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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되세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
"아저씨."
툭 내뱉은 식상한 명칭에 뒤돌아보는 남자.
쉽게 소화해낼 수 없는 네이비색 수트와 백발이 섞인 머리칼과 윤기나는 구리빛 피부가 눈에 띈다.
속쌍커풀이 진 얄쌍한 눈매, 날렵한 콧날, 적당히 두툼한 입술은 남자의 인상을 돋보이게 했다.
보기 드문 핸섬한 아저씨네.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불러놓은 내가 아무말도 않고 멍청히 있자 남자는 이내 내쪽으로 몸을 틀었다.
"뭐야."
그리고 퉁명스레 입을 뗀다.
그제서야 나는 아차하고 베시시 웃어보였다.
남자는 표정없는 얼굴로 가만히 내 얼굴을 응시했고 나는 애교넣은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잘곳이 없어서 그러는데 하루만 재워주시면 안돼요?"
매혹적인 몸짓으로 자연스레 팔짱을 껴오는 나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남자.
이 정도면 보통 아저씨들은 껌뻑껌뻑 넘어오는 데, 어째 좀 반응이 이상하다.
"잘 곳이 필요하다고?"
계속되는 침묵으로 무안함에 팔짱을 낀 손을 풀려던 찰나, 남자가 물었다.
그럼 그렇지.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여보였다.
남자는 손에 쥐고있던 자동차 리모콘키로 바로 앞에 있는 고급스런 자동차의 문을 열었고,
능숙하게 운전석에 올라타며 말했다.
"타."
오늘은 정말 한건 잡은 것 같다.
나는 냉큼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안전벨트."
남자의 매끄러운 손가락이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톡톡 친다.
당연히 매는 법은 알지만,
"아저씨가 매주세요."
나는 괜스레 애교를 부렸다.
남자는 순순히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순간 지나쳐 간 은은한 향수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어딘가 낯익은 냄새다. 후각이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는,그리움이 있는 냄새다.
어떤 향수를 쓰는 걸까. 나는 괜히 콧등을 씰룩거렸다.
부드러운 엔진소리와 함께 매끄럽게 움직이는 자동차.
나는 자동차에 대해서 눈곱만큼도 모르지만,
경험에 빗대어 생각해보자면 이 차는 틀림없이 어마어마한 가격의 외제차 일 것이다.
겉보기에도 안 좋아보이는 차 일수록 탓을 때 덜컹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의 사냥감은 몰고다니는 차도, 외모면에서도 우수하다.
오늘밤은 좀 짭짤하게 요구해야지.
나는 이 일이 좋다.
돈 많고 영계 밝히는 머리 빈 아저씨들에게 살랑살랑 꼬리를 치면
매일 맛있는 식사와 따뜻한 잠자리를 구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일주일은 먹고 살 돈도 받을 수 있다.
그저 남은 것이라고는 하나뿐인 몸뚱아리만 제공해주면
거침없이 지갑을 열어제끼는 아저씨들은 최고의 사냥감이다.
그런데 오늘 이 아저씨는 다른 것 같다.
다른 아저씨들 같았으면 귀찮으리 만큼 이것저것 캐물었을 텐데,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안 하고 운전에만 몰입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아저씨의 잘빠진 옆모습만 죽창 감상하고 있는 중이다.
생긴걸로만 봐서는 삼십대 초 중반일 것 같은데,
군데군데 보이는 흰 머리칼이 나이를 쉽게 짐작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아저씨, 몇 살이에요?"
결국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궁금증을 입 밖에 냈다.
"알아서 뭐하게."
아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
"그냥 궁금해서요. 안돼요?"
"45."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히익! 말도 안돼, 거짓말!"
나는 노골스럽게 기겁했다.
"믿는 건 니 마음이야."
"엄청 동안이시네요. 어떻게 주름살 하나 없냐, 관리 되게 잘하셨나부다."
"...."
"제 나이는 안 궁금하세요?"
"자꾸 쫑알대면 쫓아내버린다."
"에이,그래도 하룻밤 같이 보낼 사인데 나이정도는 알아둬야죠~ 전 낭랑 18세에요."
오직 묵념하는 아저씨의 눈썹이 불만스럽게 꿈틀꿈틀 거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질문공세를 이어나갔다.
"아저씨, 결혼은 했어요? 애는 있어요?"
"...."
"얘기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그래. 그러니까 말 걸지마. 버리고 가는 수가 있어."
기다렸다는 듯 아저씨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엄청 성가시다는 표정을 얼굴에 팍팍 드러내고서, 시선은 여전히 앞으로만 고정.
아저씨, 지금 나랑 자고싶어서 데려가는 거 아니에요?
하마터면 이렇게 물어볼 뻔했다.
"치, 그럼요. 그냥 제가 하는 말이라도 들어주시면 안돼요? 전 수다쟁이거든요. 말을 안하면 입이 근질거려서."
결국 내가 툴툴거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버린 건 거짓말이였다.
나는 수다쟁이가 아니다. 필요할 때만 말을 찾는 과묵한 편에 속한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만난지 삼십분도 채 안된 이 낯선 중년의 남자와의 대화를 끊고 싶지 않았다.
"..성가신 걸 주웠군."
잠깐의 공백 후, 콧등을 살짝 찡그린 그가 그랬다.
어쩐지 여운을 남기는 목소리가 허공으로 사라져 갈 때, 미묘한 가슴떨림이 느껴졌다.
나는 묘한 기분으로 앞뒤가 안맞는 이상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조차도 내 입에서 흘러가고 있는 말들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아저씨는 묵묵히 이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마땅한 확신은 없었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그래서 편했다.
그래, 이런느낌 왠지 처음인듯 오랜만이다.
...........
...................
그렇게 얼마간 원없이 떠들었을까,
긴 드라이브와 수다에 지쳐버린 나는 어느새 잠들어 버렸었나보다.
"이봐, 일어나. 차 안에서 자고싶어?"
흐릿한 의식 속에서 헤매는 나에게 접근하는 은은한 향기와 또렷한 발음의 낮은 목소리.
눈이 번쩍 뜨였다. 그새 익숙해진 아저씨의 얼굴이 바로 시야에 들어온다.
엔진이 꺼진 자동차 안은 고요했다. 이상하게 안심이 되서 나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여기 어디에요?"
