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뜻으로 본 한국 역사 } 리뷰
기독교 세계관과 치유 윤리
김 경 호 교수님
김민홍(21254501,박사1학기)
이 책의 저자이신 함석헌 선생님은 190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나 해방 전까지 교사로 활동하다가 해방 이후 전쟁과 분단, 독재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모두 겪으신 이후 1989년에 사망하신 기독교 사상가요 인권운동가로서, 언론인이기도 하며 퀘이커 교도이시기도 하다.
함석헌 선생님은 한국의 역사를 고난의 역사로 보면서, 한국의 역사가 왜 이런 고난을 겪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 한국 역사 속에 숨은 하나님의 큰 뜻을 파악하여 미래에 세계사에서 한국이 담당해야 할 사명을 일깨우고자 이 책을 저술하게 되셨다.
1932년에 함석헌 선생님은 무교회주의 모임에서 강연한 내용을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라는 제목으로 『성서조선』에 연재했고, 해방 이후 이를 단행본으로 출판했다. 여기에 해방과 6.25를 덧붙여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라는 제목으로 1954년 증보개정판을 내셨고, 1961년에는 내용을 대폭 수정하여 『뜻으로 본 한국역사』 3판을 발간하였다. 그 후 1965년에 다시 4.19와 5.16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평가를 덧붙여서 4판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총 4부 3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해 보면, 제 1 부에서는 새로 고쳐 쓰는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가장 먼저 인생과 역사에 대해 강조하면서 개인적인 인생과 시대적인 흐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세계사상은 바로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이며 이러한 세계역사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역사의 생명은 바탕으로서의 사실보다 사실의 뜻을 붙잡는 해석 즉 사관이 중요한데 특히 우주는 자연발생적으로 된 것이 아니고, 우연히 된 것도 아니며,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으로부터 나왔기에 모든 일에는 목적이 있다는 종교적 사관을 주장하였다.
저자는 역사를 발생기, 성장기, 단련기, 완성기 이렇게 네 시기로 구분하였고, 역사에는 지리와 민족 그리고 하나님의 뜻이라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관련하여 한국 역사의 특성을 설명했는데, 한반도의 위치는 강하면 주변을 모두 통치할 위치이지만 약하면 계속 침략을 받는 위치라고 하면서 한반도의 지세를 살피면 민족이 커지기 힘들다고도 하였다.
한국 민족의 특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한마디로 착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각성이 없고 나태하며, 깊은 사색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래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정신문제이며 여기서 고난이 온다고 하였다.
제 2 부 올라가는 역사 내려가는 역사에서는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 사료를 보관하는 습성이 없고 또한 고난의 연속이기 때문에 많은 사료들이 소실되었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1200년간 이어온 단군 조선이 사라지게 된 이유는 외부의 침입에 의한 것이 아니고 청동과 철이 나타나고, 여러 부족들이 점점 커지면서 수백 개의 조그마한 나라들이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때 나타난 대표적인 나라들이 부여, 읍루, 옥저, 졸본 등등이다. 그야말로 단군시대이후 열국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데 저자가 우리나라 역사 가운데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삼국시대 때 고구려가 갑자기 멸망하고 신라가 통일을 했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지금과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생겼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통일 신라가 무너지고 고려가 세워지기 전에 궁예가 후고구려를, 견훤이 후백제를 세운 것도 안타깝게 생각하였다. 그 후 고려가 세워졌지만 고려가 잃어버린 자신감을 유교에서 찾고 중국에서 찾는 바람에 우리나라에 온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탄식하였다.
이때 고려가 완전히 유교에 치우치면서 중국을 거스르면 안 된다는 잘못된 논리가 작동하여 그 결과로 나라의 발전을 막는 방해 역할을 하였고, 그때부터 묘청의 난, 자겸의 난 그리고 중부의 난 등이 터지고 급기야 여진족까지 쳐들어오는 일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혼란한 시기에 부패와 타락의 극치로 만들어진 고려자기는 그 빛을 발할 수 없고, 몽고의 침입으로 임금이 강화도로 피신하면서 종교의 힘으로 나라의 안위를 지키려고 백성들에게 만들라고 한 팔만대장경 또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지적하였다.
아울러 고려 말의 큰 두 기둥이었던 최영과 이성계가 서로 싸움으로 이성계에 의해 최영이 죽고 훗날 정몽주도 피살되면서 고려는 무너지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제 3 부 났느냐 났느냐 났느냐에서는 조선 오백년의 역사 가운데 클라이맥스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세조시대를 다루고 있다. 세종이 잘하려고 했지만 세종의 뒤를 받쳐주던 집현전 학자들이 비록 똑똑하였으나 민족을 자각하는 역사의식이 없이 오직 권력의식이나 지배자 의식 밖에 없음으로
세종이 세운 토대를 완전히 무너지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조가 나라를 다스림으로 불행의 역사가 시작되었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육신과 생육신이 실패하고 죽음으로서 이 땅에 의인의 피를 남겼다고 표현하였다. 그 후 예조와 성종에 이르는 동안 겉으로 보기에는 정치와 경제가 안정된 것처럼 보였지만 김시습과 연산군을 통해 민족의 정신이 미쳐가고 황폐해져가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기도 하였다.
