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중학교 학부모들은 최대 관심사는 학습이다. 학교가 문을 닫는 때 학원이나 과외 혹은 인터넷 강의 등, 자녀의 성적을 올려줄 곳을 찾는 데 시간과 노력, 자금을 투자한다. 자본 주도 학습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지경. 공부는 결국 아이가 의지를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두가 안다. 부모가 도와줄 수 있지만 어떻게 소화할지는 아이에게 달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 스스로 공부할 거리를 찾아 학습해야 한다. 아직 습관을 잡아가는 중학생 시기가 중요한 이유다.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또래 학생의 일과표를 참고해 자기 주도 학습에 도전해보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도움말 조승우 작가(<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혼자 공부하는 힘> 지은이)
자기 주도 학습, 선택이 아니라 필수
학교로 학원으로 과외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밤늦은 시간에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이 부지기수다. 아이는 늦도록 이어지는 학원 생활에 지치고, 학부모는 높은 학원비 부담에 힘겹지만 불안감으로 사교육을 멈추지 못한다. 이처럼 배움만 있고 공부는 없는 생활은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특히 작은 좌절에도 쉽게 지치거나, 훗날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케 한다.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전략과 방법을 찾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며, 마지막에는 피드백까지 할 줄 아는 역량, 자기 주도 학습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의 지은이 조승우씨는 “여유가 있는 중학생 때 스스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보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했을 때 얼마만큼의 효율과 성과가 났는지 등을 체크해보면서 자신만의 공부 ‘시스템’을 다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고등학교 진학 후 경쟁력이 된다” 고 조언한다.
물론 ‘자녀만의 공부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는 자녀 또래 학생들의 공부법을 들여다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일과표를 살펴 하루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아보면 자기 주도 역량을 키우는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자유학기를 넘어 중학 내신 시험을 치르고, 고교 입학을 준비하기 시작한 중2 학생 두 명의 시간표를 엿봤다. 이를 참고해 겨울방학, 내 아이만의 자기 주도 학습 일과표를 함께 짜보길 권한다.
□ 언제부터 계획표를 작성했나?
중1 겨울방학 때 시작해 지금까지 거르지 않고 쓰고 실천하고 있어요.
□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실천하게 된 계기는?
1학년 자유학기를 마칠 때까지 내 학업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어요. 1학년 겨울방학에 학원을 옮기려고 레벨 테스트를 봤는데 그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고 제 객관적 역량을 깨달았지요.
친구들과의 수준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어요.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으려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현재의 나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발전하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 계획표를 세우기 전 참고한 모델이 있다면?
나만의 계획표를 세우기까지 소위 ‘공부의 신’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공부 습관을 참고했어요. 하지만 잘하는 사람들의 거창한 계획을 따라 하며 좌절감을 맛봤고 결국 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 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 뒤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나만의 일일 계획을 작성하고 실천하는 데 집중했어요.
□ 계획표 작성 전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간의 변화를 꼽고 싶어요. 계획표 작성 전에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산발적으로 생각날 때마다 처리했어요. 하지만, 계획표를 작성하면서 중요도에 따라 할 일을 끝내니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더 많은 일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게 됐죠. 능률이 오르니 자신감도 커졌고요.
□ 계획표를 쓰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보통 ‘날짜/해야 할 일’ 순서로 정리해요. 실천한 목록은 그 옆의 네모 박스에 표시하죠.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일의 계획을 세우기 전, 실천했는지 목표를 이뤘는지를 파악해 백분율로 표시해요. 5개 중 4개를 실천했다면 80 %라 적는 식이죠. 이러면 목표를 이뤘다는 뿌듯함도 생기고, 계속 노력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계획표를 작성할 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어요. 중요도에 따라 쓰되 매일 계획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스스로 몰아붙이지는 않아요. 지치지 않아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조언해준다면?
평소 공부할 때 좋지 못한 습관이나 산만한 주변 환경은 개선해야 해요. 저 같은 경우 동영상 시청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지만 자기 주도 학습을 실천하고자 마음먹은 뒤 휴대폰에서 영상 시청 관련 앱을 모두 제거했지요.
또한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계획표에 오늘 한 일에 대한 비율을 백분율로 나타내 ‘오늘 나는 몇 퍼센트의 할당량을 완료했지?’ 하고 나에게 묻는 식이죠. 달성률이 낮으면 다음날은 무조건 해내겠다는 오기가 생겨 실천하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되더라고요.
□ 언제부터 계획표를 작성했나?
초등학교 입학 후 자기주도 플래너와 하루 일과 계획표를 작성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실천하게 된 계기는?
졸업한 초등학교가 플래너 활용을 강조하던 곳이었어요. 1학년 때부터 플래너를 작성하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 6년 동안 매 해 ‘자기 주도 학습 플래너 상’을 받았어요. 이런 경험이 지금까지 꼼꼼하게 쓰고 지켜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계획표 작성 전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일 일과에서 중요도를 따져 할 일(To do list)을 작성해요. 공부 시간과 휴식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고, 중요한 학습부터 끝낼 수 있어 집중도가 높아지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크죠.
□ 계획표 쓰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월별, 주별로 학교 행사와 과제, 수행, 시험 관련 등의 일정을 꼼꼼히 정리해요. 포스트잇에 그 날 할 일을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정리해 책상에 붙여둔 뒤 완료 혹은 연기, 취소 등으로 결과를 체크해요.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된다’ 등 스스로를 격려하는 글귀도 매일 추가해 동기부여를 하고요.
□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사람이 하나의 습관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66일이라고 해요. 처음에는 스케줄을 세우고 실천하는 게 굉장히 어렵고 힘들 수 있어요. 거창하게 세우지 않았으면 해요.
누구에게 검사받는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계획인 만큼 실천 가능한 것들로 채워나가다 보면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껴 계속 할 수 있을 거예요.
선배에게 듣는 자기 주도 학습 역량 기르는 법
자기 주도 학습법은 개인에 따라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시작은 대동소이하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자신의 공부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주도 학습법과 관련한 저술·코칭 활동을 하고 있는 조승우씨에게 중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자기 주도 학습 역량 기르기 3계명
1.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하라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다면 지난 중간고사 점수는 얼마였고,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스스로 피드백을 해야 한다. 그뒤 이번 기말고사에서는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고 싶은지, 이를 위해 어떤 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마지막으로 자신이 생각했을 때 가장 구체적이고 달성 가능한 계획을 세운다. 공부의 ‘큰 그림’을 바탕으로 디테일까지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2. 다양한 공부법을 벤치마킹하라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모든 시험이 ‘실전’ 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공부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면 쉽지않다. 관련 도서나, 강의 혹은 주변 친구들과 선배들이 알려주는 공부법들을 하나씩 적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현재 중학교 1, 2학년이라면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 나만의 과목별 공부법을 후배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워보자.
3.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라
아무리 좋은 목표와 계획, 그리고 방법이 있다 해도 스스로 그것을 적용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소용없다.
학원이나 과외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시험 기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은 학교와 학원에서 배운 것을 스스로 복습하고,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찾아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