"내 집."
그가 단답형으로 말하고 자동차에서 내렸다.
...집?
놀란마음에 차창 밖으로 확인해 본 바깥풍경은 분명히 고급 오피스텔들이 늘비해있었다.
'집' 이였다. 당연하게 생각한 목적지인 모텔,여관 따위가 아닌 정말 그의 집이였다.
-턱.
벙쪄있던 나는 어느새 내 쪽의 차문을 열어제낀 아저씨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는 눈빛으로 내리라고 말했다. 아직 당황스러움은 가시지 않았지만 일단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린공기가 피부에 밀착해왔다.
반사적으로 온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머리는 맑아졌다.
이미 저만치 앞서 걸어가고 있는 그를 얼른 뒤따라갔다.
빽빽히 늘어져있는 오피스텔 중 한 곳에 멈춰선 그가 열쇠로 보이는 카드로 출입문을 열고 있었다.
"아저씨."
나는 다소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출입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아저씨가 무심한 눈으로 나를 본다.
"아저씨 혼자 살아요?"
"아니."
미치도록 태평스런 한마디.
"호..혼자 사는게 아니라구요? 누가 있다구요?"
"너 또래의 아들 하나 있어. 왜."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100톤은 되는 쇠망치로 순식간에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것 같다.
그대로 얼어서 꼼짝달싹 못하는 나를 보고 그가 다시 입을 뗏다.
"걱정마. 방은 남아도니까 너 잘 곳은 얼마든지 있어."
그는 아마 나를 안심시키려고 던진 말이였겠지만, 그의 말은 나를 더 깊은 패닉 속으로 밀어내버리고 말았다.
아, 그래. 나도 아저씨도 서로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잘곳이 없어서 그러는데 하루만 재워주시면 안돼요?'
내가 처음에 내뱉었던 이 한마디에,
아저씨는 정말 나를 재워주려던 모양이였다.
결국,
"..동정이였어요?"
"춥다. 들어와."
그는 동문서답을 던지며 내 팔목을 덥썩 잡았다.
향기가..시린 밤공기에 옮겨버린 차가운 향기가 치닫는다.
감각이 무뎌진 몸이, 거칠지는 않지만 강한 그의 힘에 이끌려가고,
결국 나는 얼떨결에 오피스텔 안으로 발을 들이고 말았다.
자동인 출입문이 스르륵 닫혀버리자 실내의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그제야 나는 움찔거리며 아직도 내 팔목을 붙들고 있는 그를 느꼈다.
순간, 아저씨가 언급했던 그의 내 또래급 아들이 머릿속을 확 헤집어놨다.
이게 아닌데, 이대로 끌려가면 나는 뭐가 되는거야!!
"아저..씨..아저씨! 잠깐만요!!"
나는 다급하게 그를 불러세웠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버튼을 향했던 그의 손가락이 주춤했다.
그의 다갈색 눈동자가 이쪽으로 옮겨진다. 나는 망설임에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움직였다.
"..저 그냥 갈래요."
"왜."
"...."
"이대로 나가면 너 얼어죽는다."
나를 설득하려면 오랜시간이 걸릴 거라는 걸 예상한걸까.
아저씨는 피곤한 표정으로 양손을 삐딱히 바지주머니에 찔러넣었고,
내 반응을 기다리려는 듯 뚫어져라 나를 일시했다.
이번에는 내가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주춤주춤 말했다.
"..아저씨는 좋은사람이잖아요. 제가 원하는 건 나쁜사람이에요."
"하, 내가?"
내 말이 떨어지자 마자 기가 찬 웃음소리를 내며 그가 그런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걸렸다. 한결 부드러워진 눈매가 따뜻해보였다.
"그럼 니가 원하는 나쁜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그가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 순간부터 내 눈동자는 그의 붉은입술을 잡아냈고, 나는 시선을 따라 그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레 손가락이 그의 얼굴을 붙잡는다. 어느새 입술과 입술은 맞닿아있었다.
달았다. 그의 입술은 달다. 각설탕 하나를 입 속에 머금은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정말로 빠져들 것 같아서 얼른 입술을 떼었다.
입술에 묘한 떨림이 일었다. 그는 나에게 키를 맞추느라 엉거주춤해진 자세 그대로였다.
표정은 얼음이다.
"이런거요."
나는 능청스레 웃어보였다.
그는 반쯤 감긴눈으로 나와 이내 내 뒤쪽에 있는 무언가를 번갈아 보고있던 중이였다.
그때서야 나는 상황이 뭔가 예사롭지 않음을 깨닫고, 얼른 몸을 뒤로 틀었고.
출입문 옆 작은 계단에 음침히 걸터앉아있는 남자가 한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일어서더니 완전히 구겨진 얼굴 위로 억지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
키는 멀대같이 큰 것 같지만 앳되보이는 인상이 꼭 내 또래정도 되보이는...
내 또래..?
뭔가 머릿속에 불현듯 스치는 게 거슬리던 그 때,
"하도영."
내 뒤에 있는 아저씨가 낮게 누군가의 이름을 읊조렸다.
"어."
계단 위의 남자가 반응하는 걸 보니,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다.
이럴 때만 잘돌아가는 머리가 내린 결정은 말이다.
저 '하도영'이라고 불리워진 남자가 바로 아저씨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들이라는 놈한테 난처한 장면을 들켜버린 우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이 상황은,
최.악.이.다.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버릴 것 같은 나와는 달리,
아저씨는 여유롭게 내 손목을 잡아 나를 이끌어 자기 뒤로 숨겼고.
"너 또 담배사러 나가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였다.
그의 아들놈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픽 웃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피지 말랬잖아."
뭐지, 아저씨. 저 뻔뻔스러울 정도의 당당함은.
우리 지금 도망쳐도 시원치않을 상황이라구요!!
나는 나름대로의 신호로 내 손을 꾸욱 잡고 있는 아저씨의 손을 마구 흔들었지만, 아저씨는 철저하게 무시했다.
결국 이 숨막히는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건 나뿐인 것 같았다.
아들놈이 건방진 눈으로 건성스레 나를 훑는다.
아, 그래. 저 눈.아저씨랑 닮았다. 똑같은 다갈색 눈동자에 매서운 눈매.