명조와 선조 때는 역사가 평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으나 당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고 이런 혼란스러운 민족의 정신을 치유하고자 율곡이 노력했으나 문제는 율곡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좋은 말로 화해시키려고 함으로서 양쪽으로 오해를 받고 결국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렇게 조정이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사이 결국 임진왜란이 발발하였고, 이때 살아있는 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뒤이어 병자호란이 일어났으나 임경업 장군이 잘 방어했지만 그도 결국 적국인 청나라에 포로로 잡히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인물됨을 알아 본 청나라의 태종이 그를 풀어주어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역적으로 몰려 안타까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참으로 기가막힌 역사가 아니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전쟁을 통해 민족이 정화되면서 영,정조 시대에 탕평책을 실시하고, 실학이 등용되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양의 종교인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새로운 정신이 필요했기 때문에 불교와 유교가 아닌 새로운 종교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
저자는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와서 할 일은 계급주의를 깨뜨리고 사대 사상을 없애며 숙명론의 미신을 없애는 것이라 했는데, 천주교는 민중교육을 하지 않음으로 이것을 실패했다고 진단하였다. 하지만 개신교가 들어와서는 신교육도 활발해지고 병원이나 학교, 신문, 잡지 등의 많은 일들이 생기면서 민족의 기운을 많이 바꿨다고 하였다. 그러나 1910년 8월 28일 한국은 일본에 병합되는 안타까운 역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도둑처럼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때 한국은 기술이 부족했고, 국가사상이나 민족의식, 역사의식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와중에 6,25 전쟁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6,25는 새날의 시작이라고 평가하였다.
제 4 부 고난에 뜻이 있다는 부분에서는 우리 민족은 고생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나온 사람들과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고난에는 생명의 원리가 담겨져 있고, 하나님의 뜻이 담겨져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싶으면 할 일을 발견해야 되는데 즉 사명을 인식해야 된다고 강하게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항상 만주평원을 생각해야 하며, 진리를 위해 새로운 종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끝으로 우리의 의식은 외국 원조를 믿지 말고 오히려 항상 깨어가고 있어야 함을 간절하게 당부하였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뜻으로 본 한국역사』라는 이 책은 일찍이 소문을 들어왔기에 읽어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던 차에 이번 수업을 통해 읽게 되어 가장 먼저 반가웠다.
특히 함석헌 선생님의 인문학적 역사 지식의 해박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고, 자신만의 종교적 사관을 가지고 5천년 우리 역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어 보셨다는 점에서 고개가 저절로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가장 먼저 깨달은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져 서로 싸우고 있는 형국인데, 이런 싸움이 역사적인 근원과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역시 과거의 우리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진단할 수 있고, 미래의 갈 길을 볼 수 있다는 말씀이 헛된 말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자신이 안타깝게 여기는 지점은 개신교가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함석헌 선생님의 지적이었다. 저자는 한국 정신의 핵심을 종교에서 찾았고, 그 역할을 한국 역사 가운데 유교와 불교가 감당했지만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하였다.
이때 등장한 것이 천주교였으나 이 역시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였고, 뒤이어 들어온 개신교 역시 초창기의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해방 이후 근대사회에 들어오면서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서 목사인 한 사람으로써 마음이 많이 아팠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나의 책임도 포함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난의 역사 그 자체였던 한국의 역사가 고난 앞에서 좌절하거나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극복하여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상승시켰다고 나 스스로 믿고 확신하고 있기에 한국 역사 뿐만 아니라 개신교에 대한 소망을 다시 한 번 가져보고자 다짐하였다.
분명 5천년동안 겪은 고난의 경험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듯이 우리들은 극복할 것이고, 주님이 언제 오실지 모르는 말세지말 이 시대에 복음으로 무장한 우리나라에 또 한 번의 기회는 찾아오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내가 이러한 확신을 갖는 이유는 함석헌 선생님께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에는 분명 하나님의 뜻이 담겨져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인도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역사를 이끌어 가실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경험한 고난의 역사를 통해 이 세상에 평화를 위한 역사, 세계를 제패할 역사,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역사, 마지막에 구원받을 역사를 이루어 가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내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확신하는 바는 우리나라가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하면서, 역사의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의 마지막 뜻을 이루어 드리는 놀라운 환희의 순간이 오리라는 사실이다. 이런 자랑스러운 우리의 모습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되는 기쁜 희망을 품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