 갔더니, 초진이라 4800원이고 다음 부턴 1800원씩 낸다네요. 진료 예약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해줄 수 있는데, 가장 빠른 시간은 목요일 저녁 4시래요. 오늘이 월요일이니 3일 후죠. 아까 진료를 받으면서, 원장은 제가 당분간 매일 와서 침을 맞아야 한다던데요 했더니, 그럼 당일 와서 접수계에 따로 진료 시간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매일 받아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방학 중이라 시간을 내면 낼 수도 있을 것 같고, 처음부터 빗나가 내멋대로 하기는 뭣하고, 차차 생각해보면서, 정해야 할 것 같아요.
집에 와서, 마침 가지고 있던 찜질 백을 전자레인지에 2분 데워, 지난 번 허리 다쳤을 때 병원에서 줬던 허리 감기로 허리에 감아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줬습니다. 참 내가 별 짓을 다하는 건지...아니면 이제쯤 내 몸을 아기 다루듯 이말 저말 들으며 보살펴야 하는 건지...에라....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