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그러니까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에 후쿠오카의 명물 커널시티 구경을 나갔다.
커널시티에서의 쇼핑은 별 생각이 없었고 그 곁에 있는 나카스의 야다이(포장마차)에 가서
한잔 술로 이국의 정취를 맛보고자 했다.
커널시티는 일본식으로 읽으면 카나루시티다. 일본사람들은 영어를 잘해도 자기네 고유명사화된 외국어는
자기식 발음으로 읽는다.
커널시티는 후쿠오카에 없지만 카나루시티는 있다.
택시를 타고 최대한 후지게 카나루시티 가자고 한다.
카나루시티는 쇼핑몰과 호텔 극장 식당가가 한데 모여있는 건물이다.
규모가 상당하기에 빌딩이라고 할 수 없고 몇개의 빌딩이 모여있는 시티라는 표현이 걸맞다.
나카가와 강에서 물을 끌어들여 건물 가운데로 흐르게 운하를 파서 건물이름도 카나루시티다.
크게 두개의 구역으로 나뉜 건물에는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하이야트 호텔이 있고 층별 쇼핑가와
세가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멀티플렉스극장이 있어 라이온킹을 상시공연하고 있다.
운하를 따라 건물이 이루는 곡선을 구경하는 것도 대단히 흥미롭다.
같은 면이 전혀 없이 이루어진 외관과 두개의 건물을 연결한 통로에서 일본건축 기술의 뛰어남이 느껴진다.
운하에서는 시간에 따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분수쇼가 펼쳐져 많은 사람을 끌여들인다.
그 곁에 마련된 원형광장에서는 공연이 자주 있다는데 이날은 늦어선지 별다른 공연은 없었다.
화려하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이 사진의 배경이 되고 물에 비치는 조명이 아름답다.
큰 분수에 가려 잘 느껴지지 않는 또 하나의 분수가 있는데 나는 이 분수가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운하입구에 있는 분수인데 물이 올라 오는게 작으면서 리듬감이 있다.
보면 들리지 않고 들으면 보이지 않는 집중력의 분산을 잘 이겨내면 이 분수가 갖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래밍된대로 물을 뿜어 올리겠지만 그 올라오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그 모습속에 잘 들어보면 올라갔던 물이 떨어지며 바닥에 부딪쳐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물이 바닥에 부딪혀 나는 소리지만 단순한 소리가 아니고 뭔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각자 헤어진 일행을 기다리느라 그곳에 오래 앉아있다보니 처음에는 물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몇번을 보다보니 형태뒤에 숨겨진 소리가 들렸다.
음악에 맞춰 솟구치고 뿌리고 돌리는 분수쑈와는 달리 이 분수는 직접 음악을 만들어내는 악기다.
그저 스쳐지나갔다면 귀여운 분수였을 뿐일텐데 같은 것과 같은 장소도 들인 시간과 공에 따라
다른 느낌과 풍경을 만들어낸다.
(캐널시티에서 캐리커춰를 그려주는 화가. 주로 커플이 앉아서 같이 그린다. 사진을 찍었더니 막 뭐라고 한다. 자기 손님들이 기분 나빠한다나 뭐라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눈치상 그렇다)
쇼핑을 위해 흩어진 일행이 모두 모이자 후쿠오카 최대 유흥가인 나카스의 야다이촌으로 이동한다.
카나루시티에서 나카가와 강으로 나가서 강을 따라 가다보면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는 곳이 나온다.
걸어서 5분정도인데 강변을 따라 수변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 좋다.
유흥가답게 건물마다 마사지니 뭐니 하는 간판들이 즐비하다.
시간별로 가격을 붙여 놓았는데 15분 30분 한시간 나눠놓고 한시간 목욕에 3만엔정도였던 것 같다.
들어가봐야 확실히 가격을 아는데 보고 지나가니 헸갈린다. 당시 환율이 1500원 정도 였으니
한시간 목욕하는데 50만원돈이 다 나간다. 같이 가는 일행이 황제목욕인가 왜 이리 비싸냐고 푸념을 한다.
