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쉬는 시간. 천장을 보며 중얼거리는 아이, 친구와 마주 보고 연습하는 아이들로 복도가 소란스럽다. 복도에 놓인 책상 앞에는 진지한 표정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유창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1학년 아이들이 외운 생활영어를 엄마들이 체크해 주고 있는 중이다. 용인 서원중학교 엄마 봉사 동아리 '블라블라 맘스' 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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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어 울렁증을 치유하다 |
블라블라 맘스(이하 블라맘)는 용인 서원중학교 영어활성화 교육의 하나로 운영되는 블라블라데이(이하 블라데이)를 위해 2008년부터 시작한 학부모 동아리다. 학생들은 반별로 한 주에 한 번씩 쉬는 시간마다, 회화 교재의 내용을 외워서 블라맘들에게 검사를 받는다. 제대로 외우면 교재와 스티커에 도장을 받고, 성실하게 과정을 마치면 학생부에도 기록이 된다.
블라맘이 하는 일은 아이들의 영어회화 상대가 되어주는 일. 하지만 영어 울렁증은 많은 엄마들의 고질병이자, 치유가 쉽지 않은 증상이 아니던가. 어릴 때부터 영어 교육을 받아온 아이들을 상대로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영어 울렁증이요? 당연히 있었죠. 발음도 자신 없고, 아이들한테 망신당할까봐 걱정도 되었고요. 하지만 몇 번 만에 극복했죠. 엄마들은 책을보고 하거든요(웃음)." 동아리 대표를 맡고 있는 김진영(42)씨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책상과 의자가 있지만 앉아 있는 어머니들은 거의 없다.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로 아이들과 대화에 열중한다.
"열심히 외워 왔는데 하나라도 놓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요. 엄마들은 다 아시겠지만 책을 가슴에 안고 열심히 외우는 아이들을 보면 다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
속 깊은 아이들이 가장 큰 보람 |
쉬는 시간을 이용해 반별로 진행한다지만 한꺼번에 30여 명의 아이들이 몰려들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 중에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있는 아이들이 보여요. 그런 아이들에게는 먼저 다가가서 확인해주고 대화를 나누죠. 짧은 시간이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그 아이들이 먼저 웃어줘요." 그렇게 조금씩 변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자 보람이다. 블라맘들은 요즘 아이들이 이기적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안 하려는 아이, 뒤떨어진 아이들을 먼저 챙겨요." 한경희(39)씨의 말이다. 스탬프를 많이 모으는 우수반은 선물을 받는데, 아이들 마음속에 '우리' 라는 공동체 의식, 함께가려는 '배려' 의 마음이 있더란다. " '이왕 하는 것 다 같이 잘해서 우수반이 되자' 는 공동의 목표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렇게 예쁜 아이들의 마음을 보는 것이 봉사활동을 계속하는 원동력이라고. 블라맘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무엇보다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엄마들의 염려는 대부분 내 아이만 바라볼 때 커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종숙(41)씨는 전한다. |
엄마 아이 학교가 서로 소통하다 |
사실 리포터가 궁금했던 건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불편한 일이 아니었을까? 1학년 문준혁 학생은 처음엔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이 싫었단다. "엄마가 실수할까봐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엄마와 함께 발음 연습을 하니 대화 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무엇보다 엄마가 다양한 아이들을 학교에서 보니까 어지간한 일은 이해해주시고 소통의 폭이 넓어졌죠."
1학년 허원석 학생은 "처음엔 블라데이가 귀찮고 짜증스러웠죠. 하지만 엄마들이 짧은 시간에도 늘 성의 있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것을 보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서원중 김경수 교장은 "어머니들이 학교 교육에 함께 참여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고 말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어머니들의 숨겨진 자원과 능력이 학교 교육에 건전한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어머니들이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카더라' 불만이 줄었어요. 학교 교육과 선생님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학교의 가장 큰 응원자가 되어 주시죠."
학교 정책이 학부모의 믿음과 정성과 만나자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이렇게 생긴 시너지가 건강하고 밝은 학교를 만들고 있다고 김 교장은 전한다. 블라맘들은 '아이들의 비빌 언덕' 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내 자식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아이들' 을 위한 일이어서 더 힘이 난다는 블라맘들에게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아이들과 블라맘들이 만드는 열기가 뜨겁다. 아이들과 눈 맞춰주는 엄마들의 정성은 아이들을 힘나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