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용인 조비산(296m)~석술암산(417m)
용인팔경 중 제6경
용인시 백암면에는 조비산이란 기묘한 산세의 산이 있다. 용인시 백암면과 안성시 삼죽면을 잇는 325번 지방도와, 백암면과 안성시 죽산면죽산면을 잇는 17번 국도를 지날 때 서쪽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 형상의 산을 바라보게 된다. 예부터 용인팔경(제1경 성산일출, 제2경 어비낙조, 제3경 곱든고개와 용담조망, 제4경 광교산 설경, 제5경 선유대 사계, 제6경 조비산, 제7경 비파담만풍, 제8경 가실벚꽃) 중 제6경인 그 조비산이다.
동국여지지 죽산편에 보면 '현 북쪽 15리에 한 봉우리가 돌연 우뚝 솟아 돌을 이고 있는데산이 높고 가팔라 빼어난 모양이 기이하게 보인다' 라고 하였고, 동국여지승람에는 '한 봉우리가 우뚝 솟아 돌을 이고 있는데 그 돌구멍에 흰 뱀이 있어 매년 큰물이 질 때를 타서 천민천에 내려와 사람과 가축에 우환이 되었다<내고장 용인 지명지지>'고 전하는 산으로 전설과 이야기가 많은 산이다.
그러나 조비산은 해발 296m에 불과하여 하루 산행코스로는 다소 미흡하였는데, 최근 조비산~정배산~달기봉~구봉산~석술암산을 잇는 능선길을 정비하여 훌륭한 종주코스가 마련되었다. 더더욱 종주코스에는 반계수록의 저자 유형원 선생의 묘가 자리하여 산행의 의미를 더해준다.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325번 지방도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자리한 조천사 주차장이다. 먼저 주차장에 마련된 등산안내도와 안내문을 읽어보자.
,구봉산(461m)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마침표를 찍는 조비산(296m)은 용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산이다. 넓은 들판에 홀로 솟은 모양이 고고하며, 갖가지 기암으로 산행이 즐겁다. 조선시대 초기에 태조가 도읍을 서울로 옮길 때 지금의 삼각산 자리에 산이 없자 보기 좋은 산을 옮겨놓는 자에게 상을 내린다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한 장수가 조비산을 서울로 옮겨가는 도중 이미 누군가가 삼각산을 옮겨 놓았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나 지금의 장소에 내려놓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조정에서는 불경한 산이라 하여 조폐산, 역적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주차장을 지나들면 조천사 법당 위로 묘한 산세의 조비산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법당 앞 석간수에 목을 축이고 손을 모아 오늘의 안전산행을 기원한다. 법당 오른쪽으로 준비된 산길이 이어진다. 진달래가 꽃불을 지핀 산길을 쉬엄쉬엄 오르면 전망대 바위에 이른다. 바위 사이로 굽어보는 장평리 벌판이 눈부시다. 치솟은 바위꼭대기 조비산의 정수리는 새하얀 정상석과 국기게양대, 삼각점이 지리한 전망대가 마련되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도 일품이려니와 아침햇살에 눈이 부신 구봉산의 산세 또한 장관을 이룬다.
서쪽으로 내려가는 바위절벽에는 훌륭한 게단이 마련되어 있다. 또 그곳에는 비박이 가능한 동굴과 암장이 마련되어 있어 인근의 바위꾼들이 몰려든다. 정배산을 향한 야트막한 능선길에서 젊은 고라니를 만난다. 아름드리 밤나무를 자주 만나는 이 능선길은 밤꽃 피는 6월이면 또다른 멋진 산길이 되리라.
조비산과 장배산의 경계를 이룬 옛길 고갯마루에 내려선다. 등산안내도가 마련된 이곳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반계 유형원 선생 묘 300m' 라고 표시된 팻말이 자리한다. 묘를 향한 오솔길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유난히도 아름다웠다. 반계 선생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안내판에 쓰인 내용을 천천히 소리내어 읽어본다.
'유형원 선생 묘. 경기도기념물 제31호. 소재지: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석천리 산28-1.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로서 근대 사회에 새로운 학풍을 일으키는데 다리 역할을 한 반계 유형원(1622~1672)의 묘이다. 유형원은 문화 유씨로 서울에서 태어나 5세부터 공부를 시작하였고, 7세에는 서경을 읽었으며, 20여 세에는 문장이 뛰어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고 한다. 효종 5년(1654) 진사에 급제한 후 수차에 걸쳐 벼슬에 추천되었으나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전라도 부안에 내려가 일생을 그곳에 살면서 농촌 사회의 현실을 스스로 체험하고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학문 연구와 저술 및 제자 양성에 몰두하였다...중략... 그가 10여년 간 저작한 반계수록 25권에는 이상국가 건설에 대한 그의 구상이 담겨져 있다...하략.'
