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동완오빠
나...
오늘 병원에 갔었어요....
알약 몇 개 먹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데
왜 자꾸 사람들은 가기 싫은 병원에 보내는지...
오빠...나 집 싫어요....
허구헌날 싸움만 하는 아빠 엄마두 싫구요...
친구 하나 없는 학교에 가기도 싫어요...
마리아 좀 도와줘요....
읽고 있던 편지를 고이 접어서
도로 상자에 넣으며
동완은 한숨을 쉬었다.
늦은 밤이었다.
윤아는 이미 잠이 들었는지
윤아의 방쪽은 조용하다..
고요한 적막....
집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조용히-
가슴에 손을 대어 보았다.
규칙적으로 뛰고 있는 심장박동소리...
그리고 무언가..하나 더.
전류가 통하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느낌.
왜 그런 기분이 드는 걸까...
단지- 윤아가 찾아 왔을 뿐인데....
왜 옛날에...
한참 마리아가 힘들어 할 때
내가 느꼈던 안타까웠던 감정들이...
서서히 되살아 나고 있는걸까....?
동완은 침대 위에 털썩, 누워 버렸다.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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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그럼 갔다 올게."
동완이 신을 신으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인사를 한다.
"예...잘 갔다 와요, 오빠."
설거지할 그릇들을 씽크대에 올려놓으며
동완의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윤아가 목소리만 높여 인사를 대신했다.
'쾅...'
현관문 닫히는 소리를 귓등으로 스쳐 들으며
윤아는 수도꼭지를 틀며
열심히 그릇을 수세미로 문지른다.
'쏴아---'
물에 씻겨 내려가는 거품들을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던 윤아 뇌리로...
어제...동완이 했던 말이 스쳐지나간다...
...상아 동생인데.....
...상아 동생인데.....
'내가 왜 이러지?!'
한참만에야 소스라치게 놀라
생각에서 깨어나는 윤아였다.
'멍청한 민윤아!!
설거지 하다 말고 정신을 어디다 놓고...'
쓸데 없는 고민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젓는 윤아의 시야에
식탁에 놓여진 사각형의 물체가 들어온다.
"...어라?"
식탁으로 다가간 윤아가
물건을 집고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동완오빠..지갑..놔두고 간거야??"
잠시 어째야 될까 망설이던 윤아의 얼굴이
이내 활짝 펴진다.
"nice!!(감탄사...입니다...-_-;;)
동완이 오빠 학교
구경 가야쥐~~~*^^*!!
(분명히 그 세명 말고도 잘생긴 오빠가
둘이나 더 있다고 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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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동완-
너 부모님 어디 가신 녀석이
와이셔츠도 깨끗하구...
구두까지 광이 나게 닦아서 다니냐?"
학교 복도에서 마주친 민우가
동완의 아래 위를 흝어 보며 탄성을 질렀다.
"꼬마가 퍽이나 내조를 잘하는 모양이지?"
에릭도 빙긋 웃으며
동완에게 한 마디 건넸다.
"야- 김동완?!
너 진짜야?!"
지연이
동완을 보자 소리를 지르며
흥분한 얼굴로 뛰어왔다.
"-여자애랑 같이 산다는 말이 진짜냐구?"
지연의 말에
동완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으응...
그렇게 됐어..."
"얘 좀 봐-
세상에- 미쳤나봐!
한 집에 낯선 여자애랑 같이 산다는 게 말이 돼?
에릭, 민우, 혜성이
너희는 오히려 부추겼다며?"
지연이 흥분해 소리치고 있는데도
오히려 세명(에릭,민우,혜성)의
싱글거리는 얼굴엔
다분히 장난기가 담겨 있다.
지연의 말이 끝나자 마자
에릭이 지연을 달래는 투로
말하기 시작한다.
"야- 윤지연.
상대가 민우였다면 분명히
그 여자애, 내가 여관방이라도 얻어줬을거야....
....하지만말이야...."
에릭이 동완을 끌어당기고는
손가락으로 동완의 얼굴을 가리키며
한자, 한자 힘주어 말했다.
"김동완이 누구냐?
창조고 최고의 건전남,
...바른생활 사나이잖아..."
그래도 불만이 쌓인 듯
뚱한 표정으로 있는 지연이 앞에
혜성이 미소지으며 어깨를 툭툭 친다.
"...걱정마.., 윤지연.
동완이 믿지?"
"그야...믿지만."
아직도 할 말이 남은 듯해 보였지만
지연은 이윽고
천천히 입을 다문다.
그래...믿기로 하자....
친구니까....
게다가...
김동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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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대백과사전 <77> - 동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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