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노고단 산행"

[천리향(김종화)]

~^ㄴ^~

2월12일(목), 아침에 생약초를 다려 가미한 돼지머리국밥을 먹고 가족 "영모당(납골당)"을 들린 후 곧장 진상면~하동으로 향했다. 진상면 어치계곡 가까이에 있는 '곰골산촌'과 매년 매화 꽃이 필적마다 들렸던 '산마루 그리워'란 찻집이 생각이 났었다. 

광양과 하동군의 경계구간을 국도로 천천히 달렸으나 시간관계상 '곰골산촌'도 못 들리고, 섬진강 육교가 보이는 '산마루그리워'란 찻집도 문이 잠겨있어 섬진강 강변을 따라 구례쪽으로 달려야만 했다.

노고단의 산행시간과 점심식사 시간을 감안해 '화개장터'와 토지면에도 찻길로 들른 후 바로 천은사로 가는 길을 따라 성삼재 방향으로 가야만 하였다. 천은사로 가는 길(861번 지방도)을 지날땐 도로를 막고서 지리산공원 문화유산지구라 하며 대한불교조계종 천은사주지의 명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받은 입장료는 사찰의 문화재와 공원문화유산을 보전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입장료를 지불할 수 없다고 하며 한 참을 씨루다가 결국 노고단 산행이 급해 천은사에 들리지도 않으며 입장료(1,600원/인)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다른 산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의 실정인데, 대한불교(조계종)계는 자연공원법 제 37조 2항을 운운하며 국가의 보물, 전남도의 문화재산을 관람하지 않는데도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저 산행을 위하여 길을 통과하기만 할 뿐인데 찝찝한 심기로 공원문화유산을 보존하는데 기증하는 뜻으로 여기고 지불하고 통과를 해야만 했었다.

노고단을 가는 861번 도로는 천은사 입구에서 성삼재까지 이어지는 도로이다. 지리산 관광과 등산을 목적으로 이용되는 도로인데, 천은사 입구에서는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 천은사를 관람하는 객에게 입장료를 징수하는 것이야 문제가 되지 않는데, 노고단을 가기 위해 이 길을 통과해야 하는 등산객들 입장에서는 큰 돈은 아니지만, 매우 불편하였고 부당하기만 하였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3년 전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회원들과 이 단체 이사장과 소장을 역임하신 서희원 변호사를 중심으로 '시민권리찾기' 운동으로 천은사 통행료 폐지 운동을 벌여왔고, 74명이 원고로 참여하는 집단 소송으로 지리산 천은사와 전라남도를 상대로 '통행방해금지' 등의 소송을 전개 하였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2월 6일, 노고단길 천은사 입장료 폐지 관련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었다. 그 판결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지리산 천은사와 전남도를 상대로 낸 '통행방해금지' 등 소송에 관한 항소심에서,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으면 지방도를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이란 판결을 내렸다.

2. 재판부는 1차 판결과 같이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도로만 통행했는데도 문화재 관람료 1,600원을 내야했던 강씨 등에게 천은사 쪽이 관람료 1,600원과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원심과는 달리 도로 관리자인 전남도의 공동 책임은 묻지를 않하였다.

3. 하지만, 재판부는 1차 판결과는 달리 또 문화재 관람료를 강제로 징수하기 위해 사찰 부근 지방도로 861호선을 이용하는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위반할 때마다 74명의 원고에게 100만원씩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4. 즉, 이번 판결은 사찰들이 지금까지 사찰의 문화재를 관람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국립공원 산행을 하거나 도로를 통과할 때, 사찰 땅을 지나친다 하여 문화재 관람료를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것은 불법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천은사 입장료 폐지에 관련된 소송의 의미는 꽤나 의미있는 판결이 될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천은사 입구 입장료가 모두에게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소송에 참여한 74명의 원고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시민권리찾기 운동에 앞장선 서희원 변호사께서 본인의 패이스북에 고등법원 판결의 의미를 올려 놓은 내용을 다시한번 본다.

