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정흥준 기자] 한약사에 인수됐던 서울 서초구 대형약국의 새 주인으로 30대 여약사가 나타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남긴 불씨는 여전히 지역 약사회를 통해 번져나가고 있다. 또다시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빨리 법 개정을 통해 약국과 한약국을 구분하고, 면허범위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지역 약국가에 따르면 서초 대형약국을 한약사로부터 재인수한 약사는 30대 여약사로 조선대학교 약학대학 출신이다. 그동안엔 경기 지역에서 활동을 했던 약사로 알려졌다.
이 약사는 지난 9일 밤 계약을 하고 앞으로 약 2~3주간 인수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 약국장으로 본격 운영을 맡게 된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기존 약국장이 한약사에게 약국을 매도하는 것이 알려지면서였다. 조제까지 이뤄지는 약국인데다 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형약국이었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 부산, 인천 등 지역 약사회들이 회원들에게 발송한 안내 문자.
결과적으로 적임자를 다시 찾으며 수습이 됐지만 지역 약사들은 향후 반복될 문제들을 우려하고 있다.
10일 인천과 부산, 수원, 안산, 은평 등의 지역 약사회에서는 한약사에 약국을 양도하지말라는 취지로 회원 안내를 실시했다.
이들 약사회는 "약사를 고용한 처방조제까지 하고 있는 한약국이 우리 주변에 침투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약국 매매시 주의를 부탁한다"면서 "또 한약국에 취업해 청구를 대행하는 일과 약국에 한약사를 고용하는 일을 금해달라"고 회원 문자를 발송했다.
경기 A약사는 "인천을 시작으로 지역별로 단체 문자가 발송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약사들은 이번 논란을 만화로 그려 공유하고 있다. 이번 일로 지역 약사회들이 문제 의식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약사들은 대한약사회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서울 B약사는 "이건 약국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역 곳곳에 유사한 사례들이 있고,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다"면서 "만약 이같은 형태의 약국 운영이 계속 용인된다면 약사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교과과정만 봐도 4년제와 6년제로 차이가 나는데 똑같은 약국을 운영할 수 있다면 불공정하다고 느끼지 않겠냐"고 했다.
B약사는 "대한약사회 현 집행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 약사회가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고 계속 끌고 오기만 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약사회는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당장 하기 어렵다면 대책 마련에 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