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오늘은 입양되는 아이들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무분별한 입양을 막고,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입양특례법이란 게시행되고 있는데요.
이 법이 현실을 너무 무시하고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 아이를 낳은 친부모는 반드시 출생 신고를 해야 하고, 또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이 특례법인데요.
이런 엄격한 입양 조건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기흥 기자, 이 법이 시행된 뒤, 입양 사례는 오히려 확 줄고, 버려지는 아이들만 크게 늘었다면서요?
법을 만든 취지와는 결과가 좀 다르죠?
<기자멘트>
네, 그렇습니다.
한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기들의 숫자만 봐도 이를 확연히 알 수 있는데요.
입양특례법이 도입된 지난해 8월 이후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무려 44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한 달에 한두 명 정도에 그쳤다고 하는데요.
입양 보내는 이도, 입양을 하는 이들도 반대한다는 입양특례법.
이 바뀐 입양법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신림동의 한 교회입니다.
세 살 생명이는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지금껏 11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는 희망이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20명의 아이 대부분은 시설 책임자인 이종락 목사와 24시간을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목사와 아이들은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한쪽 담장에 있는 조그만 여닫이 문. 이 문이 열리면 집안 전체에 종이 울립니다.
사람들은 이 종소리를 통해 새 식구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가 있는데요.
이들은 이 작은 공간을 베이비박스라 부릅니다.
<인터뷰>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 : "아기를 종이박스에 넣고 이렇게 대문 앞에 갖다 놨더라고요. 그때 그 아이를 품었는데 저체온증이 왔어요. 이 아이들을 안전하게 갖다 놓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야 되겠다 (생각했죠.)"
이 목사가 베이비 박스를 통해 아기들을 만난 것은 지난 2010년부터입니다.
그런데 최근, 버려지는 아기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 ) : "(지난해) 8월 이전에는 보통 한 달에 한두 명씩 이렇게 들어왔는데, 8월 이후에는 굉장히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10명, 8명, 14명…. 12월 달에는 8명. 이번 2013년에는 두 명 들어온 거죠."
입양법이 개정된 8월 이후, 이곳에 맡겨진 아기는 모두 44명입니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날 새벽에도 무려 두 명의 아이가 베이비 박스를 통해 이곳에 왔는데요.
<인터뷰>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 ) : "잘 생겼어요. 이렇게 잘 생긴 아기를…. 이 추운 겨울에 아무 데나 유기하지 않고 베이비 박스에 갖다 놨다는 데에 안도감을 느끼죠. 그리고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죠."
이곳으로 들어오는 아기들은 대부분 미혼모의 아기이거나, 장애아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기 엄마들이 놓고 간 편지엔 한결같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바뀐‘입양특례법’이 언급돼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 ) : "입양특례법 때문에 정말 아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막막해서 나쁜 엄마가 되더라도 마음을 정리했다고…. 참 안타깝죠. "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인들의 뿌리 찾기와 아동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과거 친모의 입양 동의만으로 가능했던 입양 절차가 친부모의 출생신고와 입양 동의, 그리고 미성년자일 경우 양가 부모의 동의까지 있어야 합니다.
이 모든 절차는 가정 법원의 심사 대상입니다.
<인터뷰> 김도현 목사(뿌리의 집 ) : "60년 동안 어떻게 하면 아이를 더 쉽게 입양할까, 어떻게 하면 입양을 장려하고 촉진할까 그런 정신에 기초해서 법이 만들어졌어요. 입양을 그렇게 쉽게 하면 아동의 인권을 훼손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고 작업을 한 거예요."
그러나 강화된 입양 요건에 대한 부담이 결과적으로 미혼모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이들의 입양 의뢰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원 허가를 받은 입양은 모두 9건.
법 시행 전 월 평균 200여 건이던 입양이 백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인터뷰> 조범제 변호사 : "여러 가지 어떤 제도적 보안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미혼모의 양육에 대해서 사회적인 인식이라든가 여러 가지 재정적 지원이라든가 제도 개선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사실 미혼모의 양육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겁니다. "
신생아부터 만 3세까지의 아이들이 입양될 때까지 머무는 성가정입양원을 찾았습니다.
월 평균 예닐곱의 아기들이 양부모를 만났지만, 지난해 8월 이후에는 단 한 명도 입양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양부모가 나타난다고 해도 친부모의 출생신고와 동의서가 없어, 입양을 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남혜경 원장(성가정입양원) : "가능하면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때문에 저희가 10건을 상담하면 1명 정도 입소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한 건도 성사가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양아 권익 보호를 위한 거라지만, ‘입양특례법’에 대해 미혼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입양을 보낼 생각으로 아기를 낳았지만, 달라진 입양 절차는 미혼모들을 막막하게 하고 있는데요.
<녹취> 김태은 (가명/10대 미혼모/음성변조) : "호적에 올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어차피 입양 보내야 할 아기인데…."
가족관계기록부에 남게 될 출생 기록보다 더 힘든 건, 사라진 아이 아빠를 찾고 또 미성년자인 그들을 대신해 부모의 입양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김태은 (가명/10대 미혼모/음성변조) : "아기 아빠가 연락이 안 되는데요. 그런 점이랑요. 부모님 서명을 다 받아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
출생신고 없인 입양도, 아동보호소 위탁도 어렵다는 판단에 영아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미혼모들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에는 미혼모와 입양 아동을 바라는 이들의 비밀 입양 시도가 늘고 있고, 이들을 주선하는 브로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데요.
심지어 입양특례법이 이혼가정의 자녀 입양 수단으로 악용되기까지 합니다.
<인터뷰> 남혜경 원장(성가정입양원) : "호적이 있는 아이들이 입양기관에 입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혼가정에서 아이들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요. 이혼가정에서 더 많이 문의가 옵니다. (아이를) 입양 보내겠다고. "
인권 보호를 위한 법이 오히려 또 다른 인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
입양특례법에 대한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