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주능선 산행-2018.06.03
고등학교시절(무려 30년전) 그 때의 고된 화대종주를 늘 마음속 깊이 생각하며 떠난 지리산 주능선 산행이었다. 가끔씩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으로는 친구 2명이 아무런 대책 없이 떠난 최소식량의 전투산행이었다는 기억만이 지리의 한쪽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가고자 마음을 먹었을 땐 왜 그런지 힘든 산행보다는 넓게 펼쳐진 광할한 풍광이 그곳에 가고 싶다는 가슴 뜨거움을 불러 일으켰는지 모르겠다.
토요일 퇴근후 마트에 들러 양갱3개, 오이2개, 소주 작은거 2병, 육포 등 최소의 전투식량을 준비해 배낭 속에 구겨 넣는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어제까지도 아무렇지 않던 왼쪽 무릎이 움찔 움찔한다. 일단 맨소래담 로션을 뜸뿍 발라 화닥화닥하게 만들어 통증이 멎기만을 기다려본다.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가라앉지 않는다. 할 수 없이 2시간을 견딜 수 있는 마약 4알을 식염포도당과 함께 배낭 한쪽 구석에 배치한다.
<<완주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는다. 악으로~~!!! 깡으로~~!!! 끝까지 완주한다.>>
24시 창원의 모 산악회에서 준비한 차량을 타고 몇몇 낯익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 잠이 들까 말까한 찰나 2시 30분 차량은 오늘의 험난함을 예고하는 초입지로 우리를 실어 날랐다.
“자~~ 중산리 개방시간이 3시니까 30분정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천천히 준비하고 올라 가입시다. 저는 오늘 후미조를 맡아 거림(1차), 의신(2차) 중탈 하실분들 챙기고 제한 시간 내에 어떻게든 완주하시겠다는 정신력이 있으신 분들은 도와 드리겠습니다”
산행대장의 중탈얘기에 왼쪽 무릎은 통증이 더 심해지는 듯... 막상 올라가려니 배도 아프고 거림, 의신... 엥~~!!! 여러 잡생각이 머릿속을 휘젖는다.
3시정각...안전산행하시라는 국공의 격려 아닌 격려를 받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선두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일단 초반부만 함께 달려보자. 로타리 까지만... 안돼~~!!! 안돼~~!!! 엄청 빠르다. 오버페이스다. 썩을 놈아~~!!! 속도 죽여~~!!!>>
아침과 점심은 산악회에서 준비해 준 주먹밥과 약밥... 로타리로 오르는 길에 배도 고프고 힘이 빠져온다. 집에서 씻어온 통 오이를 한 개 꺼내들고 와그작 와그작 씹에 먹는다. 허기도 가시고 목마름도 없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다시 힘을 내서 돌진~~!!! 5시 15분 경에 뜬다는 일출을 보기위해 마음이 더 급해진다.
로타리 대피소에서 식수를 만땅채우고 후딱 가던 길을 재촉한다. 1700고지인 개선문을 통과할 무렵 무릎에 과도한 통증이 뒤따른다. 육체에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혼자 군가를 부르며 전진한다.
<<검푸른 복장~~ 성깔은 사나와도~~나는야 언제나 독사같은 사나이~~막걸리 생각날땐 흙탕물을 마시고~~사람이 그리울땐 일만 이만 헤아린다~~아~~아 사나이 한목숨 창공에다 벗을 삼아 굳세게 살다가 깡다구로 죽으리라~~아~~아>>
고등학생 4명, 회사동료 3명 그리고 나 이렇게 3팀이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정상에 오른다. 미세먼지에 썩 좋은 조망은 아니지만 장엄하고 울음이 터질것만 같은 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천왕봉 정상석에서 사진을 하나 남기고 오늘의 일정을 체크해본다. 몸상태... 중하, 가고자하는 의지...만땅
산행지도를 꺼내 현상태로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을 적어본다. 이 시간 안에 통과 못하면 중탈 한다. 쉬는 시간을 최대한 아낀다. 천왕봉을 올랐으니 이제 50%만 완성하면 종주를 완료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길을 나선다.
장터목까지의 거리 1.7Km... 식수를 보충하기 위해서 꼭 들러야한다. 아침식사는 진행도중 넓은 바위에서 해결하고 대피소 밑쪽으로 꼬꾸라지는 식수대에서 물을 보충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목례를 한 후 바로 출발한다.
