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간, 이 곳 카페의 분위기도 알 겸 지난 글들을 주욱
읽어 보았어요.
한 개의 글에 달린 많은 꼬리 글은 정말 애정어린 모습들로
내가 몰랐던 남자들의 정서를 세삼 느끼게 해 주었답니다.
지금쯤 제주도 한라산의 멋진 산행을 다녀오신 산케 친구들은
행복한 숙면에 고운 꿈 꾸시리라 생각해요.
(사진보며 정말 넘넘 부러웠어요.
대장님+ 회장님! 담에 기회 또 있을까요?)
저희 가족(남편, 딸, 나)은 오늘 아들 면회를 다녀 왔어요.
지난 여름 방학에 기숙사 학원을 보내달라 하여 보내줬는데
나름대로 성공한 시간이었나봐요.
그래 이번 겨울에도 또 보내 달라해서 마침 경남26 동기이신 서진학씨가 운영하는
학원이 있다하여 반 친구 한명과 함께 짐을 싸 보냈는데....
도착해 보니 학원은 남양주군 수동면 축령산 휴양림 바로 아래 자리잡고 있었는데
좀더 일찍가서 산행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 고2가 되니 울 남편이 젤 늦둥이 자식을 둔 것 같네요.
부모로써 아이에게 인생의 조력자는 되어도 그 인생을 간섭하고 요리하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욕심을 버릴 수가 없나봐요.
아니, 그것은 나의 욕심이 아니라 자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내 자신을 합리화 시키곤 했지요.
휴가도 반납하고 (고1년생은 다 가고 고2는 울 아들과 친구1, 고3과 재수생11명만 남음)
공부하겠다는 아들이 안스러워 저녁이라도 사 먹여야 겠다고 찾아갔지요.
잠깐 면회는 되도 외출은 안된다는 관리 부장님에게
내자식만 빼서 먹이기 미안해 잔류하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위해 산
햄버거와 콜라,통닭을 내밀며 간신히 한시간 반의 시간을 얻어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과일을 못 먹었다는 아들의 말에 슈퍼를 찾아 귤 한봉지를 사주니 몰래
갖고 들어가야 한다네요.
결국엔 또, 열심히 하라는 말 밖엔 해 주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어요.
"올 입시를 치룬 산케 가족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빌어봅니다"
* * * * * * * * * *
몇번이나 읽고 또 읽은 아들에게서 온 편지를 공개 합니다.
할머니, 아빠, 엄마, 누나에게 지환이가 쓰는 편지....
보고싶은 우리 가족 여러분
아시다시피 우리집 기둥이자 희망인 지환이는 여기 남양주에 있는
민족 인재 사관 학원에서 열심히 수련을 하고있는 중이랍니다.
가족들 모두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지만
아들의 공부가 방해가 될까봐
전화를 한번도 안 해주신 엄마 덕분에 가족들 생각하고 있을 시간에
조금이나마 공부를 더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참고 : 여기서는 전화 못함)
물론 다 들 잘 계시겠지요?
저도 역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고, 급식이 좀 맛이 없다는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기 생활을 말씀 드리자면,
여기서는 신문을 안 보여주기 때문에 바깥 세상 소식을
못 듣고 있어서 무척 심심합니다.
그럴때면 전국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습득하고 있습니다.
다 공부를 위한 것이니 너무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니냐 라는 생각은 안 하셔도 됩니다.
여기는 잔듸 축구장이 있어서 지난 주말에는 1,2,3 학년 끼리 축구도 하고
탁구도 치고 농구도 했습니다.
공부는 아침 8시 부터 4시까지 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에는
독서실에서 자습을 합니다.
솔직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좀 불편하고 시설들이
사진이랑 차이가 좀 많이 난다는 것외에는 다 좋습니다.
요번주 일요일(16일)부터 3일간 휴가가 있지만
저는 승준이와 여기에 남아 남들 쉴 때 공부 하라는 아빠의 말씀을 받들어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엄마, 아빠, 누나, 할머니 다 보고 싶지만 만날 수 없기에 이 잠시동안의
헤어짐이 더 아름답고 간절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그러니까 30일 후에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해서
달라진 모습 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할머니! 건강하게 잘 계시지요?
저희들이 챙겨 드려야 할 할머니께서
엄마 허리 아프다고 걱정되셔서 오신 할머니,
할머니가 계셔서 집안에 왠지모를 허전함이 없어진 것 같아 무척 좋았어요.
할머니, 보고 싶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여기와서 집중이 안될때 아빠가 해 주신 말씀들을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어요.
아빠, 보고 싶어요.
엄마, 나 없으니까 집도 안 더러워지고 신경쓸 일 없으니까 편하겠지? ㅋㅋ
그래도 난 엄마가 제일 좋은 거 알지?
보고 싶어요, 엄마.
누나, 누나도 이제 4학년이네.
누나를 위해서도 우리 가족을 위해서도 열심히 해, 나도 열심히 할께.
누나도 무척이나 보고싶다( 피아노, 바이올린 연습해서 나 가면 멋있는 곡 하나 들려줘)
선생님이 편지 빨리 안 내면 안 보내 주겠데. 빨리 써야지.
마지막으로 모두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좋은 모습으로 만납시다.
good-bye~~
p/s 여기서도 조인성으로 통하고 있음. 히히
2005년 1월 11일 화요일 잘생긴 아들 지환 올림
카페 게시글
산케 게시판
잠 안오는 밤에.......
이경희
추천 0
조회 73
05.01.17 02:41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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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허...아들 면회 갔다왔다길래 군 면회줄 알았더니. 고 2 학원 면회군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그려집니다. 잘생기고 착한 아들 두어 든든한 마음일 것 같군요. 부디 화목한 가정에 축복 가득하길 빕니다.
재영이의 성실성과 부지런함 경희씨의 끼있는 예술적 감각과 섬세함을 닮은 아들 지환이인것 같다 내년에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해본다 지환이 화이팅...
정말공부안하는 우리집녀석하고 비교되네. 군대서 외박나왔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라면봉다리에 물붇고 그릇없이 라면끓이는 방법을 배웠는지....나는 새벽한시에 자러갔는데 이넘은 도대체 몇시에 들어왔을까...ㅋ
우리 큰 애도 서진학이 원장으로 계시는 수동의 기숙학원 출신이요~재수헀는데~그 학원에서 수능성적이 무려 100점이나 상승했다오.그전에 워낙 농땡이를 쳐서 그러기도 했지만..
방학때에 기숙사관학교엘 들어간 것 같으이 .. ㅎㅎ 늦깍이랑 오손도손 하는 모습이 참 부럽구마 ..! 녀석 무슨 집안 응원단장 출신인지 가족들 하나하나 칭찬에 빠짐이 없으니 ~~ 히죽히죽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길을 잘 못들어 2시간 넘게 걸려서 찾아 갔다오.깨끗하고 최신식 시설의 기숙학원이 모든 면에서 관리가 잘 되고 있음을 보고 안심은 되었으나 집 떠나 있는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마음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한2년전인가...여학생들 같이 축령산을 갔다온 기억이 있는데,별로 험하지도 않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산. 따뜻한 봄날에 도시락 싸가지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소.
허~母傳子傳이네~ 글솜씨가- - -(성승모)
오~호! 기특한지고 어쩜 그리 착하디 착한아들이... 정재영씨 꼭 빼닯았나봐요 꼭 잘 활용해서 원하는데로 잘이루길...지환아 ! 엄마가 너많이 보고싶다고 눈에 뭔가가 맺히던데...화이팅! 이경희씨! 부럽구먼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