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0월 13일, 필리핀 중부 비사야 지방 두마게테 시티 아포섬 동남쪽. 오전 10시 30 분 수심 35 미터. 시야는 좋았다. 조류는 약간 있었고 중성 부력을 맞추고 조류를 따라 흘렀다. 형형 색색의 열대어가 마치 수족관의 고기 처럼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가끔 바위 틈에서 곰치가 그 흉악한 이빨을 드러내 있었다.상승을 하자, 열대 특유의 강열한 태양 빛이 우리들을 비추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섬의 야자나무 사이에는 흔들 침대에 소년이 자고 있었다.옆에는 원두막 같은 원주민들의 주택과 그 밑에는 닭과 개와 돼지가 먹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소년은 부시시 일어 나 자신의 작은 방카보트를 손으로 저어 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머리에 수경을 쓰고, 시야가 얼마나 좋은 지 수경 쓴 머리를 물 속에 처박고 미끼도 끼지 않은 낚시로 고기를 잡았다. 순식간에 고기를 몇 마리 잡아 집으로 돌아 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야자나무 숯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때 늦은 아침인지 이른 점심인지, 주위는 야자 숯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가 자욱했다. 마치 야영을 온 팔자 좋은 가족 처럼 그들은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그들이 버린 고기 뼈다귀를 먹으러 가축들이 무리를 지어 달겨 들었다.
내 나이 30 대 시절. 타락한 자본주의자였다. 경기가 좋았던 90 년대 초 중반, 한국에서 돈을 끌어 모아 그 돈으로 전 세계 다이빙 포인트로 놀러 다녔다. 급기야는 필리핀에서, 필리핀에서 유명한 맥주 회사 이사의 수백개 별장 중에 하나를 이십년 간 장기 임대하여 스쿠 바 리조트를 만들었다. 두마게테. 인구 5 만의 비사야 지방의 대표 도시. 필피핀 제 2의 도시 세부섬과 마주하고 있었고, 주변에 아포섬을 비롯하여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가 많았다.
우리는 열대의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곳에서 아포섬 소년의 나른한 일상을 보았다.
그 시절, 무심하게 흘러 보냈던 그 광경이 지금 눈에 선하다.
관광객으로 들끓었던 마닐라. 차를 세우면 돈을 구걸하는 거지들이 득실거렸다.마비니 거리에는 몸을 파는 여학생들과 노천 카페에는 그들을 소개하는 마담 뚜들이 우리들의 눈치를 보았다. 원화는 그들의 페소 앞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나는 거기서 또 다른 소년을 보았다.아포섬의 소년과 비슷한 또래의 나이. 씻지 않아 까맣게 땟국물 자욱의 맨발과 얼굴.구걸하는 애처로운 눈빛. 아포섬의 소년과 많이 비교가 되었다.
소년은 필리핀 어느 섬에서 수도 마닐라로 돈을 벌러 왔을 것이다. 고향을 떠난 것은, 돈을 벌어 학교에 가고 옆 동네 어떤 형 처럼 마닐라에서 성공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섬의 나른한 일상에 소년은 지쳤을 것이다. 마닐라는 소년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마닐라에서 구걸을 하는 거지가 되고 말 뿐이었다.
아포섬의 나른한 일상은 지금 생각 해 보면, 천국이었다. 게을러도 먹고 살 수 있었다.
시간은 남아 돌았다 .가족은 늘 옆에 있었다. 가축들도 한 가족이었다. 고기도 먹을 만큼만 잡으면 그만이었다.어쩌다 먹고 남은 고기는 말려 두었다. 장이 열리는 두마게테로 가서 쌀이나 옷으로 바꾸면 되었다. 가축들에게는 따로 먹이를 줄 필요도 없었다. 소박한 시장을 통한 물물교환에는 조금 의지하고 있었으나, 완벽한 자급자족 공동체였다.
자연과 인간과 동물이 하나가 되는, 어느 누구도 지배를 하지 않는, 그래서 평화로운 에코 아나키 사회였다. 나른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돈이 없었다. 가난했다. 그렇지만 행복했다.
소년이 동경했던 마닐라는 富가 넘치고 있었다.부를 찾아 마닐라로 간 소년은 더욱 가난해졌다. 그래서 불행했다. 아포섬의 행복했던 소년이 불행해 진 이유는 富 때문이었다. 부는 온갖 것들을 착취하고 파괴하고 얻어진 이윤이었다.그것은 태생 부터가 불손하고 파괴적 이었다.
자본의 사회에서 부가 온전히 분배된다는 생각은 기우였다. 부를 차지하기 위한 성장의 경제는 온갖 사회 악을 생산할 뿐이다. 자연을 파괴하여 아포섬의 나른한 일상을 방해 할 뿐이다. 자본의 사회에서 부자들의 부를 세금으로 빼앗아서 나눈다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 사회의 부 역시 어디선가 착취한 것이고, 그것은 복지라는 이름의 일시적인 것 일 뿐이다. 그것은 헤게모니를 차지 하기 위한 기득권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복지라는 이름의 악어의 눈물일 뿐이다. 헤게모니를 차지 하기 위한 좌파와 우파의 세력 싸움. 노동조합의 파업과 투쟁그 모든 것은 부를 차지 하기 위한 부질없는 짓이다. 추악한 욕망 덩어리 부는, 지구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암 덩어리다.
우리는 아포섬 소년의 나른한 일상을 위하여 싸워야 한다. 부를 통한 평등이 아닌, 가난한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 그 평등에는 자연도 함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 사회의 평등과 함께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지 않는 완벽한 지구 공동체가 실현되는 길이다.
아포섬 소년의 맑은 눈망울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