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에서 발행하는 야생화도감 2권이 나왔다.
이 책이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오십 평생 터를 잡고 살았던 내고장의
어여쁜 야생화가 수록되어 있다는 그것뿐만이 아니라
뚜렷한 개명의 이유를 찾지못해 아직까지 달고 사는 촌스런 내 이름 석자가
책 한귀퉁이에 겨자씨만한 크기로나마 실려 있기 때문.
내가 좀 유치하다.ㅋ
나이가 들면 적당히 눈 멀고, 귀 먹고, 반벙어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은이들 하는 짓이 마땅찮아도 어느 정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해주고
아무곳에서나 누구에게나 해야할 것만 같은 잔소리에 다름아닌 한말씀조차 자제하는
너그러운 늙은이가 되라는 말인데~
어떻게 난 나이가 들면서 청춘일 때 없던 호기심이 불타 올라
(양기가 입으로만 쏠리는 기현상과 함께)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졌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젊은 시절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폭폭하기만 하던 세상 살아내느라
못 보았던 신기하고 놀라운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고
무심히 지나쳤던 아주 작고 소소한 것들의 소리가 마음속을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어느 해 이른 봄,
볕바른 아파트 화단에 앉아 이제 겨우 참새 혓바닥만큼이나 나온 이름모를 여린 새싹을 보면서
혼잣말로 '감사합니다' 하시던 어르신의 행복한 미소를 보았을 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들꽃, 산꽃을 첫사랑 그놈 보듯 하게 된 것이.
그러그러 이러이러해서
이 도감이 나오기까지 내가 기여한 뭔가가 있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사진 한 점 보탠 것도 없고
책 만드시느라 고생하시는 분들께 따순 커피 한 잔 대접한 적도 없다.
오히려 야생화 동아리에 이름 올려둔 회원이란 막강 이유 하나로
지난 해 따라다니며 정말 많은 꽃들을 만났고 배울 수 있었다.
내겐 길 가다 돈다발 주운 것보다 더 큰 행운이었다.
힘들어 할 때 배낭을 대신 들어 주시고 산에서 느닷없는 비를 만났을 땐 비옷 빌려주시고
평생 잊지못할 팅팅 분 봉다리라면 맛까지 보게 해 주신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도감에 실린 몇몇의 사진은 나도 함께 본 꽃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오른쪽 사진은 내 똑딱이 디카로 찍은 것.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바위산 절벽은 학창시절 소풍을 가기도 했던 자살바위다.
이 좀바위솔을 보려고 연천에서 제일 높은 지장봉을 올랐었다.
기진해 내려오던 길 가 바위에 지천으로 핀 것도 모르고.
분홍장구채
둥근잎 나팔꽃
요렇게 이쁜 야생화 달력도 만들어 주시고~
직접 심고 가꿔 구석기 축제 때 전시했던 별별 호박들 중
아기자기 예쁜 녀석들을 골라 한 바구니씩 선물해 주신 동아리 회장님!
고맙습니다.
첫댓글 며칠 전 센터에 들려 한 권 받아보았습니다.
발 빠르죠? ^^*
새로산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올려봅니다. 타박네님의 글솜씨는 감칠맛나네요. 참여해준 덕분에 많은 도음되었답니다 올해도 아름다운 추억많들어 가자구요
정말 수고 많으셨단 인사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
지난흔적을 글.사진과 함께 다시더듬어 주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영화에서도 주연이 빛나기 위해서 조연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지요 지난열정에 감사드리며 올해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의 역활 부탁드리면서 멋진 게시물 감사합니다^^
저야 뭐 조연 중에서도 지나가는 행인 원투쓰리 중 하나에 불과했지요.
올핸 좀 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잘 가르쳐 주세요.
아! ~~~ 2권이 나왔군요. 왕축하 드립니다. 고생하신 모든 분들 화이팅!!!
모든게 이선생님의 관심과 배려로 좋은날을 맞이하게되어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아직 고롱님께서 새로나온 도감을 이선생님께 전해드리지 못했나 보네요 아마도 구제역 근무때문에 경황이 없었나 봅니다 시간되는데로 찾아뵈리라 생각되며 올한해도 건강한 산행 기쁨가득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