 "천은사 입구에서 받는 입장료 징수가 완전하게 폐지된 것이 아니라 집단소송에 참여한 74명에 한해서 고등법원의 판결문이 일종의 무료 통행증이 될 것이고, 74명의 원고에 한 해서 천은사에서 통행을 방해당할 경우, 일단 통행방해를 하지말라는 판결문을 제시해보고, 그래도 방해할 경우 사진을 찍는 등 증거를 만들어 100만원씩 배상을 받으면 될 것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이 판결은 원고로 참여한 분들에 한해서만 효력이 있습니다. 현재의 소송제도로는 아무리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을 위한 통행방해금지를 청구할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다시 2차 소송인단을 모집할 생각입니다. 비록 작은 몸짓으로 보일지라도, 이러한 지속적인 소송으로 시민의 권리를 찾고 매표소를 천은사 입구로 옮길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습니다." .....

전국 사찰 중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곳은 22곳이나 된다(2011. 12월 기준). 지리산의 쌍계사, 화엄사, 천은사, 연곡사, 경주의 불국사, 석굴암, 기림사, 계룡산의 동학사, 갑사, 신원사, 한려해상의 보리암, 설악산의 신흥사, 속리산의 법주사, 내장산의 내장사, 백양사, 가야산의 해인사, 오대산의 월정사, 주왕산의 대전사, 치악산의 구룡사, 소백산의 희방사, 월출산의 도갑사, 변산반도의 내소사 등이며, 문화재 관람료를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4,000원까지 받고 있다.

화엄사를 비롯해 일부 사찰에서도 문화재 관람을 하지 않고 등산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소송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 승소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 소송은 불교계를 자극하거나 고찰이 가진 존엄함과 문화재 가치를 평가하는 소송이 아니라 시민 통행권, 즉 시민권리 찾기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불교계와의 갈등이 없기를 바라며, 앞으로 2차 소송인단이 모집될 것이라고 한다.

금후 통행료가 완전하게 폐지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리고 시민의 권리를 소송으로 찾는 것 보다 책임있는 정부와 기관에서 시민들이 덜 피곤하도록 더 이상 상황을 방치하지 말고 하루 빨리 통행료 갈등이 없도록 방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11시가 넘었다. 노고단까지 왕복 약 2시간으로 계산 하더래도 점심식사를 하려면 오후 3시가 넘을 것만 같다(점심식사는 구례구역 근처 '천수식당' 예정).

빨리 다녀올 것을 결심하고 샇여있는 눈길을 빠르게 걸었다. 아이젠을 가지고 왔지만, 그냥 눈길을 걷고 싶어 친구들도 빈 몸으로 올랐으나 하산시에는 처음 오를때의 생각을 후회 했다.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지리산 종주를 가는 길 옆에 세워 놓은 '노고단' 돌탑 까지는 약 1시간이 걸렸다. 바람이 제법 강하게 불었다. "노고단" 정상까지 가는 계단길은 잘 만들어 놓았으나 능선에 불어대는 바람이 너무나 강해 휘날려 갈 것만 같다. 정상에 어렵게 올라 세워놓은 돌탑에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바로 하산을 서둘었다. 눈에 쌓인 미끄러운 내리막 길, 아이젠을 차지않고 걷자니 발 걸음에 힘을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그 이후 다리 힘줄이 땡긴다).

오후 2시가 지났지만, '노고단'을 오르는 산객들은 아직도 계속 이어 오르고 있다. 함께 갔던 친구가 먼저 하산을 하였는데, 부지런히 내려가도 보이지를 않는다. 한참 뒤에 전화로 연락이 되었다.  친구 1명은 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는데 우리 둘은 바로 내려왔나 보다. 내리막길에서 넘어질까 봐 걱정되어 조심하라고 주의를 당부하고 성삼재 주차장까지 천천히 내려갔다.

오후 2시가 다 되어 성삼재에 모두가 합류되었고, 맛있는 참게탕을 먹기 위해 구례구역 방향으로 달려갔다. '천수식당!', 내가 구례군에만 오면 항상 들리는 맛있는 참게탕의 식당이다. 몇년 전에 시산회에서 '지리산 종주산행'을 할 때에 국립공원 지리산관리소장님이 추천을 해 주시던 식당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최경자 할머니 사장님은 천수식당에서도 요즈음엔 고로쇠약수를 파신다고 하신다. 구례에서 유명한 산수유를 가미한 붉은 색갈의 먹걸리 한 잔을 청해 들며 비록 중국 수입산으로 끓인 참게탕 이지만, 맛있게 먹고 다음에 오실때는 고로쇠물도 자시라고 하신다. 2박 3일의 모든 일정을 계획대로 마치고, 집으로 가야만 할 시간이다. 마지막까지 운행길을 잘 맡아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