그래서 더 떨리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온 힘을 다해 아저씨의 손에 의지하고 있다.
잔뜩 주눅이 든 내 모습에 녀석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간다.
"아빠 취향이 이런 영계일 줄은 몰랐네. 말하지 그랬어.
내 친구들 중에 이런 젖비린내 나는 꼬마 말고 쭉쭉빵빵인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젖비린내 나는 꼬마?!
그 말에 또 발끈해버렸지만 나는 금새 또 움츠러들었다.
여전히 내 손을 잡고있는 아저씨의 손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틀어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이번에는 정확히 엘리베이터 버튼을 부른 그가 나지막이 말한다.
"하도영. 일단 들어가. 춥다. 얘 감기든다."
"아, 존나 웃겨서 원."
하도영.
그래, 하도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순순히 계단에서 걸어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동시에 내 옆에 서있기도한 녀석은 나를 뚫을 기세로 무시무시하게 야렸고,
나도 무슨 깡이 나왔는지 똑같은 기세로 녀석과 마주했다. 그 대립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난 후에도 계속됐다.
아마, 내 손을 계속 든든히 잡아주고 있는 아저씨 덕분인 것 같다.
-딩동.
-13층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단조로운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함께, 의미없는 눈싸움은 끝이났다.
녀석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나는 작은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 앞에 버티고 서있는 거대한 현관문이 그런 내 기분을 깨버리고 말았다.
정말, 이 멤버로 이 집에 들어서도 될까.
내 난처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저씨는 천연덕스럽게 문을 열고있었다.
눈살을 한껏 찌푸린 하도영이 불만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집에 들일거야?"
"그래."
"재혼 하기 전에 실컷 즐겨두시려고?"
'재혼'이라는 단어에 그가 주춤한다.
나도 주춤한다.
분명히 나랑은 상관없을 일일텐데.
왜 심장이 밑으로 곤두박질 치는 느낌이 나는 걸까.
텅 빈 가슴이 허무하다. 뭘까. 이 공허함은. 이 서운함은.
"입 다물어.그런 거 아니야. 잠자리만 제공해 주려는 것 뿐이야."
"잠자리 제공? 우리 집이 여관이냐? 그리고, 잠자리만 제공해주려는 거라면 키스는 왜 했는데?"
"하도영. 자꾸 나불댈래."
처음으로 감정이 들어간 아저씨의 목소리.
거짓말처럼 하도영의 입술이 닫힌다.
순간 멍해진 나는 그대로 아저씨에게 끌려갔고, 결국 그 집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들어서자마자 반짝 불이 켜지는 신발장.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도영은 성난 표정으로 아마 녀석의 것일 방에 들어가 감정실어 문을 쾅 닫아버렸다.
이해가 갔다.
아빠라는 사람이 대뜸 어떤 거지같은 여자애를 주워와서는 재워주려고 데려왔다는 말을 늘어놓으면,
세상 어떤 자식이 '아, 그렇군요.' 하고 이해를 해주겠는가.
나도 결코 떳떳하지 못한 입장인데도. ..아까의 눈싸움이 내심 미안해져왔다.
"신경쓰지마. 치킨 한조각이면 괜찮아져."
풀이 죽어있는 내 어깨를 툭 치며 아저씨가 말했다.
치킨 한조각. ..치킨을 좋아하나 보구나.
피식. 허탈한 웃음이 흐른다.
그러다가,
"아저씨..결혼해요?"
엉뚱하게도.
나는 아까부터 속을 간지럽히고 있던 그것을 입 밖에 내고 말았다.
그는 무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구나.. 그럼.. 나랑 못 자겠구나."
이제는 돌리지 않고 대담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그의 눈동자가 굳는다.
나는 방긋 웃었다. 억지로. 그의 눈에는 그런 내가 보일 지도 모른다.
"원래 내 의도가 그거였거든요. 제가 살아가는 방식은요,
길가는 아저씨들 붙잡고 유혹해서 밥도 얻어먹고 몸 팔아서 잠자리랑 돈도 얻고 그러는 거거든요."
"..언제부터 그랬지?"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이년 전부터요. 아빠는 사업부도나서 한강에 투신했구요. 엄마도 술에 쩔여 살다가 목매달아 죽었어요.
집은 이미 다른사람 손에 넘어갔더라구요. 친척들은 나몰라라해서 그냥 무작정 거리로 나왔어요.
거리에서 먹고 살만한 방법은 이런 거 밖에 없더라구요."
오랜만에 밝혀보는 과거.
최대한 태평스럽게 보이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말았다.
시큼한 콧등,따끔거려오는 눈시울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시야는 뿌옇게 흐려져있는 상태였다.
나는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던 가면을 벗어버리고 울어버렸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특히 사냥감으로 점찍은 아저씨들 앞에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더 이상 아저씨는 나에게 낯선 사람도 사냥감도 아니였다.
그래서 위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체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짖굿게도 더욱 부드럽게 내 머리를 토닥여주며 말했다.
"일단 목욕부터 해. 따뜻한 물을 받아놓을게. 욕조에 몸을 담그면 한결 기분이 괜찮아질거야."
잘해주지 마요.
나는 욕실로 향하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마음 속으로 속삭였다.
차마 말로는 할 수 없었다. 못된미련 때문이겠지.
숨겨뒀던 양심이 고개를 든다.
재혼을 앞에 둔 아저씨. 아직까지 반항기가 가시지 않아보이는 아들.
이 집의 작은 평화를 위해서는. 이쯤에서 내가 사라져줘야겠지.
오랫동안 묵혀놨던 눈물이 멈출 기미를 안 보여,
나는 손등으로 게걸스레 눈물을 훔치며 진정하려고 애썻다.
하지만, 아저씨의 냄새가 가득 배인 이 집 안에서는 잘 안된다. 감정컨트롤이 안된다.
참을 수 없는 안타까움이 눈물이 되어 마구 흘러내린다.
-쏴아아아...
욕조에 물 받는 소리가 요란스레 들려왔다.
욕실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나는 살그머니 욕실로 다가섰다.
풍채좋은 그의 뒷모습이 보인다.
하얀 김이 풀풀 날리는 뜨거운 물을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 상태에서 말했다.
"이름이 뭐지?"
