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윤사랑 기자]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후보자들의 배우자들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배우자 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 관련 의혹과 논란들이 대선판을 뒤흔들었다.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던 대선이 끝이 나고 승자와 패자의 부인의 상황도 희비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2022.04.04. 뉴시스
- ‘배우자 리스크’ 대선정국 흔들던 김건희 김혜경, 대선 결과 희비 갈려 - ‘언론의 김건희 띄우기, 이재명 죽이기?’ 불만 폭발하는 민주당
역대 그 어느 대선보다 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역대 1·2위 후보 간 최소 득표율 격차( 0.73%포인트)라는 기록과 함께 승자와 패자를 남겨두고 막을 내렸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푸념이 나왔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각종 논란과 의혹이 하루가 멀다하고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선후보들의 배우자 문제도 한몫했다. 윤 당선인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대선 기간 내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경력 허위 기재 의혹,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등 각종 의혹과 일명 ‘7시간 통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선 판을 들썩이게 했다.
김 여사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베일 속’ 행보를 계속하면서 민주당에서는 “커튼 뒤에서 수렴청정”이라는 공격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 여사가 언론의 취재를 피하기 위해 옷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수행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에 의해 목덜미가 잡힌 채 몸을 감추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에 이재명 전 후보는 김건희 여사와 대조 전략을 구사하며 배우자 김혜경 씨를 선거전 전면에 내세웠다. 김씨는 때로는 이재명 전 후보와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며 선거 운동 일정에 동행했고, 때로는 개별 일정을 소화하며 내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후보 측은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부부 케미’ 부각 전략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이재명 전 후보에게도 결국 시련이 찾아왔다. 김씨의 ‘황제 의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의 집중 공격이 쏟아졌다.
결국 여야 대선후보 모두 ‘배우자 리스크’에 허덕이게 되면서 대선 정국은 더욱 더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 김건희 여사와 김혜경 씨가 각각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전 후보와 함께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볼 수가 없었다. 여야 대선후보들의 배우자들이 모두 대선 기간 각종 악재에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대선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여유있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됐고, 김혜경 씨는 이재명 전 후보의 패배로 우는 날이 더욱 더 길어지고 있다.
3.9 대선 투표하는 김혜경 여사, 뉴시스
같은 날 나란히 상반된 소식, ‘탐지견과 한컷’vs경찰 '압색’
두 사람의 이 같은 엇갈리는 처지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4일 김건희 여사와 김혜경 씨 관련 기사가 동시에 나왔다. 이날 김 여사가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 앞에서 경호를 맡고 있는 경찰특공대 폭발물 탐지견을 안고 찍은 사진이 ‘독자 제공’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관련 사진을 보도한 언론은 김 여사가 최근 자택 근처에서 이웃 주민들에 의해 목격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언론은 김 여사가 안경을 착용하고, 격식 없는 후드티와 청치마 차림으로 탐지견을 끌어안은 모습을 보였다며 이웃 목격담 형식으로 김 여사의 사진 속 모습을 설명했다. 또 김 여사가 대형견이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자연스럽게 다가가 친근감을 표시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또 같은 날 김건희 여사가 비공개 상태였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공개로 전환했다는 소식도 언론 보도를 탔다. 김 여사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자택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가 침대 위에 올라가 있는 사진을 올렸다는 소식이 덧붙여졌다.
대선 기간 제기됐던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는 윤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함께 확연하게 그 수가 줄었다. 대신 언론의 관심은 김 여사의 향후 공개 행보 방식과 시기에 모아지는 분위기다. 김 여사는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이었던 지난달 4일 서울 서초구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아직까지는 공개 행보를 하지 않고 있다.
김 여사가 조만간 공익 활동 등을 통해 공개 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김 여사의 전시 기획사 코바나콘텐츠는 공익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거나 아니면 당분간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 인사는 최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배우자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만일 공개 활동을 하게 된다면 거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윤 당선인 대통령 취임식 참석 여부도 언론의 주요 관심 사안 중 하나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지난 5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취임식에서 김건희 여사의 모습은 볼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당연하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서 취임을 하는데 부인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석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4일 김혜경 씨와 관련된 뉴스는 경찰이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경기도청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소식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수사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경기도청 총무과와 의무실, 조사담당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비롯한 관련 여러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대선 이전에 불거진 관련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정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고발 10여 건을 접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불법 처방전 발급 등 김씨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경찰은 또 같은 날 오후 8시쯤 ‘법인카드 유용·불법 처방전 발급’ 등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거론된 전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 씨의 자택도 압수수색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월 말 김혜경 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는 배씨를 출국금지 조처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아내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일상복 차림으로 경호 담당 경찰특공대의 폭발물 탐지견을 안아보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4일 공개됐다. 2022.04.04. 뉴시스
민주당 ‘불만’ 부글부글… 국힘은 “수사 정당” 맞대응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지난주 검찰이 느닷없이 산자부를 압수수색하고 어제는 경기도청을 경찰이 압수수색했다”면서 “대선 후에 국민이 걱정했던 전임 정부에 대한 탄압,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이 시작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8일 BBS라디오에서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 등 검찰과 경찰의 수사 흐름에 대해 “권력기관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를 해야 되는데, 지금의 흐름을 보면 (윤 당선인이)취임도 하기 전에 과잉해서 약간 줄서기하고 충성하는 모습이 아닌가”라며 “김건희 씨 같은 경우에는 이미 대선 전에 관련 공범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 기소 이런 것들이 다 이루어졌는데, 오로지 김건희 씨에 대한 수사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당선인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낙선한 사람에게는 탈탈 터는 그런 어떤 먼지털이 식 수사를 하게 된다라고 하면 이것은 수사기관으로서의 공정 정의 상식, 이런 것들은 다 내던지는 모습이라고 보이기 때문에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현근택 전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7일 MBC 100분 토론에서 “김정숙 여사는 가는 사람이고 김건희 여사는 오는 사람이니까 이쪽은 띄워주고 이쪽은 비판적이고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고, 정봉주 전 의원은 “앞으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언론에서 못 듣는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정치보복아닌 불법의 문제" 선긋기
반면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내고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곧 영부인이 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범죄·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청와대 특활비 논란, 나아가 김정숙 여사의 옷값과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전형적인 물타기에 나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TV에서 경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것은 범죄가 없는데도 범죄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보복의 문제가 아닌 소위 불법의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