다시 산길을 이어 능선길에 올라선다. 오늘 산행에는 김영수씨와 산행 중 만난 이학순씨, 박화자씨가 고맙게도 동행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달래가 꽃모닥불을 지피는 산길을 이었다. 정배산 정수리를 지난 달기봉에서는 맨발에 고무신을 신고 산행하는 특이한 차림의 이송기(48년생)씨를 만나 한동안 담소를 나누었다.
오늘 종주산행의 최고봉인 구봉산 정수리에는 장한 조망이 펼쳐진다. 발아래는 MBC드라마촬영소가, 그 너머로 정배산 조비산의 경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빠듯한 일정으로 오래동안 머물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동북녘 산길을 이어 석술암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5년 전에 올랐을 때와 같이 자그마한 돌탑이 자리하는 석술암산의 동녘 자락에 산이름과 연관되는 석술암이골 석술암이들 등의 지명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나름대로 만나는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석술암산의 지명 유래나 이름의 뜻을 알지 못하여 오래동안 화두로 남는 아쉬움의 종주산행이여.
*산행길잡이
조천사-(30분)-조비산-(1시간)-정배산-(40분)-달기봉-(1시간)-구봉산-(45분)-석술암산-(40분)-양준마을회관-(15분)-영곡버스정류소
조비산~정배산~달기봉~구봉산~석술암산의 종주산행 들머리는 용인시 백암면 석천리에 자리한 조천사. 등산안내도가 마련된 주차장에 내리면 묘한 산세의 조비산이 성큼 다가선다. 법당 오른쪽으로 등산로를 따라가면 계단과 밧줄이 준비된 바윗길을 지나 전망대와 정상석이 자리한 조비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서쪽의 벼랑에 마련된 계단길을 내려가면 바위꾼들의 암장에 내려서고, 서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구봉산 7.2km' 방향으로 내려가면 야트막한 능선길을 이어 등산안내도가 자리한 고갯마루에 내려선다(이곳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유형원선생 묘 300m' 안내판을 만나고, 안내판 방향인 서쪽으로 들어가면 유형원선생 묘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되돌아 나와도 되고 무덤 뒤로 그냥 조금 치고 올라도 이정표가 자리한 삼거리에 이른다).
안내판 고갯마루에서 15분이면 이정표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에는 남쪽으로 '유형원선생 묘'라고 표시되었는데 방향이 다르고, 바로 그곳의 하얀 바위 밑에 묘가 자리한다. 다시 능선길을 이어가면 긴의자가 놓인 쉼터봉과, 삼각점과 이정표가 자리한 삼거리를 지나 정배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서남쪽 능선길을 계속 이어가면 한남정맥과 만나는 고갯마루를 지나 달기봉에 이르고, 북쪽으로 정맥 주능선을 이어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가면 용인시 백암면과 원삼면, 안성시 보개면의 경계를 이룬 465m봉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북녘으로 정맥길을 이어가면 삼각점이 자리한 469m봉을 지나 전망대와 정상석이 자리한 구봉산 정수리에 이른다. 이곳에서 굽어보는 조비산의 전망은 참으로 빼어나다. 다시 북녘 능선을 이어가면 한남정맥 종주능선 삼거리에 이르고, 계속 북동녘 능선을 이어가면 작은 돌탑이 자리한 석술암산 정수리에 이른다.
하산길은 북녘 능선을 이어가면 오른쪽으로 돌아내려 등산로 입구 이정표와 순흥안공 무덤을 지나 양준마을회관에 내려선다. 마을포장길을 따라 북동쪽으로 내려가면 318번 지방도(양준마을 600m 표지판 있음)에 이르고, 이곳에서 동쪽으로 도로를 따라 200m 지점의 사거리에 영곡버스정류소가 자리한다. 조비산~석술암산 종주산행은 5~6시간이 소요되니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
남서울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시외버스로 용인시 백암면 버스터미널 하차(1시간 소요. 요금 4,500원). 백암면의 택시를 이용해 조천사 주차장에서 하차(10분 소요. 요금 6,000원). 날머리 영곡정류소에는 백암행 시내버스가 수시 운행(35번, 10-1번).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와 날머리에 식당이 없으나, 백암면과 양지면, 용인시가지에는 식당과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글쓴이:김은남 시인
첫댓글 감사합니다. 어제 다녀왔어요. 조비산에서의전망이 너무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