욕실이라 목소리가 울린다.
더 묘하게 귓가에 달라붙는 그 특유의 목소리.
"..은아. 김은아요."
나는 흐느낌으로 격해진 목소리를 억누르며 겨우겨우 말했다.
"..김은아."
그러자 그가 나지막이 나를 부른다.
불렀다라기 보다는 그냥 읊조린 것 같았다.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가라앉아있던 심장이 다시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였다.
하지만 여기서 끊어야한다. 그게 나를 위한. 또 그를 위한 길이다.
나에게 임시로 입힐 옷을 찾아봐야겠다며 그가 굽혔던 무릎을 일으켰다.
거의 5~60평은 되보이는 거대한 집 안을 휘기적휘기적 걸어다니며 그는 어느 방으로 사라졌고,
나는 잠시 물이 차오르고 있는 욕조를 보다가 이내 빳빳한 발을 옮겼다.
밖은 당연히 춥겠지.
거의 걸레조각이나 다름없는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옷고르느라 정신없을 그를 등진 채 얼른 현관문을 열었다.
다행히 문여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벌써부터 찬공기가 나를 엄습한다.
괜찮아. 추위같은 건 익숙하잖아.
꽁꽁 막혀버린 코를 훌쩍이며 나는 용감히 밖으로 몸을 던진다.
괜한 미련 남지 않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뛰었다.
금방 숨이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만큼 미련의 크기는 컷다.
....
이제 한계다, 싶을 정도였을 때 나는 멈춰섰다.
낯설기만 한 거리.
깊은밤이라 불이 다 꺼진 상점들 가운데, 유일하게 환한 편의점 앞으로 본능적으로 몸이 갔다.
칼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파라솔 밑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엉덩이가 미치도록 시려워서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덜덜덜 떨던 중,
나는 의자에서 튕기듯 일어나 근처에 있던 골목길로 몸을 숨길 수 밖에 없었다.
미치도록 찬 의자 때문이 아니였다.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던 하.도.영 놈이 훤칠한 긴다리를 내세우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녀석은 담배를 사러 몰래 빠져나왔으리라.
아까 오피스텔 안에서 아저씨와 녀석이 주고받던 대화가 떠올랐다.
어쨌든 녀석은 예상처럼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고,
어쩐지 지금 내가 몸을 숨기고 있는 이 골목길은 영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얼른 빠져나오려던 순간.
"아가씨. 이 늦은 밤에 왜 혼자야?"
"오빠들이 놀아줄까?"
저 식상한 대사.
결국에는 걸려들고 말았다. 늦은 밤 흔히 터지는 거지같은 상황에.
딱 봐도 동네에서 침이나 뱉고 껌 좀 씹는 하급건달들 같았다.
이런 건 많이 겪어봐서 당황스럽지도 않다. 잘 넘어가는 방법을 안다.
나는 태연하게 대응했다.
"아니요. 지금 남자친구 기다리고 있거든요."
두 건달놈들의 표정이 혹한다.
그래, 빨리빨리 꺼져주라. 하도영이 나오기 전에 얼른 피해야 된단 말이야.
두 건달놈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로 눈을 맞추더니 이내 능글맞게 웃으며 이런다.
"남자친구? 그럼 그 새끼 올 동안 놀아줄게. 춥잖아."
...이번 놈들은 끈덕지네. 대부분 작업건달들은 이거에 떨어져나가던데.
"금방 온다고 그랬거든요."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편의점 쪽을 쳐다봤다.
이런, 담배를 산 하도영이 편의점 문을 열고 나온다. 엿됐다.
아니, 오히려 잘될 일인지도 모른다.
녀석한테 내가 그 집에서 나온 걸 들켜봤자, 저 녀석은 어짜피 내가 나가길 바랬을 것이고.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저 녀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쪼르르 달려나가 그새 담배 한개피를 문 녀석에게 무작위로 안겨들었다.
라이터를 꺼내들던 녀석의 동작이 멈추고 '이 미친년은 뭐야' 하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이내 내 얼굴을 확인한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자기야~ 왜 이렇게 늦었어. 나 얼어죽을뻔 했잖아."
녀석의 팔짱을 끼며, 내가 얼른 선수를 쳤다.
두 건달의 표정이 다시 혹한다.
제발. 눈치밥 먹고 제대로 자랐으면 이 상황을 알아주라.
.....
하지만, 이런 내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누구세요. 이 거지년은?"
하도영이 가만히 나와 두 건달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피식 웃으며 그런다.
순간적으로 입술에서 '개새끼'라고 튀어나올 뻔했다.
녀석이 비열하게 웃는다. 지금 저 두 건달놈의 표정과 똑같다.
"니 밥벌이가 남자한테 몸파는 거라며. 끼를 발휘할 순간이 왔는데 왜 이러시나?"
녀석은 내가 낀 팔짱을 격하게 풀어냈고, 이내 돌덩이 같은 손바닥으로 내 등짝을 퍽퍽 쳐내며
나를 앞으로 밀어넣었다. 두 건달이 있는 골목쪽으로 말이다.
"아이고, 아가씨. 낚시질은 안되지~"
"오빠들이 그렇게 만만해보였어? 응? 벌줘야 겠네~"
바로 내 양쪽 팔을 차례로 잡은 두 건달놈이 역겹게 비꼬며 말했고,
위기의식을 느낀 나는 필사적으로 이미 뒷모습을 보인 녀석을 불렀다.
"야!!! 하도영!! 너 나 알잖아!!"
얼떨결에 불러버린 녀석의 이름에, 녀석이 반응했다.
걸음을 멈추고 삐딱하게 고개만 돌리는 녀석.
"..너 내 이름 어떻게 아냐?"
"지금 그딴게 중요하냐?! 넌 이런 거 보고도 그냥 지나칠 마음이 생겨?!"
기가 막힌 내가 고래고래 소리지르자 몸을 완전히 틀어 내 쪽으로 향한 녀석이 말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멋진 미소를 지었다.
"그럼,도와달라고 애원해봐."
그 멋진 미소 뒤로 흘러나온 어처구니 없는 한마디.
"...뭐?"
무의식적으로 되묻는 나에게, 친절히도 리플레이 해주는 녀석.
"도와달라고 애원해보라고."
