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시계 추처럼 끊임없이 움직여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터득한 듯 코끼리 코가 좌우로 물체를 감지하고 있다 물렁물렁한 살덩이가 때로는 철심처럼 튼실하게 중심을 잡는다 불어 닥치는 바람 한 줄기도 거침없이 말아 올리는 촉수 태엽은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수단이다 억센 풀밭을 헤집으며 작은 풀 하나도 능숙하게 뽑아내는 것은 늘 바닥을 직시하는 긴 코의 연륜 때문이다 한여름 수렁논에서 김을 매던 뚝심 깊은 아버지의 팔뚝이 그러했다 논바닥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벼와 벼 사이에서 보호색을 띠며 점령해 오는 피*를 용케도 골라 뽑아내셨다 움푹짐푹한 들녘을 평평하게 펼쳐내던 두 팔 질척한 개흙 속을 훑어 내며 벼 포기들을 퍼렇게 키워냈다 뭉툭하고도 세심한 아버지의 근육 직립과 중력 사이 검붉은 현을 켠다 태엽을 감고 돌아가는 쾌종시계처럼 멈추지않는 아버지의 톱니바퀴소리 무거운 짐 짊어지고 먼 트레킹 길에 나선 코끼리처럼 농로를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농투성이 아버지 발걸음이 시계추처럼 다시 수렁논을 향한다 중력의 끈은 참으로 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