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많으신 이삼우 선생님,
요청하신 그러나 부족한 제 연극평론 원고 일부를 아래와 같이 보내드립니다.
엊그제 도착하여 접한
<연극평론> 가을호, 의당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송구스럽지만 제겐 여분이 없습니다.
아래 구입처를 적어보내드림을 관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연극평론 가을호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 katc200@hanmail.net
및
홈페이지 www.ktheatrecritics.com
및
도서출판 연극과 인간 02-912-5000 을 통해 구입 가능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거제에서 질 좋은 공연으로 지역문화를 가장 한국적인 문화로 격상시켜 나가시는 이선생님의 귀한 작업과 극단 예도 모든 분들께 더욱 풍성함 누리시길 기도드립니다.
늘 평안하시고 건승하세요.
김길수 삼가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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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의 공모 놀이와 사유의 예술 철학
-전국연극제 화제작 <<선녀씨 야야기>>와 <<불나고 바람 불고>>를 중심으로
김 길 수
1. 예측 불허의 발상 전환과 창의적인 공모 놀이
-<<선녀씨 야야기>> 공연 미학1
전국연극제 최우수상 수상작 경남 거제 극단 예도의 <<선녀씨 이야기>>(이삼우 작·연출,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는 예측 불허의 발상 전환과 창의적인 공모 놀이로 감동과 사유의 예술 철학을 풍성하게 드리워내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흔히 보는 고인의 영정, 이 연극의 참신성은 벌거벗은 사실주의 재연 화법을 거부하는 데에서 부터 시작된다. 영정 속의 인물, 배우가 실제 그 영정 사진 속으로 들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극 초반부터 범상치 않은 놀이 콘셉트가 예고된다. 죽은 자가 객관적 관찰 대상 내지 수동적 사물로 조망됨이 거부된다. 오히려 이 연극에선 죽은 자가 산자들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심지어 극 전체의 진행과 연출마저 담당한다. 이런 예측 불허의 발상 전환은 공모 놀이의 전략을 가능케 하면서 신선한 반향과 흥미를 유도해 낸다.
죽은 자가 산자처럼 말을 걸어오며 연극 놀이를 주도한다. 죽은 자가 틀극과 극중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충격과 폭로 그리고 놀이극의 묘미를 빚어나간다. 연극은 놀이이면서 성찰을 유도하는 고급 예술이다. 폭로 소재로 고발과 충격 정서를 건드리는 작업, 뒤이어 감추기와 속이기 콘셉트로 해방과 휴식의 놀이 묘미를 자아낸다.
15년 만에 나타난 아들(김진홍 분), 못 다한 이야기, 죽은 자(고현주 분), 얼마나 아들이 보고 싶었으면 그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 하는 걸까. 연극은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관심과 호기심을 유도한다.
놀래 자빠지는 아들, 그러다 어머니와의 못 다한 이야기에 빠져든다는 발상, 주변 사람들의 반응 행동 역시 희극성을 자아낸다. 조카의 눈에 삼촌 종우의 주절거림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보인다. 놀라 도망치며 비명을 지르는 자, 공모 놀이의 묘미가 빚어진다. 공모 놀이와 정보 차이, 이를 통해 관객은 순간 우월적 희극 놀이 쾌감에 젖는다.
극 초반 프롤로그, 객석에 불이 들어오고 상주인 듯한 남자 취객(차병배 분)이 객석을 이리 저리 휘젓고 다닌다. 관객을 잡고 문상객이라 여기며 즉흥 장례 놀이를 펼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시도된다. 함께 울어주어 고맙다 한다. 웃음으로 덕담과 활력을 나누어주어 고맙다 한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실컷 울고 웃는 것, 이를 자기네 예법이라 여기며 취객은 관객과 더불어 웃고 울기 연습을 시도한다. 웃기 놀이 연습, 울기 놀이 연습, 일상의 기존 장례 통념을 뒤집는 신선한 발상이다. 웃음을 나누는 삶, 함께 울며 아픔을 나누는 과정, 이게 인생의 본질임을 예고하는 메타 전략이 극 초반 빛을 발한다.
꼭두 놀이가 프롤로그로 펼쳐진다. 병원에 입원한 어린 아들 종우, 그를 등에 업고 달래는 선녀(김현수 분), 모자간의 애틋함이 동화 꼭두 놀이로 펼쳐진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라 가면...’ 이란 동요 선율이 흘러나온다. 헝겊 인형을 조종하는 꼭두 배우, 그의 연기와 연출 과정이 의도적으로 무대에 노출된다. ‘엄마의 자녀 사랑은 모든 장벽을 뛰어 넘는다’. 이 주제를 암시 예고하는 인형 놀이 퍼포먼스, 관객은 바로 이 라이트 모티브의 변주 과정을 접하면서 놀이와 사유의 쾌감에 젖는다.
죽은 자가 틀극 이야기꾼 역할로 머무르지 않고 극중극 연기자 역할마저 담당한다. 틀극 연출자와 극중극 연기자가 이중창 화법으로 동일 정서를 펼쳐 보인다. 역할 놀이의 변주 묘미가 다채롭게 우러나온다.