"...씨발,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꺼져. 니 도움 더러워서 안 받는다!!"
그래, 너같은 놈은 이쪽에서 사절이다.
나는 벌겋게 얼어 뻣뻣한 가운뎃손가락을 녀석에게 날려줬고,
녀석은.
"오냐."
라고 심플한 대답을 날려주며 정말로 뒤돌아 제 갈길을 가는 것이였다.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빠르게 멀어져 가는 녀석의 뒤통수와
능글한 미소와 말을 흘려대며 나를 어디론가 끌고가려는 두 건달들에 극도로 불안해져온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하룻밤 자고나 나올 걸.
아저씨의 무심한 얼굴과 은은한 향기. 따뜻한 손바닥이 머릿속을 스치며 눈물이 핑 돈다.
아저씨..아저씨..
목구멍까지 차오른 그 였지만,
"하도영!! 도와줘!!!"
내 입술이 간절히 부른 건, 녀석이였다.
멀어져가던 녀석이 우뚝 멈춰선다.
슬금슬금 뒷걸음 쳐 어느정도 이쪽과 거리를 좁히더니, 이내 능청스레 귓바퀴에 손바닥을 대고서 이런다.
"뭐라고?"
악취미다.
"도와달라구!! 제발 도와주세요!! 하도영님!! 제발!!!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나는 아예 비굴함의 끝을 달리며 녀석에게 매달렸다.
녀석이 만족스러운듯 빙긋 웃었다. 악마새끼. 개싸이코.
녀석은 여유로이 이쪽으로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자존심도 없는 병신."
"개거지놈아!! 내가 이럴 때 자존심 챙겨야겠냐?!! 도와달..."
-뻐억!!
"크억!!"
순식간이였다.
분에 찬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빠른속도로 돌진해 와서 두 건달 중 한 놈의 턱주가리를 크게 날려버린 것이였다.
맞은 놈이 정신을 못차리고 휘청거리며 주저앉았고, 나머지 한 놈이 괴성을 지르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은 우습다는 듯 건달놈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제주먹을 정확히 건달놈의 얼굴 정 한가운데에 꽃아버렸다.
이미 느낌을 잃어버린 두 건달놈은 녀석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신나게 녀석에게 밟히고 있었다.
나중에는 불쌍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건달놈들이 거의 손가락도 못 추릴때 쯤, 녀석은 밟는 걸 멈췄다.
녀석의 표정은 개운해보였다. 말도 안돼.. 밥 처먹고 싸움질만 했나?!
그 정말 피튀기는 싸움.. 녀석이 전적으로 우세했으니까 싸움이랄 것도 없지만.
어쨌든 그 장면을 보는 내내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있었다.
나는 아직까지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녀석은 브랜드지갑에서 지폐 몇장을 꺼내
시크한 한마디와 함께 아무렇게나 뻗어버린 두 건달의 몸 위로 훌훌 뿌려버렸다.
"이걸로 병원비나 해라."
"왜..돈을..!"
돈에 민감한 내가 눈을 크게 뜨자 녀석이 건성스레 말했다.
"이렇게 안하면 나중에 귀찮아져."
"어? 왜?!"
"알 거 없어, 병신아. 업혀."
그러더니 대뜸 제등판을 내 앞에 들이미는 녀석.
이 녀석이 왜 이래?!
"괘..괜찮아. 뭘 그렇게까지 해주시나?"
뜻밖의 행동에 당황스러워 그만 웃긴 말투를 써버렸다.
녀석은 더욱 적극적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너 지금 다리에 힘 다 빠져서 일어나지도 못해. 그냥 업혀."
"니가 어떻게 알아?! 나 일어날 수 있.."
보란듯이 일어서려고 했지만, 거짓말처럼 스르륵 힘이 풀려버리는 다리.
내가 작게 엉덩방아 찍는 소리를 들었는지 녀석이 이런다.
"이미 버린 자존심 주제에 튕기지마."
"누가 튕겼다고 그래!! 아 그래, 너 멋있는 척만 해대는데 나 꽤 무겁거든? 어디 한번 당해봐라."
나는 발끈하며 냉큼 녀석의 등판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의외로 너무나 가볍게 일어서는 녀석.
'끙차'소리 없이 말끔하게 일어서 걷는다.
따뜻한 체온과 녀석의 목뒷덜미에서 물씬 풍겨오는 좋은냄새에
아까부터 여러모로 놀랐던 가슴이 가라앉았다.
.....
..................
타박.타박.
무게실린 녀석의 발걸음 소리 외에는 침묵한 잠들어있는 거리.
말없이 걷는 녀석 덕에 나는 녀석의 냄새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녀석..베이비로션이라도 쓰나? 왜 애기냄새가 날까.
왜, 애기들이 목욕한 다음에 바르는 그런 냄새 있잖아. 그런 냄새가 난다.
언밸런스 하지만 어쩐지 또 매치가 되는 것 같아 우습다.
어쨌든 결좋아보이는 녀석의 머리카락에서도 낯익은 샴푸냄새가 진동을 했고,
나는 그 향기들에 취해버릴 것 같았다.
이 칼바람에도 이런 향기를 간직할 수 있다니. 은은했던 아저씨의 냄새와는 다르다.
그러고 보니 다른점이 많다.
아저씨는 살짝 구리빛나는 피부를 가졌는데
이 녀석의 피부는 아기피부처럼 하얗고 뽀얗다.
아저씨 입술은 적당히 두툼한데 녀석의 입술은 얇다.
아저씨는 남자답게 생겼는데 녀석은 야들야들, 야실야실. 느낌으로 표현하자면 그런 생김새를 가졌다.
하지만 눈매와 눈동자 색깔은 똑같아. 그래서 녀석과 눈을 마주칠 때는 거부감은 안 든다.
나는 녀석의 향기에 심취해 감았던 눈을 떳다. 뻘쭘한 분위기를 알아버렸다.
"안..무거워?"
조심스레 꺼내본 말에, 녀석이 잠긴 목소리를 낸다.
"어. 존나 무거워."
..빠직.
혹독한 추위에 녀석도 힘든지 '스읍'하고 한숨을 쉬었다.
녀석의 어깨가 살짝 떨린다. 정말 미치게 춥다.
