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새로운 곳, 그리고 2명의 이라키
그간 체류했던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어제 바그다드에서 체류하고 있는 상진이 형 집으로 잠시 거처를 옮겼어요. 그동안 이라크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점 중에 하나가 물건을 살 때나 집 계약을 할 때, 그리고 약속을 할 때 확실히 처음에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당한다는 점인데, 잠시 체류했던 호텔에서도 똑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했지요. 대부분 언어 상의 문제에요. 처음에 호텔에서 방 계약을 할 때 저는 분명히 하루에 18.5달러라고 들었어요. 한국에 비하면 싼 편이지만 이라크에 상황에 비추면 약간 비싼 편이에요. 하지만 그 호텔은 보안이 잘 되어 있어서 집을 구하기 전까지는 적당한 곳이라 생각해서 그냥 계약을 했지요. 하지만 계약을 한지 하루가 지나서 18.5달러가 아닌 한달사용으로 850불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하루에 28.33달러나 되지만 보안상황이 너무도 절실한 저에게 집구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는데 그 다음날에 한 달 동안 지내지 않으면 하루에 40불정도 지불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서 바그다드 내에서 조그마한 아파트를 구해서 지내고 있는 상진이 형에게 도움을 청했고 상진이 형이 방을 구하기 전까지 지내도 된다고 해서 그 다음날 바로 호텔에서 나와서 상진이 형 집으로 왔어요.
와중에 바그다드에 도착해서 집을 풀고 컴퓨터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컴퓨터 전원이 커지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고 당분간 컴퓨터를 이용해서 여러 일들을 하려 했는데 계속 컴퓨터가 커지지 않자 당황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한 때 용산전자상가에서 노트북 판매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지요.)을 총동원했지만 결국은 안됐어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술대학 앞 컴퓨터 전문상가에 가서 노트북을 수리할 만 한 곳에 가서 문의를 했더니 그 쪽 아저씨가 이리저리 뜯어보더니 '못 고치겠다. 아마도 메인보드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미안하다.' 이런! 이런! 거의 절망한 기분으로 근처에서 컴퓨터 가게를 하고 있는 알리에게 가서 '알리야, 알리야, 큰일 났어. 컴퓨터 고장 났어. 어쩌지?' 알리 왈 '내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해 볼게. 너무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라고 하더군요. 거의 포기하고 어떡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어제 알리에게 연락이 왔는데 '셀림. 고칠 수 있어. 근데 약 100불정도 들어.' 이야. 고칠 수 있다. 근데 백불이라고 음...조금 많군. 하지만 그게 어디야. 고칠 수 있다는데. 기쁜 마음에 알리에게 '너무 고마워. 알리야. 빨리 고쳤으면 좋겠다. 돈은 지불 할께.' 거의 포기했었는데 고쳤어요. 너무 다행이지요.
어제 상진이 형 집으로 오면서 살람에게 거의 한 시간 동안 주의를 들었어요. 절대 혼자서 밖으로 나다니지 말 것, 그리고 꼭 필요한 사항이 있어서 나갈 일이 있으면 꼭 자기에게 전화를 할 것. 항상 문을 잠그고 생활할 것 등등.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요. 당분간 많이 조심하겠다고. 다행이에요. 살람같은 좋은 친구가 곁에 있어서.
상진이 형 집에 와서 짐을 풀고 씻고 쉬고 있는데 살람(이 살람은 제 친구 살람이 아니라 다른 살람이지요. 이라크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요. 대표적으로 알리, 하이달, 마홋메트. 아홋메트. 살람. 길거리에서 '알리!'하고 부르면 수 십 명이 자기를 부르는지 알고 돌아보지요.)이 방문했어요. 이 살람은 작년에 리하드교수(바그다드 정치학부 교수), 아말(이라크 소녀)과 함께 국회의원 초청으로 약 21일간 한국을 방문했었던 전직 이라크 투데이 신문 기자였어요. 젊고 웃음이 매력적인 친구더군요. 그 친구는 상진이 형이 아니 다른 한국인이 있다는 것에 약간 놀란 듯 했고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영어가 아주 유창하더군요.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고 같이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더니 이내 친해졌어요. 와중에 제가 아는 아랍어를 하니깐 저를 많이 칭찬해 주었고 발음이 이라크 식이라고 계속 노력하면 금방 아랍어 실력이 늘 거라고 하더군요. '당연하지. 작년에 얼마나 아이들에게 구박을 받으면서 배운 아랍어인데. 으쓱으쓱 *^^* ' 그리고선 저에게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아랍어로만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아랍어를 가르쳐 주었어요. 참 좋은 친구였어요. 살람은 상진이 형 집에서 자고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밤늦게 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조심스럽게 최근의 고(故)김선일님 사건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살람은 제가 아는 이라크인들의 의견과 비슷했어요. '자신은 현재 미군과 점령군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김선일씨를 죽인 단체는 이라크의 저항세력이 아니다. 그들의 행위는 이슬람의 정신에 위배된다. 그들은 스스로 무슬림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절대 무슬림이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미군과 점령군이 일시에 철수했을 때 이라크 사회내에 혼란이 올 수 도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 살람은 '미군과 점령군이 철수 할 때 사회적 혼란이 온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는 누군지 알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정치인들이다. 그들은 미군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미군과 점령군이 철수하면 더 이상 저항세력은 이라크 군인과 경찰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우리는 힘을 합해서 이라크를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군인과 경찰들을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치안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다.'라고 했어요. 늦은 시간이라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기로 하고 잠이 들었지요.