많을 때는 수백개의 포장마차가 강변을 따라 줄지어 섰다는데 지금은 열몇개정도만 영업을 한다.
주로 야식거리로 라멘이나 우동 또는 술안주로 꼬치구이나 오뎅을 파는 곳인데 그리 싼 것 같지는 않다.
이곳은 나카가와 강의 하류로 삼각주위에 형성된 곳이다.
커넬시티에 접한 강이 하류를 따라 내려오다보면 둘로 갈리는데 그 갈리는 꼭지점 삼각주에 형성되어 있다
여행온 관광객들은 이국적 풍경에 젖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물론 한국에서 온 관광객도 보이고 노랑머리 외국인도 보인다.
마차를 대여하는 것인지 겨울에 대비해 사방을 막은 것도 보이는데 가는 길에 난전을 펼치지 않은 손수레도 여럿보인다.
강변에 자리잡아도 아직은 춥지 않아 여럿이 온 사람들은 강변쪽 야외에서 마신다.
이곳이 우리 일행이 자리잡은 포장마차다.
눈감으면 코베어간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용된다. 일본에서 박사를 따고 석사를 딴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도
결국 바가지를 옴팡 썼다.
이것저것 맛본다고 꼬치 각각과 오뎅 그리고 라멘을 시켰다.
저녁들을 먹고 온 터라 조금만 시키면 되는데 사진 찍다 조금 늦게 합류한 자리에 나오는 양이 장난이 아니다.
알아서 시켰겠지 하면서도 야 이걸 어떻게 다먹지 하고있는데도
계속 음식이 나온다. 입에 대지도 않는 꼬치구이와 어묵 그리고 뒤 이어 나온 라멘까지
반이상을 남겼다. 그 와중에 주인인지 종업원인지가 손 안댄 우동을 자기가 먹어도 되겠냐고 묻기까지 한다.
일본인들이 친절하다는 것은 다 뻥이다.
여기 있는 인간이 일본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을 가져다 주면서 상에 내려 놓지도 않고 한국말로 '여기'
혀짧은 소리를 낸다.
여기에 온 한국사람들이 이놈들에게 서비스를 받을 줄 모르고 한국에서 하던 식으로
미리 손내밀고 그릇들을 받아서 내려 놓았나 보다.
우리야 정감있게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했을텐데 뒤에 온 사람이 이런 대접을 받는다.
이 놈이 음식을 가져다 줄 때 마다 여기 여기 하길래 나중에는 화가나서 소리를 질렀다
'왜 반말이야' 알아 들었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옆에 있던 일행이 자기한테 그런 줄 알고 미안하다고 그런다.
엥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 찔린 게 있었나
이 인간이 싸가지 없는 일본놈이다.
사진을 찍자니 자기가 좋아서 그런줄 안다. 이렇게 생긴놈은 조심하라는 의미로 찍어온 것인데.
결국 계산할 때 큰 소리가 오갔지만 똥개도 지네 동네에선 한칼 먹어준다는데 어쩌랴
달래는 대로 다 줄 수 밖에 두명당 한개라고 했던 것을 한명당 두개로 시켰다고 우겨대는데야
하여간 일본에서의 여행 마지막교훈은 이놈이 주었다.
눈감으면 코베어가고 어설피 보이면 사기당한다.
절대로 일본인한테는 얕잡아 보여서는 안된다.
신도 필요없으면 목매다는 인간이 그들이다.
여행가는 사람들은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행동거지를 잘 해야겠다. 나 때문에 뒤에 올 누군가가 피해를 봐서야
되겠는가
먹다 남은 것들을 모두 싸가지고 호텔로 돌아왔다.
답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밞아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난행)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
서산대사
첫댓글 하하~기억하고 있겠습니다. 서산대사 게송까지 올리신걸로 봐선 무척 열받으신 모양입니다..
흐읏....정말 열받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