<<한 걸음이라도 더 가야 저분들하고 같이 들어갈 수 있다. 힘내자~~!!! 파이팅~~!!!>>
마음속으로 주문을 계속 걸면서 넓은 평원의 세석으로 향한다. 몇 개의 봉을 넘었는지도 모르겠고 다리는 말을 듣지 않고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겨우 겨우 세석에 도착 엄청난 파리들에 휩싸여 밀어내기 한판...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ㅎㅎㅎ
산행부대장님이 스프레이 파스를 가지고 계셔서 힘들면 양해를 구하고 계속 뿌려가면서 그분을 따라서 공사가 진행중인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연하천 대피소로 향했다.
굴곡이 심한 능선을 따라 진행 중 선나(산악회)의 부대장님을 만났다.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게 왜이리 반갑던지...
“부대장님... 부대장님... 어디 가십니까? 성삼재에서 올라 오셨나 보네요. 저는 중산리에서 올라와서 아직도 절반도 진행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아~~네. 열심히 잘 다녀오십시오.”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 이제 한계에 다다른다. 와~~!!! 힘들다. 이제부터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는 마약같은 존재들의 힘을 빌어 종주를 진행한다.
제1빠~~!!! 근육이완제 2알과 항상제2알... 창원시계종주때 임상실험결과 아주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2시간 정도는 통증없이 잘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곳에 길이 있으메 나는 가고 있는 것일뿐~~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나에게 주어진 2시간을 충분히 활용한다.
제2빠 알콜과 육포~~!!!
이건 임상실험이고 뭐고 필요없다. 무조건 힘이난다.ㅋㅋㅋ
제3빠 종주산행을 필수품 콜라~~!!!
한병을 쉬지도 않고 꿀꺽 꿀꺽... 에너지가 확 오르면서 산행이 한결 편하다.
3가지의 히로뽕과 같은 마약으로 화개재를 거쳐 임걸령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곳까지 왔다. 남은 거리는 6Km 점점 무거워지는 몸뚱아리...
아~~지리의 산신은 우리를 가만 놓아두지 않았다.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는 굵은 빗방울 옆에서 들리는 천둥소리... 미쳐 불것구마이~~
이어서 연타로 터지는 우박...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일단 바위틈으로 대피
“전방에 수류탄~~!!!”
부대장님의 코믹스런 외침에 모두들 다 풀려버린 다리로 일사분란하게 대피 ㅋㅋㅋ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은데 배낭에 커버 씌우기도 귀찮고 모두들 패잔병의 모습으로 완만한 노고단고개를 오른다. 마지막 성삼재주차장 까지의 거리가 왜 이리 멀게 느껴지던지...???
와~~우 예상했던 시간보다 2시간을 땡겨 들어오는 쾌거를...
버스 옆에서 쭈그려 앉아서 먹는 소주와 맥주... 간까지 전달도 되기전에 목구멍에서 다 말라버린다. 6~7명이 낙오해서 아직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어서 조금 기다려 주십사하는 사무장님의 말씀에 못내려 오고 있으신 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온다. 2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고문님, 회장님, 산대장님이 마지막 낙오 회원을 부축하며 내려온다. 지리~~지리한 고생의 흔적을 남기며 내 생애 2번째 지리종주를 마감한다.
첫댓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같이 산행하는 기분이였습니다^^
고통을 이겨낸 희열... 무엇보다고 값진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산행은 향상 힘든 고난과 체력과의 싸움
땀 범벅이 된 상태에서 정상의 시원함이란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 맛으로 다시 가는게 산행.
지리한 지리종주 수고 하셨읍니다.
저 또한 이십대 에는 무수히 산을 다녔지요.
그때가 그립구나~~
이틀 지나니까 또 다리가 근질 근질 해 오네요. 짤막한 종주산행 물색중 ㅋㅋㅋ
화대도 한번 가야하고 영알도 한번 가야하고 ㅎㅎㅎ
@秀岩 길기종 언가니 하이소~~~
산이 좋아 산에 간다지만 체력은 필수??
대단하시네요
며칠전 소백산 14km 등산하고선 쓰러졌습니다 ㅋㅋ
소백산 삼가, 천동코스 한번 더 가고 싶네요. 안산, 즐산 하십시요.
무리해서 산행하시면 몸이 견디질 못합니다.
경치가 끝장나네요
좋은구경하고갑니다^^
내륙 제1봉이라 시야가 뻥 뚤려있는 곳이지요... 가을에 한판 더 하러갈 예정입니다.
멋지십니다.
저도 공부하는거 다 끝내면 가보고싶네요 ㅋ
좋은경치 많이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철인3종경기보다 더힘들것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저두 같이 산행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후기 잘보고 갑니다~~
저 먼길을 하루만에 헐
고생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잼나게 잘읽었습니다. 지리산종주 보통힘든게 아닌데 대단하십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