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하게 눈이 내려앉은 강원도 한 자락에 육군 27사단 ‘이기자부대’가 있습니다. 전군 최초 우리말로 된 부대 명칭을 갖고 있는 이기자부대의 장병들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나라를 지키는 데 열정을 쏟는 만큼 마음까지 뜨겁습니다. 정열적인 진짜 사나이들이 전하는 진한 나눔의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간식을 뛰어넘는 이웃 사랑
오전 10시 20분, 자유시간이 허용되는 일요일 아침을 한참 만끽할 이 시간에 장병들이 하나둘 걸음을 옮깁니다. 종교 활동이 이뤄지는 일요일, 이기자군인교회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여드는 장병들. 이곳에는 매주1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예배가 끝나면 꿀맛 같이 찾아오는 간식타임을 즐깁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간식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간식비를 모아 에티오피아 아동 5명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는 장병들을 만났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간식비 15만 원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해진 것은 2012년부터입니다. 교회에 오는 장병들과 함께 뜻을 모아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나눔 활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어느덧 5년째, 현재는 2015년 12월에 이기자군인교회로 부임한 이산호 목사가 바통을 이어 장병들과 같이 그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1950년 발발했던 6·25 전쟁 당시 황실근위대 6,000여 명을 우리나라로 파병하여 도움의 손길을 줬던 아프리카의 유일한 참전 국가입니다. 우리가 가장 어려웠을 때 은혜를 입은 만큼 받은 은혜를 그 후손들을 돕는 일로 갚는 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눔 릴레이
꼬리잡기처럼 나눔에 동참하는 장병들 또한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장병들이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를 알게 된 후 나눔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생각을 넘어 실천으로 옮기는 장병들도 생겨났습니다. 여러 방법을 통해 후원을 하고 추가적인 나눔으로 사랑을 전하는 장병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더해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장병들에게 군 생활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것 같다고 이 목사는 말했습니다.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가 사람의 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사회에 있다가 군대라는 공간에 와서 훈련을 받고 생활 패턴을 바꿔 지내야 하는 게 장병들에겐 매우 힘들면서도 지친 일상일 수 있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이 상황을 통해 ‘내가 뜻있는 일을 하고 있고, 그런 일에 동참한 군 생활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나눔에 이미 동참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감사했습니다. 나눔을 실천해야지 하면서도 쉽사리 행동하지 못했던 게 사실인데, 군대라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나누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뜻깊은 것 같습니다.”
- 문한길 병장 -
에티오피아라는 나라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인 신분으로서 먹고 싶은 것도 많은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지금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참을 수 있고, 나중에는 더 많이 후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 조상현 상병 -
함께, 같이의 출발선
이기적인 생각을 넘어 함께 돕는다는 마음으로 작은 정성을 모아 손 내미는 이기자부대 장병들. 장병들의 나눔을 보면서 군부대 근처 주민들도 “병사들도 저렇게 하는데…”라며 나눔의 전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나도 힘든데 어떻게 돕냐가 아니라, 내가 처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나눔의 실천을 해나가고자 하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기자부대.
나라를 지키고, 해외 아이들의 꿈도 지켜주는 이기자부대의 늠름한 키다리 아저씨들처럼 굿네이버스는 좋은 이웃과 함께 만들어가는 변화, 같이 이끌어가는 나눔의 장을 넓혀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