죽은 자의 환영이 아들에게 들려주는 사연은 충격적이다. 딸로 태어났기에 당하는 불이익, 폭력 남편을 만나 겪는 억울하고 고단한 여정, 자녀들의 장래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헌신하는 모정이 형상화된다.
장사가 잘되다가도 의처증 남편으로 인해 망가지는 과정, 선녀의 모진 고생과 수난을 어느 누구도 함께 해주지 못한다. 한 많은 여인네의 억울함이 극중극 무대로 펼쳐진다.
혼수 마련을 위해 집 팔아 딸(조진희 분)을 결혼시켰지만 냉대와 박해만이 그녀를 기다린다. 과연 우리는 한 가족인가. 우리는 한 솥밥을 나눈 식구인가. 폭력과 배신, 학대와 냉대로 얼룩진 만남, 이게 과연 가족일까. 이 문제를 놓고 벌이는 모자간의 설전은 지금, 이곳 관객의 문제로 전이, 확장된다. 폭로와 고발 소재는 능동적 사유 유도로 이어진다. ‘이게 과연 인생인가’, 관객은 진한 충격과 고민에 휩싸인다.
십오년 동안 나타나지 않은 아들, 신용 불량 아들을 위해 폐지를 주워 모아 빚을 갚다가 쓰러지는 여인, 이게 어머니로 살아가는 자의 저당 잡힌 삶인가. 이런 질문을 마주하면서 관객은 진지한 사유를 하기 시작한다.
이 놀이 서사극의 매력은 무겁고 어두운 소재 사이로 가볍고 해방감 넘치는 놀이 매체가 설정됨에 있다. 보험사 직분으로 열심히 살아가려다 그만 빚더미에 쌓인 딸(진애숙 분), 이혼을 요구하는 자, 연극배우입네 하며 허세를 부리는 자, 그의 알량한 속내와 비인간적 행태가 고발, 풍자된다. 햄릿이나 리어왕 대사가 윤색되어 이혼 요구 언어로 변조된다. 그 자의 문제 행동이 댄스 스포츠 그림으로 변용된다. 융합하기 힘든 놀이 기호와 이질적 내용물간의 만남, 신선한 볼거리와 이채로운 들을 거리가 제공된다. 그 춤과 언어에 숨겨진 메타 의미, 그 숨은 의미를 발견하고 사유하는 쾌감이 이어진다.
2. 중창 화법과 뒤집기 놀이 묘미
-<<선녀씨 야야기>> 공연 미학2
이 연극은 창의적인 중창 화법으로 서사 놀이의 미적 스펙을 풍성하게 확장시켜 놓고 있다. 투신이라는 절박 상황이 두 배우의 중창 화법으로 변주되면서 코러스 놀이 맛깔이 우러나온다.
틀극 진행자인 선녀(고현주 분)가 극중극 안으로 직접 들어가 젊은 선녀(김현수 분)의 절박한 심정을 함께 변주해 나간다. 정서 스펙의 차이, 한 배우는 극중극 현장 속의 인물을 담당한다. 다른 배우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조망해 나가는 극진행자 역할을 맡는다. 현장 인물의 정서 스펙과 인생 관조자의 시선이 만나고 충돌하면서 절묘한 중창 낭송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언어 발성, 스펙 차이, 볼륨과 음성 진폭의 차이, 이를 리듬감 있는 화성 음색으로 펼쳐갔다면 더욱 멋진 공연성이 우러나왔을 것이다.
선녀가 한글을 깨우치는 장면 역시 절묘한 기호 놀이의 맛을 자아낸다.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 받는 자의 행동 재연은 철저히 생략된다. 배우의 육체 언어가 한글 기호로 변용된다. 깨우치기를 향한 놀이 기호로의 형상화 작업, 인간 육체 언어의 무궁무진한 변용 가능성이 암시되면서 소꿉놀이의 맛깔이 우러나온다.
이 연극의 또 다른 매력으로 뒤집기 놀이 전략을 들 수 있다. 현실을 꿈으로, 꿈을 현실로 착각하게 만들어가는 마법의 스토리텔링의 전략이 선을 보인다.
(중략)
전국연극제 화제작 <<선녀씨 이야기>>와 <<불나고 바람 불고>> 공연은 무엇보다도 참신한 공모 놀이 유발 코드와 사유 유발 전략으로 공연의 미적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확장시켜 나갔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문화 탐구 현상으로 기록될 필요가 있다.
김길수
국립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평론집『엔터테인먼트시대의 한국연극』, 『우리시대 삶과 연극의 조망』, 『남도의 희곡미학』외, 여석기연극평론가상, PAF비평상 수상, 지역연극 창작현장과 지역 연극교육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극평론 2012년 가을호 76-80쪽
2012년 9월 1일 발행일
첫댓글 음~~~~~~~~~~~~~~~이래서술적으로 풀어놓으니 진지해지네
음~~ㅎㅎ
연극이....이렇게 어려운 언어로 표현되어지면 ... 객석에는 누가 앉아 있을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