그래, 말은 저렇게 해도 분명히 나쁜 녀석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 미칠듯한 추위에도 용케 나를 업고 가주는 건 보통 배려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게다가 아까도 비록 사악한 과정을 거쳤지만 두 건달놈들 한테서 구해줬잖아.
아빠가 쌩뚱맞게 재워줄거라고 데려온 정체도 모르는 나란 여자애를.
그러고보니..부자(父子)한테 차례로 신세를 지고 마는구나.
나 지금.. 고개도 못 들 상황 맞지. 엄청 눈치봐야 되는 상황 맞지.
"근데 너 싸움 엄청 잘하더라. 밥 처먹고 싸움질만 하고 다녔냐? 너 뭐 되냐?"
속은 염치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입으로 나오는 말은 괜한 심술섞인 말이였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금새 녀석이 편해져서 그런걸까.
녀석은 잠시 스읍스읍하고 떠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 모르냐? 내가 청문고에서 알아주는 피바람 하도영이다."
"...."
...
피바람 하도영.
유치해.
나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내가 반응이 없자 녀석은 슬쩍 날 업은 팔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야."
"왜."
"나 쌈박질 한거 아빠한테 말하면 죽는다."
꼴에 아저씨는 무섭냐? 라고 비꼬려다 참았다.
'피바람하도영' 이 후 어쩐지 녀석과 말하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졌다.
그냥 녀석의 목뒷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녀석의 향기를 느꼈다. 그게 녀석의 이미지를 가장 좋게 부각시켜줬다.
"야."
하지만, 녀석이 다시 건방지게 나를 부른다.
유난히 '야' 라고 불리는게 거슬린다.
나는 그때서야 입을 열었다.
"자꾸 야야 거릴래?"
"그럼 뭐라 불러주리? 너 나이 몇 먹었냐?"
"열여덞."
"어. 나도 십팔이다. 그럼 말까도 되겠네. 뭐가 문젠데."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어쨌든.. 기분나빠. 이름으로 불러. 김은아."
"김은아? 존나 흔해빠진 이름이네.으나으나 김은아."
녀석은 얄미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가지고 놀려댔다.
그러다가,
"김은아."
갑자기 진지하게 나를 부르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김은아.'
'김은아.'
전자는 아저씨고, 후자는 하도영이다.
틀리다. 느낌이 완전히 틀리다.
누군가한테 이름을 불린다는 게 이렇게 묘한 느낌이였나?
자꾸만 아저씨와 하도영의 목소리가 겹치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상할정도로 심장이 쿵덕쿵덕 야단이다.
내가 이 이상한 느낌에 휩쓸려있는 동안,
녀석은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놀랍게도 나를 한 팔에 업은 채로 말이다.
힘이 장사다. 겉은 비리하게 생겼는데.
또 새삼 놀라고 있는데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듯 녀석이 반응했다.
"어. 나. 아빠가 데려온 떨거지 찾았어."
....?
추위로 멍해진 머리는 녀석이 내뱉은 짤막한 말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파악했을 때는.
"고마우면 내일 치킨 사. 끊어."
이미 녀석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후였다.
"뭐야..뭐야 너!! 야!! 이거 빨리 내려!!"
뒤늦게서야 발악하며 발버둥을 치는 나를 녀석이 태평하게 타이른다.
"허리나가. 지랄 그만까."
"너.. 나 집에 들이는거 싫대매!!"
"너 덕분에 담배 사러 몰래 나간 일은 묻혀졌거든. 치킨도 굴러들어오고 참 감사해. 너 좀 쓸모있는 듯."
아까보다 톤이 높아진 녀석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헤집는다.
나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 온몸을 흔들고 녀석의 어깨를 퍽퍽 쳐댔지만 끄떡도 않는다.
"내리라고!! 개놈아!! 내려!!"
"너야말로 이유가 뭐냐? 아까는 입술까지 부비면서 지랄하더니 왜 또 지발로 걸어나왔대."
"...."
녀석의 말은 또다시 내 말문을 막히게 했다.
동시에 발버둥 칠 힘도 빠져버렸다.
...
녀석은 내 반응을 기다리는 듯 잠시 침묵해있다가
이내 귀찮은 티를 내며 말했다.
"알았어. 사정같은거 안 물을게.그냥 들어가자."
어느새 우리는 아까 그 오피스텔 앞에 서 있었다.
녀석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카드를 찾는 순간에도 끝까지 나를 업고 있었다.
좀 무리가 가는 지 녀석의 팔에 떨림이 느껴졌지만,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녀석의 투지가 보였다.
순전히 아까 말한대로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녀석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다정함이 있었다. 아, 그건 아저씨랑 닮았구나.
나는 녀석의 목덜미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녀석은 거부하지 않았지만 주춤했다. 엘리베이터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춰버렸다.
마치 내가 무슨 말을 할거라는 걸 예상한 것 처럼,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녀석.
"....괜찮아? 넌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잖아."
잠깐의 망설임 끝에 내뱉은 흐린 한마디.
그리고,
"적어도 니가 김은아라는 건 알았잖아."
"...."
"그리고."
내 눈시울을 적셔버린 한마디.
"난 우리 꼰대를 믿으니까."
....
.................
"사람 보는 눈은 있거든. 아무나 막 데려오고 그런 인간은 아니야.
그러니까 너도.. ....우냐?"
....
공백이 길어진 뒤쪽이 신경쓰이는 지, 날 업은 팔을 흔들어 대며 녀석이 물었다.
눈물이 온 얼굴을 뒤덮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거짓말을 했다.
"..안 울어."
"이럴 땐 자존심 챙기는 거 아니야, 병신아."
그 말이 무슨 스위치라도 된 마냥 나는 목을 놓아 엉엉 울어버렸다.
녀석이 입고 있던 잠바가 흠뻑 젖어버릴 정도로 울었다.
녀석이 피식 웃으며 그런다.
"병신."
...............
...........................
결국 눈물에 퉁퉁 부은 얼굴로 아저씨와의 재회를 맞아야했다.
아저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새 그리웠던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눈물기가 가시지도 않았는데 또 눈물이 터져버려 나는 흐느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는 나를 욕실로 안내했다.
아까 그가 찾아뒀을 옷들이 가지런히 욕실 앞에 놓여져있었다.
