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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地球溫暖化, Global Warming)와 한반도(韓半島) 500년의 환경 변화 — 정치는 무엇을 준비하고, 국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환경칼럼 전국통합뉴스 임명락 기자
최근 한국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주변 해역 기후 특성 자료는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린다. 2016~2025년 최근 10년간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Sea Surface Temperature, SST)는 평년 대비 0.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상승폭 0.3℃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바다 폭염’으로 불리는 해양열파(Marine Heatwave) 발생 일수는 평년 22.6일에서 83.3일로 3.7배 급증했다. 탄소를 비교적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SSP1-2.6, Shared Socioeconomic Pathway)에서도 21세기 후반기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대비 1.5℃ 더 오르고, 해양열파 발생 일수는 연중 300일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바다와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이 위기는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전 세계 해양 열용량(Ocean Heat Content)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20년간 해양 온난화 속도는 이전 기간의 두 배 이상 빨라졌다. 2025년에도 전 세계 해양의 약 90%가 최소 한 차례 이상의 해양열파를 경험했다. 북극 해빙 면적 감소, 그린란드·남극 빙상 질량 손실, 해수면 상승 가속화 등 지구 시스템 전체가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경고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전환점)’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500년의 환경 변화 —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
한반도의 환경 변화는 최근 수십 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500여 년, 특히 조선 시대(Joseon Dynasty)부터 현대에 이르는 기록은 기후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생생히 보여준다. 중세 온난기(Medieval Warm Period) 이후 소빙기(Little Ice Age)가 도래하면서 16~19세기 한반도는 잦은 한랭과 가뭄, 이상 기온을 겪었다.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 1645~1715년) 기간에는 서울 여름 강수량이 평년의 30%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고, 동해가 봄철에 얼어붙는 기록이 남아 있다. 온돌(溫突, Ondol) 문화가 확산되면서 숲에서 연료를 지속적으로 채취하는 과정이 산림 황폐화를 가속화했다. 정부의 송림 보호 정책(Pine Policy)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증가와 농업 확대, 연료 수요가 겹치면서 산림 생태계는 초기 천이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농경지 면적도 크게 변했다. 지난 1000년간 한반도 농경지는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전쟁과 기근, 정책 변화에 따라 급격히 줄었다가 회복하는 등 변동이 심했다. 서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농경이 확대되었고, 이는 산림 감소와 토지 이용 변화를 동반했다. 고대 국가 형성기부터 이미 농경 확대에 따른 삼림 손실이 진행되었고, 조선 후기에는 인간 활동이 기후 변동성과 결합하여 생태·사회적 위기를 증폭시켰다. 역사는 명확히 말한다. 기후 변화는 항상 있었고, 인간의 대응 방식에 따라 피해의 규모와 회복 속도가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오늘날의 위기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과거에는 태양 활동, 화산 폭발 등 자연적 요인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Greenhouse Gas) 누적이 주원인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 280ppm 수준에서 현재 420ppm을 넘어섰고, 메탄(CH₄) 등 다른 온실가스도 급증했다. 한반도 주변 바다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가열되는 현상은 이 누적 효과의 지역적 발현이다.
한국 정치가 준비해야 할 것 — 제도, 적응, 거버넌스
이러한 위기 앞에서 한국 정치가 준비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첫째, 법적·제도적 감축 경로를 확고히 하는 일이다. 2024년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관련 판결(憲法不合致, Unconstitutional nonconformity) 이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가 2018년 대비 53~61%로 제시됐고, 2040년·2045년까지의 중간 목표를 법률로 규정하는 개정이 진행 중이다.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ystem) 강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보급 가속화, 석탄발전 단계적 퇴출 일정이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제시돼야 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후에너지환경 관련 법안들은 재생에너지 우선 접속과 계약시장 제도 도입 등 긍정적 신호지만, 실행력과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산업 경쟁력을 잃는다.
둘째, 적응(Adaptation)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폭염·가뭄·해양열파로 인한 피해는 이미 어민, 농민, 야외 노동자,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2026~2030)이 국민 안전과 민생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수립되고 있는 만큼, 인프라 확충과 함께 취약계층 보호, 기후보험 확대, 지역 맞춤형 대책이 필수다. 동시에 화석연료 의존 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충격에 대한 지원과 재교육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국제 협력과 국내 거버넌스(Governance)의 강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컨트롤타워로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지방정부·민간·시민사회와 실질적인 원팀을 구성해야 한다. 균형발전과 기후정책을 연계해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을 전국에 다극화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 인프라와 생활 문화의 전환
정치적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 모두가 삶에서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시·군 단위의 대규모 지하 터널 휴게소·대피소 신설, 지하층 교육시설·서비스시설 의무화, 광열비 절감 시스템 구축, 온난화 대비 교육 지하시설, 도시 소공원 신설, 지하 담수시설 의무화, 환경관리 시스템 전면 개정 등이 필요하다.
지하 공간 활용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기후 적응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정용·공공 방호 공간, 도쿄의 대규모 배수 터널, 몬트리올·토론토의 지하 보행 네트워크, 헬싱키의 지하 공공시설 등은 극한 기후에 대응하는 사례다. 한반도에서도 지하 5m 지점의 온도가 10년당 0.2~0.3℃ 이상 상승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지상과 지하를 아우르는 통합 관리가 시급해졌다. 대규모 지하 터널을 휴게소·대피소로 활용하면 폭염·한파·홍수 시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 지하층에 교육·서비스 시설을 의무화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광열비를 절감할 수 있다. 지하 담수시설은 가뭄과 침수에 동시에 대비하는 다기능 인프라가 된다. 도시 소공원 신설은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을 완화하고 시민의 일상 회복력을 높인다. 환경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정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시민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국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개인의 실천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집합적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고효율 가전 사용, 냉난방 적정 온도 유지),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 확대, 육류 소비 줄이기와 지역·제철 식품 선택, 일회용품 줄이기 등은 일상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으로 참여하거나, 탄소중립 실천 포털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지자체 정책에 의견을 내는 것도 중요한 시민의 역할이다.
더 나아가 정치적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이념이나 정파를 초월하는 생존의 문제다. 선거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후 이슈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정부가 제시한 감축·적응 목표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기후 교육을 강화하고, 다음 세대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책임감을 공유하는 것도 국민의 몫이다.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진행 중이며, 그 속도는 우리 예상보다 빠르다. 한반도 500년의 역사는 기후 변동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가 흔들린다는 교훈을 남겼다. 지금은 그 어떤 시대보다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수단이 풍부하다. 정치가 강력한 제도와 예산을 준비하고, 국민이 일상과 참여로 응답하며, 지하와 지상을 아우르는 실질적 인프라를 구축할 때 비로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2026년 지금이 바로 그 골든타임(Golden Time)이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 위기를, 한반도에서부터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하자. 말로만이 아닌, 삶으로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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