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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rtlife 원문보기 글쓴이: 김석환
한참을 자다 잠에 깨서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우리나라 시간으로 11시가 되간다.
그러면 여기 시간으로 새벽 세시인 셈이다, 그럼 그럭저럭 6시간 가까이 잔 셈이니 그런대로 기본 잠은 잔 편이란 생각에 밖으로 나가 마당에 펼쳐 놓은 가방 속의 내 짐 속에서 책과 지도를 꺼내서 오늘 여행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고민하다가 나는 화장실에 자리를 펴고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책을 보는데 누군가 노크를 한다. 펼쳐 놓은 책을 대충 챙겨 이번에는 다시 부엌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새 나가는 불빛으로 거실에 자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이 되어 포기하고 다락방으로 올라오니 나의 부시럭대는 소리에 잠이 깬 곽여사가 랜턴을 빌려 준다. 결국 내 덕에 잠을 깬 다른 이들까지 합심해서 아예 여자 방으로 들어와 책을 보란다.
오늘은 첫날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우선 서로 간 낯 선 부분을 맞추어 보면서 한 달간 여행의 느낌을 조율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 코스를 잡는데도 아주 중요한 날이다. 원래 ‘몽쉘미쉘’쪽으로부터 시작을 하려고 했지만 프랑스 날씨가 의외로 쌀쌀해서 나는 북쪽으로 시작하는 것을 포기하고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첫 도시로 최고의 고딕 성당이 있는 ‘샤르트르’를 택했다. 그 다음 성이 많다는 ‘블르와’를 지나 ‘투르’ ‘보르도’를 거쳐 스페인으로 넘어가기로 대충 코스를 잡고 공부를 마쳤다. 캠핑장은 블르와 근처의 내가 본 책에서 끝내 준다고 추천을 한 한곳을 택했다.
아침 식사 후 내가 예약한 차가 있는 렌트카 사무실로 갔다. 대충 서류에 사인을 하고 건네 받은 차는 의외로 컸다, 약간 우주 도시의 청소차 같기도 한 르노 봉고는, 여름에 타고 다니던 벤스차 비토보다 차체도 크고 트렁크도 거의 배는 될 정도로 컸다. 짐 걱정이 일시에 날라 갔다.
차도 사방 군데 ‘스크래치’가 있어서 웬만한 긁힘은 표시가 안 나게 되어 있어서 부담이 전혀 없어 좋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계약은 무한정 달릴 수 있는 것이었지만 여기서는 4500키로 밖에 안 된다고 하면서 한국에 월요일에 확인 해 보겠다는 부분이 좀 걸렸다. 그처럼 거리에 제한을 두면 근 10000키로는 달려야 하는 우리로서는 렌트비 부담이 엄청나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의 혹은 일단 접고 차를 몰아보니 차는 의외로 부드럽고 소음도 적다.
현석이의 덤벙대는 안내를 믿으며 길을 달리는데 아무래도 해 방향으로 봐서 이상하다 싶어 길에 차를 대고 행인에게 물으니 우리는 한참 잘못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질러가기로 한 처음의 길을 포기하고 외곽도로를 뺑 돌아 민박집에 도착했다. 영 출발의 조짐이 걱정스럽다. 하지만 민박집에는 원래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처음에 민박 집에 남겨놓고 가기로 계획되었던 하드가방에 다시 짐들을 대충 넣고 모든 짐을 차에 실으니 아직도 공간이 넉넉하다. 마음이 다시 홀가분하다.
드디어 출발!
주인 여자가 알려 준 대로 근처의 크다는 슈퍼에 가니 거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이 오로지 물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주인아주머니는 도대체 파리에 수 십 년을 살았다고 하지만 매번 ‘구름잡기식’이다. 하긴 우리 같이 이상하게 여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 것이어서 정확한 안내가 어려울 것이고 원래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기 때문에 그 ‘대충대충’정신이 꼭 남의 일만은 아니다.
사르트르가 공항 쪽인 것 같다던 그녀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우리는 외곽도로로 다시 들어가 의심 속에 달리다 드디어 ‘사르트르’로 방향을 잡아 한 참을 달려갔다. 그러다 대형 마트 간판인 듯한 곳으로 들어가니 거기에 우리의 주린 배를 만족시켜줄 맥도널드가 있고 바로 옆에 우리가 목마르게 찾던 대형마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안 통하는 말로 겨우 시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우리는 카르프로 들어갔다. 하지만 중구난방으로 시장을 보다 보니 시간을 엄청 소비했다. 다음부터는 물품목록을 작성해서 꼭 필요한 사람만 들어가던가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효율적으로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얼마나 효율적일 지는 의심이지만 말이다. 사던 안 사던 들어와 보고 싶고 돌다보면 사고 싶은 것이 있고 그러다 보면 처지는 사람 생기고 하니 단체여행이란 것이 이런 점이 어렵다.