나는 몸에 걸치고 있었던 더러운 옷들을 다 벗어버리고 머리를 비운 채 욕조에 들어갔다.
어쩐지 하룻밤 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며칠을 걸쳐 일어났어야 할 일들이 몇시간 내에 다 일어나버렸다.
그 때문에 잔뜩 긴장했던 몸이 이제서야 풀어진다.
따뜻한 물의 기운이 좋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달려진다.
오래 전에 잃어버렸던 내 집에 온 것 처럼 마음이 편했다.
오래 전에 잊어버렸던 그 정겨운 느낌이 새록새록 다시 솟아난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하지만 달콤하다. 눈물조차 달콤하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나는 현기증이 날 때 까지 오랫도록 욕조에 눌러앉아있었다.
결국 숨이 차서 얼른 나와버렸지만.
...........
...............
샤워로 묵은때를 씻고 간만에 깔끔한 내 모습을 욕실 거울로 확인하고는
만족한 마음에 베시시 웃으며 아저씨가 준비해둔 옷을 입었다.
하도영의 냄새가 진동하는 걸 보니, 녀석의 옷인 것 같았다.
하긴, 아저씨가 이런 스타일의 티를 입지는 않을테니까.
.....
어떻게 해서 옷을 다 입었기는 했는데.
정말 컷다. 옷소매가 너무 길어서 접어야 할 정도였다.
바지는 반바지였는데도 내 발목까지 왔다. ..이 무슨 굴욕인가.
나는 우스꽝스러운 꼴로 주춤거리며 욕실을 나왔다.
욕실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나는 당연한 것 처럼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넓다란 더블침대가 자리한 방에는 두 남자가 있었다.
아예 침대에 자리잡고 누운 모양이 귀엽다.
나는 풉하고 웃어버렸다.
"뭘 웃어. 니 꼴이 더 웃기거든."
잠옷으로 갈아입은 하도영이 날카롭게 말했다.
나는 녀석을 무시한 채 아저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저씨, 뭐해요?"
방긋 웃으며 그렇게 물어보이자, 옆에 살짝 빈 자리를 툭툭 치며 말하는 아저씨.
"잠자리 필요하다며."
"아."
나는 쉽게 수긍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무표정인 아저씨와 툴툴거리는 하도영 사이에 자리잡고 누웠다.
자연스레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아저씨.
내 명치만큼 덮인 이불에서 햇빛냄새가 올라온다.
두 사람의 체온이 양 옆에서 느껴진다.
각기 다른 향기가 후각을 어지럽히고,
"김은아. 잘자라."
"잘자. 김은아."
귓가에 내려앉는 두가지 색의 목소리.
그 미칠듯한 황홀함에 나는 취해버렸다
.......
.................
겨울의 밤은 길다.
이 긴 밤이 지나고 새벽빛이 침대에 물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아마 아저씨는 평소대로 출근을 하겠고, 하도영은 아저씨가 사주는 치킨을 먹게 되겠지.
그건 확실할 것 같다.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될까.
아, 뭘 기대하는거야. 김은아.
아침이 밝아오면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는거야.
늘 그래왔던 것 처럼 거리를 방랑하며 헤퍼보이는 아저씨들에게 안겨 유혹하겠지.
그래서 주린배를 채우고 언 몸을 녹이겠지.
이 향기도, 이 온기도 그냥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질거야.
눈을 감았다 뜨면, 그럴거야.
따뜻해. 따뜻한 밤이다.
밤이 계속 됐으면 좋겠다. 이대로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 기분을 질릴 때 까지 만끽하고 싶다.
그래, 이대로 긴 밤을 날자.
아침이 오기 전까지만.
나는 이런 저런 잡생각을 접으며 무거워져 오는 눈꺼풀을 받아들였다.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아침은 반드시 오겠지.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깨우겠지.
상관없다.
지금 이 순간만 중요하니까.
이 순간만큼은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하니까.
첫댓글 어머어머 은아좋겟다..긍데내일이면또어떻게될지... 도영이도멋진캐릭턴데요?ㅋㅋㅋㅋ내스타일..?
이진아웅님 반갑습니다~^^ 첫번째로 코멘트 남겨주셨네요. 은아는 저 역시 쓰면서 새삼 부러움을 느낀 캐릭터였답니다 내일이 되면 은아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건 이진아웅님의 상상에 맡기겠어요^^ 도영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감가는 캐릭터죠 ^^ 소중한 감상평 감사드리구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아쉬워요!!번외 써주세요>_<
안녕애들아님 반갑습니다^^ 음 일부러 결말은 독자님들의 상상에 맡기려고 살짝 애매하게 지었는데 아쉬웠다고 하시니 좀 후회되네요 그냥 뚜렷한 결말을 지을걸 그랬나요?^^; 번외는 예정에 없었는데 생각해봐야겠네요.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ㅋㅋㅋ 너무재밌어욧 ㅋㅋ>< 번와꼭써주세요 ㅋㅋ
소설남중독ㅈ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써 본 소설이라 쓰면서 많이 헤맷고 애쓴 소설인데 재밌다고 해주시니 보람이 느껴지네요 ^^ 감사합니다. 그런데 소설남중독ㅈ님도 번외를 요청해주셨네요^^; 번외는 예정에 없었지만 생각해보겠습니다. 감사드리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ㅋㅋㅋ 너무재밌어욧 ㅋㅋ>< 번와꼭써주세요 ㅋㅋ
꺄~ 너무 멋잇어요 ㅎㅎㅎ 번외편 보고싶어요~
강아지연이님 반갑습니다^^ 부족하기만 한 소설을 멋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강아지연이님도 번외를 원하시는군요^^; 원래 여기서 살짝의 여운을 남기며 결말짓는게 저의 의도였는데 갈등되네요^^..생각해보겠습니다. 소중한 감상평 감사드리구 언제나 행복하시길^^
번외 써주세요 ㅎㅎ 너무잼잇어여
멍한너굴이님 반갑습니다^^ 번외는 예정에 없었는데 거의 모든분들이 번외를 원하시네요..^^; 결말이 많이 아쉬우셨나요? ㅜㅜ 일단은 생각중입니다. 스토리가 떠오르면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부족한 소설 재밌게 봐주시고 소중한 감상평까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번외요!!!!!!!!!!
