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F6C 발키리, 플랫6 크루저의 귀환(펌)
혼다는 세계적인 경기 위축과 이로 인한 판매부진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생산기지를 다양화하고, 플랫폼을 공유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반면, 동일한 엔진을 베이스로 각기 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다양한 모터사이클을 개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그리고 보다 대중적인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NC700X, CB500R, CTX 등 혼다 뉴모델의 경쟁력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은 비단 엔트리 클래스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혼다는 최근 자사의 최고급 투어링 모델인 골드윙의 1,832cc 수평대향 6기통을 엔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골드윙을 베이스로 한 F6B가 출시됐으며, 올 해는 2003년에 단종된 발키리(VALKYRIE)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시킬 예정이다.
발키리는 1996년 미국에서 처음 공개되어 2003년까지 생산된 혼다의 대표적인 아메리칸 크루저이다. 공식 모델명은 GL1500C. 이 역시 골드윙의 1,520cc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장착한 크루저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유럽에서는 F6C(플랫 식스 크루저의 줄임말)로 출시되었다.
1996년에 데뷔한 발키리 GL1500C
발키리는 출시되자마자 미국과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는 골드윙 보다 가볍고 부담 없는 차체에 낮은 시트고로 인해, 수평대향 6기통 엔진에만 집중할 수 있는 발키리만의 실용성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명 커스텀 빌더들의 손길을 거쳐, 류진(Ryujin) 또는 드래곤 킹(Dragon King)이라는 드래그 머신까지 등장해 인기를 더했다. 기존의 V형 2기통이라는 전통 아메리칸 크루저의 엔진 레이아웃을 벗어난 발키리의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그 존재만으로도 새로운 개념의 퍼포먼스 크루저의 시대를 열었다.
2004년 한정판으로 출시된 룬은 1832cc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했다.
하지만 발키리는 크루저의 본고장인 미국 현지에서 생산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 기종들의 끊임없는 진화와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밀려 십 년간 이어온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그나마 2004년 혼다가 골드윙에 새롭게 장착된 1832cc 엔진을 적용한 발리키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인 RUNE(룬)을 출시했지만, 당시의 골드윙보다 비싼 판매가로 인해 말 그대로 한정판으로 머물고 말았다.
발키리의 베이스 모델인 골드윙
발키리가 단종된 지 십여 년. 강산이 변하는 시기인 만큼 발키리의 모체였던 골드윙도 진화를 거듭했다. 첨단 전자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은 물론, 에어백까지 추가된 것이다. 또한 젊은 감성의 F6B가 출시되어 보다 공격적인 스타일을 원하는 라이더까지 포용했다.
하드 배거 스타일의 F6B
이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F6B가 새로운 발키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혼다는 예상을 깨고, 1832cc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장착한 발키리를 작년 도쿄 모터쇼를 통해 발표했다. 풀페어링을 생략해 F6B보다 간결한 이미지의 발키리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을 지향하면서도, 기존 크루저 장르의 감성을 살린 스타일로 거듭났다.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십 여년만에 돌아온 발키리
F6B가 골드윙을 재단해 심플한 스타일을 연출했다면, 새로운 발키리는 헤드라이트를 비롯해 연료탱크, 리어 휀더에 이르기까지 볼륨을 더하면서 미니멀한 스타일을 지향한다. 여기에 배기량 1832cc의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장착해, 마치 아메리칸 머슬카를 연상케 한다.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장착한 라인업 중, 가장 가벼운 무게를 지닌 발키리
골드윙이나 F6B에 적용된 프론트 페어링과 수납공간이 생략된 덕분에 차체 무게가 가벼운 점이 특징이다. 발키리의 장비중량은 340kg(ABS 모델: 342kg)으로 F6B보다는 43kg, 골드윙과 비교해서는 무려 71kg이나 가볍다.
골드윙과 F6B에 장착된 1832cc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은 최고 118hp의 출력과 최대 167Nm의 토크를 낸다.
때문에 118마력에 달하는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의 최고 출력은 가벼운 차체로 인해, 고속으로 이어지는 출력 특성이 한층 신속 할 것으로 기대된다. 4,000rpm의 저회전 영역에서 분출되는 167Nm의 최대토크도 마찬가지. 리어 타이어를 통해 가감 없이 전달되는 농밀한 토크감으로 보다 박진감 넘치는 주행성능을 실현했다.
기존의 발키리 역시 전 영역에 걸쳐 부드럽고 고른 출력특성을 자랑하는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의 매력에 집중하기 위한 모델인 만큼, 새로운 발키리도 동일한 콘셉트를 계승했다. 무엇보다 골드윙과 차별화된 주행성능을 위해 휠베이스의 간격을 1706mm로 길게 설정했다. 여기에 앞뒤 휠은 각각 19인치와 17인치를 적용해 직진주행에서의 안정성을 높였다. 시트고도 731mm로 740mm인 골드윙보다 낮은 편으로 정지상태에서의 발착지성이 뛰어나다.
또한 45mm 구경의 카트리지 타입 프론트 포크와 전용 설계된 리어 싱글 사이드암이 장착되어 차체 중량 배분을 50:50으로 실현했다. 덕분에 차체가 기울어지거나, 방향전환 시 골드윙에서부터 이어져오던 안정적인 균형감각은 그대로 이어졌다.
브레이크는 프론트에 310mm 더블 디스크를 채용했으며, 리어에는 316mm 싱글 디스크로 골드윙과 동일한 사이즈를 채택했다. 특이한 사항은 플래그십 모델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ABS가 선택사양으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발키리는 골드윙과 F6B와 달리 달리기 성능에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강하다.
역동적인 운동성능을 만끽하기 위해 라이딩 포지션도 F6B보다 적극적이다. 스텝의 위치는 F6B 보다 15mm 올라가 연료탱크에 니그립을 하기 수월해졌으며, 핸들은 시트 쪽으로 38mm 정도 긴 타입이 적용되어 방향 전환이 수월하다.
완전히 새롭게 부활한 발키리는 갑옷을 벗은 전사의 모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장거리 투어링에 특화된 골드윙의 편의성은 찾아볼 수 없는 발키리만의 구성은 모터사이클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