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고 느끼는 것은 눈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일이다.
그러나 절집은 늘 본다가 아니라 찾는다가 되는 것은
나 자신도 쉽게 설명하기 힘든일이다.
절집을 오르는 길은 언제나 다른곳을 갈때와 다른 느낌으로 전해온다.
이곳을 지나면 무엇인가 꼭 눈과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풍경이 나타날것만 같은
그래서 절집은 찾는다가 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고 아름다운 오솔길을 걸어 나는 지금 봉서사를 간다.
안동시 북후면 옹천리 금학산(
金鶴山) 자락에 봉서사(
鳳棲寺)가 자리하고 있다.
길거리에 흩어져 뒹굴때는 아무 쓰임도 없어 보이는 돌들도
이렇게 절집을 받쳐주는 축대가 되고보면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절집이 아니라 은근히 기대하는 맘이 들게 하는 모습이다.
작은 언덕을 올라 봉서사로 들어섰다.
겨울햇살도 봉서사에 머무르고 있었다.
창안에서 이어지는 차자리가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여본다.
햇살이 가볍게 등이라도 떠밀어주는듯
점점 더 깊숙히 봉서사를 만난다.
부석사에 머무르던 의상대사가 종이로 봉을 만들어 날려 보냈더니
금학산 자락 이곳에 봉황이 내려앉았다.
그래서 봉황이 머무른 이곳에 절을 짓고 봉서사(鳳棲寺)라 하였다 한다.
그러나 봉황이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날아가서 천등산 자락에 터를 잡았는데
그곳에 지은 절이 봉정사이다.
전설로 미루어 보아 봉서사는 무척 오랜 역사를 가진 절집인듯 하다.
그러나 세월에 그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지는 못한듯 하다.
절집의 중심 건물인 보광전(
普光殿)은 겨울 오후의 햇살을 안고
묵묵한 모습으로 고요를 지킨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이런 풍경을 만나면 곧잘 할말을 잊게 마련이다.
왠지 모를 숙연함이 찾아오는것은
절집이 주는 감흥이라 그저 받아 들이게 된다.
산령각(山靈閣)이 보광전 뒤쪽 소나무 숲에 싸여있다.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온기인듯 훈훈하고
나의 발걸음 소리가 고요함을 흔들며 요란하기만 하다
보광전과 마주한 포란루(抱卵樓)는
봉황이 알을 품은 형국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세월에 허술해진 이곳이 말쑥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포란루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멀리 경계를 다 잡지 못한다.
그리 높지 않은 곳인데도 이렇듯 풍경이 환하다.
포란루를 내려오면서 다시한번 보광전을 올려다 봤다.
내가 절집을 찾는 것은 이렇게 보이는 편안함이 좋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고요가 온통 내것이 되어준다.
여름날 그늘이 되어줄 나무 한그루
그아래 자리한 커다란 바윗돌에 잠시 앉아 겨울햇살을 챙겨본다.
누가 권하지 않아도
여름날이라면 길게 붙잡힐 풍경이다.
봉서사를 내려오는길...
그리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산속 자연과 하나되어 있는 봉서사가 은근히 마음에 앉는다.
세상으로 나를 성큼 던지지 않고
여유롭게 마음을 쓸어 돌아가게 만드는 길을
천천히 걸어 내가 있는곳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