세 시간 가까이 소비하고 우리는 시내로 들어가 시내를 관통하는 강가에 차를 대고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은 멀리서도 이미 보임으로 찾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작건 크건 모든 도시에는 성당이 있고 그것이 제일 높은 곳에 있기에 헤맬 일이 없다. 그 옛날 신권의 시대에는 성당보다 높게 건물을 지을 수가 없었단다. 마치 궁궐보다 개인 집을 크게 지을 수가 없었듯이 말이다.
수로의 집들이 일견 베네치아를 생각나게 한다. 바로 집에서 문만 열면 강이고 거기로 작은 배를 띄우면 즉시 뱃놀이 가는 행차가 되니 참으로 부러운 집들이다. 그곳을 지나 성당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보이는 집들도 엄청 세월의 때를 이고 있어서 보기가 좋기만 하다.
휴일이라도 겨울철이라서인지 도시는 비교적 한적하다. 드디어 성당 앞에 서니 웅장함이 대단하다. 30층 높이라니 당연한 일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스테인드그라스가 사방 군데 펼쳐져 있는데 그 유리창 하나만 만드는데도 긴 세월이 걸릴 법하다. 대부분이 알록달록하여 화려하다. 그 중 어떤 창은 보라색을 주조로 한 것도 있어 변화를 준 것 같다. 거기다 어떤 것은 색조를 아주 간략하게 구사함으로서 마치 작품을 만들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창들이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못 본 형식이기에게 유별나게 보였다.
기현이와 함께 감탄 속에 둘러보며 그 녀석이 건네 준 새끼 손가락만한 삼각대를 카메라에 붙이고 요령껏 셔터를 눌러보지만 사진이 잘 나올지는 의문이다, 그곳을 나와 우리는 다시 차를 몰아 캠칭장이 있는 ‘블르와’로 향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 은근히 걱정이 들었지만 이 근처의 캠핑장으로는 거기가 제일 가까운 곳이기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참을 달리는데 어찌나 졸린 지 길을 벗어나기도 하고 날은 어두워져 불안하기만 하다.
한 참 후에 블르와에 도착 했지만 의외로 도시가 커서 우리는 한 시간 가까이 헤매다 겨우 캠핑장으로 방향을 잡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낮에는 기가 막히기만 할 것 같은 강변도로는 점점 안개가 심해져서 운전하기가 더디기만 하다.
겨우 ‘옹셩’에 도착해서 캠핑장을 찾으니 이미 안개는 짙어져서 사방 분간이 어려운데다가 의외로 다른 캠핑장 간판도 많아서 계속 헷갈리기만 할 뿐이다. 그러던 중 숲속의 호텔을 발견해서 가격을 물으니 9명이 방 5개는 써야하고 가격이 180유로란다.
최악의 경우 여기를 마지노선으로 삼으면 되겠다 생각하면서 그곳을 나와 다시 원래 가기로 한 캠핑장을 찾아 나섰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초행의 시골 짙은 안개 속을 헤매 겨우 엄청나게 크다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거기는 불빛만 조금 새나올 뿐 모든 문은 닫혀있고 사방이 고요하기만하다.
겨우 작은 불빛을 찾아 문을 두드리니 술 냄새가 나는 노인이 한명 나와 알아듣지 못하는 불어만 난무한다. 그의 인도로 옆의 관리동인 듯한 집으로 가니 사람들이 나와 나를 반갑게 맞는다. 하지만 그건 나를 반갑게 맞는 것이 아니고 친구 사이인 듯한 날 인도한 노인네에게 건넨 제스쳐였던 거 같다.
엄청난 도움이라도 줄 것 같은 표정에 한껏 기대를 하고 모두를 안심시키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이 노인데 말이 책과는 달리 자기들은 겨울철에는 문을 열지도 않을 뿐더러 방가로도 없고 전기시설도 없다면서 아예 사뭇 우리를 나무라는 투로 갑자기 변신을 하더니 심지어는 우리보고 제정신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 참을 헤매서 겨우 온 블르와로 돌아가면 6-70유로면 잠을 잘 수 있고 한 십 여분 가면 된단다.
