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학생 “친한 친구만 대면 선호”
“시선 처리 어렵다” 느끼기도…졸업후 코로나 20대는 “대면 만남 더 반가울 때도”
코로나의 전세계적 유행이 엔데믹으로 전환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일부 비대면 사회 생활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특히 20대가 정상적 대면 생활의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권순성(23)씨는 고등학생 때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 졸업식을 하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 대학 시절 전반을 비대면으로 보냈다. “친한 관계가 아니면 비대면으로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는 권씨는 “대면 소통 시 대화 과정에서 시선 처리가 어렵다”고 말한다. 자신 뿐 아니라 주위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과제나 업무적인 만남은 비대면을 선호하는 풍토가 강해진 듯하다”며 “비대면 만남 시 오디오가 겹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각자 자신의 발언권부터 구하고 말하는 풍토도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운대학교에 재학중인 고모(23)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화 주제를 먼저 꺼내기 어렵고, 눈을 마주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그는 집에서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있어 비대면을 선호한다고.
20대 중후반의 경우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대면 소통에 대한 거부감은 덜한 편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회사에 다니는 이모(29·여)씨는 “친한 사이일 경우 대면을 선호하지만 회사 사람이나 협력 업체와의 소통이 필요할 경우 비대면 소통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비대면 소통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씨는 “비대면 회의로도 회의가 충분히 가능함을 경험했기에 대면 회의가 시작됐을 땐 ‘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다시 출근을 하면서 많은 피로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근 재개 초기에는 직접 출근함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었으나 현재는 그런 것이 없고 오히려 일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고 대면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도 전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이권재(26)씨는 “거리가 멀거나 시간상 여유가 없는 상황에 따라 비대면을 더 선호할 때가 있다”면서도 팬데믹 이후 “직접 인사를 나누고 깊은 교류를 하며 대면의 장점이 오히려 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이는 같은 20대라도 대학시절 코로나를 겪은 세대와 졸업 후 사회생활 과정에서 코로나를 겪은 세대간에 포스트 코로나 대면 생활 적응력이 차이가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세한 차이를 넘어 타 연령대와 비교해보면 코로나로 인해 대면 생활에 피로를 느끼거나 비대면을 선호하는 정도는 20대가 그 위 연령층보다 심한 것으로 보이는 통계 수치들도 다수 보인다.
한국갤럽이 2023년 11월 발표한 ‘운동 외 여가 활동 12종의 경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튜브 연간 이용률은 2020년 80%에서 2023년 93%로 증가했고 특히 20대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이용률이 45%에서 88%로 늘어 최고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4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경우 외로움과 우울감 같은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힘들다(31.6%)는 응답이 타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게디가,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꺼내야할 지 걱정’인 것과 ‘대면 소통의 두려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공감할 수 없어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모두 가장 높은 비율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출처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또, 20대는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비교가 되는 것’(33.1%),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31.1%)는 이유를 주로 들었다. 비교와 경쟁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SNS와 같은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완벽해 보이는 삶을 자주 접하면서 20대는 비대면 생활도 즐겁지 않은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7%가 ‘좋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은 정말 살 만한 것 같다’는 응답을 해 전 연령대에서 전반적으로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22년 성균관대학교의 정다은 박사가 ‘한국소통학보’에 게재한 ‘팬데믹 시기의 대인 소통과 친밀감 변화’ 연구 논문에 따르면, 비대면 소통 방식은 이미 친밀감이 충분히 형성된 관계에 한해서만 소통의 만족감 증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할 경우에는 대면 접촉의 빈도가 줄어들면서 친밀감이 감소했고 비대면 소통 방식의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이 코로나의 충격으로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 20대는 정상적인 대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장 활기 넘쳐야 할 20대의 대면 세계로의 복귀를 위해 사회가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재화 대학생기자
첫댓글 11/26 보내기 (그래프는 엠브레인 조사 자료만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