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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 선생님 헌정산행’에 참가한 최남준(가운데 빨간 모자 쓴 이) 씨와 산꾼들이 양산 정족산 정상에서 기념촬 영하고 있다. 김창호 씨 제공 |
지난 2일 전국의 내로라 하는 산꾼 150여 명이 경남 양산시 정족산 자락에 위치한 한 농장으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베테랑 산악인이
자 국제신문의 인기 코너인 ‘근교산’ 시리즈에 제2대 산행대장으로 활약했던 최남준(77) 씨에게 바치는 헌정 산행을 겸한 만남의 장에
참석하고자 전국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왔다. 최 씨는 전국 아마추어 산꾼들에겐 이름보다 안내판 ‘준·희’로 더 유명하다.
이번 행사에는 홀대모(홀로 대간 정맥 기맥 지맥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 감마로드 J3클럽 신산경표 등 전국의 이름난 30여 개 산줄기
전문 답사 모임의 회장과 회원이 참석했다. 가까운 부산과 울산 경남은 물론 충청도와 제주도 서울·경기지역까지 전국 사투리를 한자
리에서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최 씨 ‘제자’는 전국에 골고루 있다.
이 자리를 마련한 ‘홀대모’ 카페의 방장 홍성오 씨는 “최 선생님은 전국 산줄기는 물론 해외 산행까지 다니며 30년간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며 “최근 건강이 나빠진 최 선생님이 더 늦기 전에 전국 산꾼 모임을 하고자 하는 계획을 내비쳐 1년 전부터 이번 행사를 준비하
게 됐다”고 밝혔다.
양산 비석봉에 있는 준·희 안내판. |
최 씨는 산꾼들이 길을 찾기 어려운 작은 산줄기의 갈림길이나 이름 없는 봉우리마다 ‘안내판’을 매달았는데 자신의 이름에서 ‘준’ 자
를 따고 고인이 된 아내의 이름에서 ‘희’ 자를 따서 만들었다. A4용지 크기의 이 흰색 안내판이 그동안 대간과 정맥 등에서 산꾼들의
길잡이가 되어줬다. 대간은 백두산~지리산을 잇는 백두대간을 말하며 그로부터 갈라져 각각의 강을 경계 짓는 산줄기를 정맥이라 지
칭한다. 정맥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기맥과 지맥이다.
평생에 걸쳐 남한 구석구석 아름답고 소중한 산줄기를 찾아다닌 최 씨는 인사말에서 “그동안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이 자리에서 다시
보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런 기회가 다시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친구가 되어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에 전국에서 ‘준·희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산꾼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보답했다. 백두대간 개
념을 체계화하는 데 앞장섰던 ‘신산경표’의 저자이자 같은 이름을 단 답사 모임 대표인 박성태 씨는 “최 씨는 전국 산줄기 안내판 설치
는 물론 이름 없는 산에 이름을 붙여주었고 전국 능선의 작은 샘을 식수로 쓸 수 있는 번듯한 샘터로 만드는 등 산꾼들의 등불 같은 존
재”라며 “이런 노고가 있었기에 우리가 편하게 산에 오를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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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행사에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몇 순배 술이 돌자 산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산 이야기로 밤이 깊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 3일에
는 등산화끈을 조여 매고 양산 정족산 산행을 마친 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의 삶터로 향했다. 산줄기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는 인
사와 함께.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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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 : 태달사 증명사진
태달사 선함, 대충산사 강산에님, 태달사 바람처럼구름처럼님,
원타이정님, 준 · 희님, 태달사 그리운산님, 포대님, 요물 [선함님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