곰탱잇바보님 안녕하세요^^ 바로 번외를 외쳐주시는 걸 보니 결말에 만족하지 않으셨나봐요 ^^; 전 그냥 독자님들의 상상에 맡기고 조금의 여운을 남기고 싶었는데..^^ 번외 생각중에 있습니다. 보장은 못드리겠지만 시도는 해볼게요^^ 언제나 행복하세요^^
와.......이런분위기너무좋아요..ㅜ.ㅜ!!!!!!!! 작가님팬이되어야겟어요ㅜㅜㅇ허아항항
tritoma님 반갑습니다^^ 트리토마..제가 알기론 독특하게 생긴 식물인데 닉네임이 매력적이세요^^ 저도 이런분위기를 선호하는 편이라 한번 끄적여봤는데 트리토마님의 반응이 GOOD!이니 기분좋네요 ~^^ 부족한 저의 팬까지 되시겠다니 쑥쓰러울따름이랍니다 소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언제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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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빈컾님 반갑습니다^^ 하하 대부분 도영이라는 캐릭터를 좋게 봐주신 것 같네요 어짜피 결말은 독자님들의 상상에 맡겨드리니까 은아가 어떤 남자와 이어질지는 민빈컾님의 상상에 달렸답니다^^ 살짝의 여운을 남긴것도 그런 의도였구요~ 예쁜 감상평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김여자님!!! 아니, 언니!!!!!! 이렇게 감쪽같이 올려놓고 사라져버리면 내가 못찾을줄알았나!!!!!! 문자를 보내줬어야지ㅠㅠ 언니소설이면 바로 뛰댕겨와서 보는건데 말이지!!!! 이런!!!!! 무튼 나의 동물적감각으로 언니닉네임을 한번만에 알아봤다는거 아니가~ 대단하제!!!!! 호호호호호. 그나저나 이번소설은 여운이 너무 많이 남는걸?!?! 이런 소설은 중편이나 장편으로 만들어 줘야하는 거지!!! 번외라도 써주셔요!!!!!!! 응?! 번외올리면 바로바로 연락해주고ㅠㅠ 언니 내가 친한척했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건 아니지?! 난 그저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러는거니까 이해해줄거라고 믿고♥ 언니!! 항상항상 행복하세요^^ 문자주고ㅋㅋ
옴머ㅠㅠ ㅎㄱ아(신변보호상 이름은 자음만)용케 내 소설을 찾아봐주었구나 이번소설은 그냥 장난처럼 휘갈긴거라 차마 나소설올렸어 봐줘^.^ 라는 문자를 보낼수가 없었어 ㅠㅠ흑흑 민망해서..☞☜ 그래도 기분은 좋다^.^!! 내심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지않아 있었거든 이대로 묻혀가나 싶었는데 봐줘서 고마워 감동이야 ㅠㅠ 역시 ㅎㄱ이밖에 없어♡ 슬퍼지자 이 닉네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anyway 이번소설 번외요청이 많이 들어오긴 했는데 내 능력으로는 더이상 스토리구성이 안되더라구 ㅠㅠ 그래서 그냥 다음소설 준비중이야 양해해줘 이번에 완성하면 문자 날릴게☞☜
그리고 친한척이라니 ㅠㅠ 그런말이 어딨어 지금 여기서 날 알아봐준게 얼마나 고마운데! 정말정말 고맙구 알랍하구 하루하루가 늘 행복하길 바래^^ 언제나 행복하시길^^
오랜만에 김여자님 글을 읽었네요~저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이번편은 해피도 새드도 아닌 독자들을 상상의 나래를 펼지게 만드는 여우이 많이 남는 글이네요.글실력이 예전글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것 같아요ㅎ 암튼 단편방에 멋짓글을 들고 오신것을 환영(?)하구요~앞으로도 단편방에서 자주자주 뵈었으면 하고... 날씨도 점점 추워지니 감기조심하세요ㅋ
맛난ⓘ쮸크림♬님 안녕하세요^^ 으아 당연히 기억하죠~! ㅜㅜ 언제나 제소설을 봐주시고 예쁜감상평까지 달아주셨던 아이쮸크림님이셨잖아요 이번소설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봐주셨군요 ^^ 네 이번소설은 말씀해주신것 처럼 여운을 위한 결말을 지었답니다 정말 오랜만에 쓴 소설이라 많이 헤맸지만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다름이랍니다 따뜻한 환영도 감사해요 ㅠㅠ 제가 사실 이번에 수능을 치르느라 인소닷을 자주 못들렀는데 이제는 좀 자주 얼굴을 내밀어보려고 해요☞☜ 다음소설때도 뵈었으면 좋겠네요 ^^! 아이쮸크림님도 감기조심 건강조심하시구요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김여자님??? 전에 글쓰시던 그분 맞으세요? 여기서 못뵌지 거의 1년은 된것 같아요!! 닉네임이 낯익었는데 정말 맞나요ㅜㅜ 왜 이렇게 오랫만에 오셨어요.. 소설 전처럼 너무 잘 읽었구요 번외 꼭 써주실꺼죠? 근데 진짜 너무 반가워요ㅠㅠ 저는 닉네임이 바껴서 못 알아보시겠지만ㅎㅎ 잘읽었습니다!!
라온비님 안녕하세요^^ 저를 알아봐주시다니 ㅜㅜ 감사합니다. 네 저맞아요^.^ 정말 오랜만에 뵙죠 사실 제가 이번에 수능이라는 큰일을 치르느라.. 인소닷에 발길이 끊길수 밖에 없었답니다ㅜㅜ 소설 잘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닉네임이 바뀌셨지만 예전부터 제소설을 잘 봐주셨군요 이제부터는 라온비라는 닉네임을 기억해야겠네요^.^! anyway.번외건을 말씀해주셨는데 저도 위에분들이 요청해주셔서 잠시 생각해봤지만 번외편은 아무래도 힘들것 같아요ㅜㅜ 죄송합니다 더이상 스토리가 떠오르질 않아서요.. 대신 다른소설로 찾아뵈려고 해요^^ 그럼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너무 재밌잖아요 왜 이렇게 재밌는 것인가요 후후후 울 ;ㅣㅏㅇ터;ㅣ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