아침에 늦잠을 잤어요. 전기가 오락가락해서 전기가 들어올 때는 집안에 있는 아주 오래된 에어컨이 그나마 작동을 해서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데 전기가 나가면 온도가 올라가서 더웠어요. 하지만 작년에 지냈던 집에 비하면 양반이지요. 오늘은 금요일. 이슬람 국가에서는 휴일이에요. 상진이형과 살람과 같이 늦은 아침을 먹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티브에서 한국과 아랍에미레이트 간의 축구시합을 중계해 주더군요. 현재 이라크내에는 3개의 방송사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친 미국 방송이라 살람이 아주 좋지 않다고 이야기 해주더군요. 알 후라 라는 방송사에서 계속 요즘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컵 축구시합을 계속 방송해주고 있어요. 덕분에 오후시간에는 주로 축구방송을 봐요. 살람하고 같이 한국과 아랍에미레이트 간의 축구시합을 보는데 한국이 밀릴때면 '어, 어, 안되는데, 안되는데.'하다가 한국이 골을 넣자 살람과 같이 하이파이브를 했지요. 최근 한국정부의 추가파병 결정 때문에 한국정부에 많이 분노하고 있지만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더군요. 살람도 한국을 응원했어요. 살람은 한국에 많은 친밀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근데 왜 한국정부는 이들에게 군대를 파견해서 총부리를 겨누려고 할까요? 내심 한국을 응원하고 있는 살람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살람도 집에 가고 상진이 형도 인터넷 카페가고 혼자 집에 있는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더군요. 카심이었어요. 카심은 작년 제가 소속되어 있었던 반전평화팀 때부터 알고 지냈던 아주 프로페셔널한 통역인이지요. 흰머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맡은 바 일을 똑 부러지게 하는 아주 마음씨 좋은 아저씨이기도 해요. 카심은 전쟁 전부터 한국사람(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과 인연을 맺고 있고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어요. 카심은 상진이 형이 예전에 맡겨놓았던 짐을 가지고 왔더군요. 그 막내아들 하이달과 함께. '흐흐흐 귀여운 하이달!'
카심은 반가워하면서도 많이 놀랐어요. 제가 상진이 형 집에 있다는 것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나서 바로 한참동안 주의를 들었어요. 요약하면 '현재 바그다드는 너무 위험하다. 당분간 이라크 북부지역에 있었으면 한다. 나도 저항세력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의 적은 명확하다. 미국이다. 하지만 지금 외국인을 납치하고 참수하는 세력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이라크 인들도 개의치 않고 납치하고 죽이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상황이 좋아질 것이다.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고 그립지만 지금 바그다드에서 보고 싶지 않다. 시일이 지난 후에 꼭 같이 보았으면 한다.......'
카심은 고(故)김선일님 사건에 대해서 많이 안타까워하면서 분노했어요. 그들은 사람도 아니라고 하면서. 제가 살람(제 친구 덩치 큰 코끼리 아저씨 살람)과 같이 지내면서 주변의 여러 이라크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서 지내고 있다고 하니깐 그제 서야 안심을 하고 절대로 혼자서 밖에 배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그리고 연락처를 주면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옆에서 하이달이 자꾸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자고 재촉하더군요. '흐흐 귀여운 하이두리(하이달의 애칭)!' 카심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어요.
최근에 집 문제 때문에 예전 이라크 친구였던 알리와 하이달(또다른 하이달입니다.) 그리고 살람과 자주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바그다드내에 돈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납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하네요. 집계된 건수만 해도 200여건이 넘었다고 하고 특히 바그다드 외곽지역 빈민가에서 주로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의 이유를 대다수의 이라크인들은 미군의 점령에 있다고 보고 있고 이러한 원성이 계속 반미감정으로 연결이 되고 있고 또 오늘 팔루자에 알 자르카위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공격폭격이 있어서 다수의 민간인들이 죽음을 당하는 변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분노하고 있고 가슴속에는 전쟁의 잔재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전쟁이 계속될까요? 이 전쟁은 막아야 하는데, 이제는 끝나야 하는데.
살람 알리이꿈 알라이꿈 살람(평화가 그대에게, 그대에게 평화가)
사진 1) 살람(젊고 잘생겼죠? *^^*)

사진 2) 카심아저씨(일전에 한국에도 다녀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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