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연쇄살인범'은 김남일이었다. 세네갈의 골잡이
디우프가 그렇게 불렸지만, 미드필드만 넘어오면 싹 쓸어버리는 저격수
김남일이 한 수 위. 얼마나 깨끗이 치웠으면 히딩크가 '진공청소기'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을까.
필드의 장애물을 척척 치워버리는 김남일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월드컵 관련 게시판마다 김남일에 대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저
심각해요, 김남일 선수 생각에 잠을 못자요(hjh856(마이클럽))' '넘 터프하고 멋있어서
… 죽는 줄 알았슴당(kangi95(다음))' 등 김남일에게 반했다는 이야기는 기본. '고등학교
때 일화' '호텔 잠입기' 등 '스타 김남일'에 대한 온갖 에피소드들이 게시판을 장식하고
있다. 월드컵 초반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던 최고 스타인 안정환의 인기에 버금갈
정도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인한 승부근성을 갖춘 김남일이 축구 마니아뿐 아니라 '축구
문외한'인 여성들의 사랑들까지 독차지하게 된 계기는 지난 5월 프랑스와의 평가전
때.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에 밀리지 않고, 상대 공격수들을 깨끗하게 막아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 특히 지단과 당당히 '맞짱'을 뜨는 모습이 화면을 장식하면서
이에 반한 여성팬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솔직담백한 성격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김남일은 인천
앞 바다 대무의도에서 태어난 '섬 개구리'. 결코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오늘날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는 점도 그의 인기를 부채질 하는 요인 중 하나. 또 고 1때
축구부 집단 탈퇴를 주도한 뒤 다른 친구들이 복귀한 뒤에도 8개월간 웨이터 생활
등을 전전하다가 아버지의 눈물 때문에 결국 축구부로 되돌아온 일화 등이 소개되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반한 팬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회사원 전준희씨(29)는 "솔직히 월드컵 전엔 김남일 선수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젠 신상명세를 줄줄 꿸 정도로 열성팬이 다 됐다"며 "어떤 순간에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김남일 선수의 강렬한 눈빛만 봐도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속이
후련해진다"고 말했다.
< 전상희 기자 frog@>
귀여운
난폭자 "무서울게 없다"
김남일 매력 포인트
김남일은 귀여운 난폭자
김남일이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불타는 전의'는 지난 한-미전 때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달려들던 김남일이 튀어나온 공을 되차 넣으려는 순간
미국 선수가 태클을 해 실패했다. 순간 흥분한 김남일이 미국 선수와 얼굴을 마주보고
서자 미국 선수 8~9명이 김남일을 둘러싸는 '험악한 분위기'가 됐다. 누구나 간이
오그라들만한 9대 1의 순간이었지만 김남일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숨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을 앞두고 기자들이 "이탈리아 선수 중에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봤고 김남일은 "그럴만한 선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토티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말에 대한 화답이었던 셈.
미국전 때는 송종국이 미국 선수와 몸싸움을 하던 중 손가락 부상을 당하자 김남일이
그 미국 선수에게 다가가 "죽고 싶냐"고 했다는 글이 각 게시판에 올라있다..
GTO냐 윤도현이냐
토루 후지사와라는 일본 작가의 만화 'GTO'(Great Teacher Onizuka)의 주인공과
김남일은 외모와 캐릭터이미지가 비슷하다. 이 만화는 금발에 귀걸이를 한 폭주족
출신의 교사가 학생들과 어울려 훌륭한 스승의 상을 만들어간다는 학원 코미디물.
뿐만 아니라 김남일은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의 주인공 윤도현과도 빼다박은 듯
닮아 팬들로부터 '매력만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이형석 기자 evol9099@>
e-세상속
김남일 유머-실화
공포의 태클 고액 연봉자들이 사라져
간다"
어떤 스타플레이어와의 경기에서도 기죽지 않고 배짱
두둑한 경기를 보이고 있는 김남일.
그에 관한 인기는 인터넷에서도 짱이다.
팬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에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김남일의 매력 언행'.
< 이화순 기자 may@sportschosun.com">may@>
"아, 내 연봉에서 까라고 하세요!"
한국과 프랑스 평가전에서 지네딘 지단이 김남일의 태클로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는
뉴스 후, 기자가 "어떡하냐…지단 연봉이 얼만데…" 라고 걱정스레 묻자,
김남일 왈 "아, 내 연봉에서 까라고 하세요!!"
"그가 나올때마다 소리소문없이 고액 연봉자들이 사라져
간다."
김남일이 나올 때 마다 그의 밀착 수비 혹은 격한 태클로 세계적 고액 연봉자들이
움쭉달싹 못하자 이를 두고 하는 말.
▲"머리에 든 게 없어서요"
한 방송관계자가 "어떻게 김남일 선수에게 축구를 시키게 되셨어요?"
라고 묻자 그 부친 왈 "머리에 든 게 없어서요!"
모두의 할말을 잊게 한 아버지의 말씀. 그렇지만 초등학교 초반까지 김남일의 성적표는
대부분 수 또는 우뿐일 정도로 공부를 잘해 가족이 축구를 반대했다고 하니 부친의
말은 겸손이었다. 너무 솔직한 아버지의 대답 덕에 부전자전 김남일 선수의 인기는
더욱 증폭일로.
"조폭이요!"
김남일 선수한테 "축구 선수 아니면 뭐가 되었을 것 같아요?"라고 묻자,
그의 화끈한 대답 "조폭이요!"
"18XX"
폴란드전에서 쉬비에르체프스키와 몸싸움 후 김남일이 '18XX'라고 외치자, 놀란
쉬비에르체프스키가 김남일에게 다가가 조용히 사과했다. 그외 미국전에서도 김남일은
혼자 미국선수 5명, 9명과도 기죽지 않고 싸우는 배짱을 보였다.
"용감무쌍 남일이형"
지난 전지훈련에서 우루과이와의 경기 전 일화. 우루과이의 한 미녀 탤런트가 찾아와
자국 선수들에게 차례로 키스를 해주었다. 맞은편에 서있던 한국팀 모두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김남일이 혼자 조용히 우루과이쪽 줄로 옮겨갔다. 그리곤
아무일 없다는 표정으로 그 미녀가 다가오자 볼을 '쑥' 내미는 것이 아닌가. 경기
전 잔뜩 긴장된 순간에 한국팀은 모두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