전혀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 난 아무런 대책 없이 그곳을 나왔다. 이제 방법은 딱 하나 아까의 그 호텔로 다시 찾아가 비싼 방값에 아픈 배를 안고 얼른 오늘을 넘기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골길이고 작은 동네들이라 간단하게 생각한 내 맘을 짙은 안개가 가로막았다. 처음에는 눈에 익던 길이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낯선 길이 되어 버리고 어쩌다 만나는 집도 사람의 그림자는 물론 불도 없어 유령의 도시 같고 오로지 미로 속을 헤매기만 하는 기분이다.
어쩌다 나오는 길 표시판도 전혀 지도에 안 나오는 이름뿐이고 날은 어두워 침침해서 지도를 볼 수도 없고 옆에서 안내하던 현석이도 그냥 창문의 입김만 닦아 낼 뿐 이 상황에서 아무도 나에게 티끌의 도움도 안 되니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다. 오로지 나의 동물적 감각만이 유일한 희망인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다, 하지만 그게 지나고 나서야 동물적 감각이지 당할 때야 그냥 지옥일 뿐이다,
벌써 자동차의 시계는 10시를 나타내고 있지만 방법은 없는지라 영락없이 차에서 하룻밤을 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별 생각이 다 나기만한다, 오로지 나만을 믿고 따라온 이들에게 그저 얼굴 볼 낯이 없다.
정신을 가다듬어 앞으로 나가니 불빛이 새 나오는 집이 있어 두꺼운 벽 사이 작게 난 창을 통에 안을 들여다보니 식구들인 사람들이 식탁에 둘러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침 내 출현에 놀란 개가 요동을 치니, 예수가 문을 두드리는 그림처럼 포즈를 취할 필요도 없이 노인네 한명이 나와 불어를 막 쏘아 댄다. 시끄런 소리에 우리 보다 더 놀랜 안에 있던 젊은 친구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나온다.
그 친구 말이 다른 방법은 없고 오로지 블르와로 돌아가서 호텔을 잡으란다. 감을 잡기 난감한 길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하고 다시 앞으로 갈 때 젊은 친구 둘이 길에 있기에 차 문을 여니 “현석이가 수상해 보이는 데요”한다. 아니 이 상황에 수상해 보이면 어쩌란 말인가? 영화에서처럼 납치를 당한다 해도 이보다는 나을 것만 같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길을 물으니 비교적 간단하다.
그들이 가르쳐 준 대로 길을 따라갔다. 어쩐지 아까 들어 온 길 같다 싶더니 조금 더 달리니 처음의 유사시를 대비했던 그 호텔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약간의 망설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우리는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 돼서 그 어딘지 좀 표독하게 생겨 신경이 쓰이던 주인아주머니인지 일하는 아주머니인지 분간이 안가는 여자한테 다시 방을 청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방 5개는 억울한 것 같아 3개만 쓴다고 하니 그러란다. 우리는 더욱 살판이 나서 대충 짐을 옮기고 집체처럼 싸여 있는 짐 속에서 컵라면과 숟가락 통과 와이프가 마지막에 버려도 좋다면서 챙겨 준 두껑 깨진 커피포트를 기현이가 용케 찾아내 각자의 방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기현이 녀석이 한 몫을 하고 또한 물도 열심히 끓여 컵라면에 부어 사람들에게 돌린다. 늘 걱정만 시키던 놈이 그래도 이 멀리까지 와서 나의 마음을 안심시키니 그것만으로도 나의 이 무모한 여행은, 비록 이처럼 처음부터 엄청 삐걱거릴지라도 커다란 성과가 아닐까?
기현이가 물을 넣어 라면을 불리는 사이, 나는 열심히 나의 하루사이에 엄청 길어진 것 같은 내 머리칼을 열심히 빨았다. 벌써 배가 고파서 난리를 떨어야 했던 나지만 워낙 놀래서인지 배도 별로 고프지도 안했지만 라면은 맛이 있었다.
나는 이를 닦고 역시 귀마개를 한 후 오늘의 실수를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또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샤르트르 성당 앞의 성당의 나이와 같을 돌 벤취.
성당 앞의 닯고 닯은 바닥.
무겁게 성당을 지고 이는 성자들.
성당 안 바닥.
첫댓글 김교수님,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즐겁고 보람된 여행이 되길 빌겠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서의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