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수련 방법중에 수면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개구리처럼 다리를 오므리고 천장을 향해 누워서 뒤틀린 골반을 바로잡는 수련인데
수면공이 끝나면 20분 정도 걸으면서 골반을 풀어줍니다.
오늘 오전 수면공을 마치고 걷기위해 도장 바깥으로 나오면서
기왕 걷게되었으니 문지영 강사님께서 이번주에 가르쳐준
업그레이드 버젼 걷기명상 연습을 해보자 하고 실습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시선은 3m앞을 바라보고 왼발 발뒤꿈치를 들면서 숨을 들이쉬기 시작하고,
왼발을 들어올리고, 왼발을 앞으로 천천히 옮기고,
왼발 뒤꿈치부터 땅에 내려놓으면서 숨을 내쉬고
이번에는 중심을 왼발에 둔채 오른발 뒤꿈치를 들면서 숨을 들이쉬고,
오른발을 들어올리고, 오른발을 앞으로 천천히 옮기고
오른발 뒤꿈치부터 땅에 내려놓으면서 숨을 내쉬고
이렇게 왼발 오른발을 번갈아가며 걷는 동작과 들숨날숨을 맞춰가며
그때마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 근육들이 움직이는 느낌 등을 알아차리면서
20분간 연습하고 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장에 돌아오니 다른 수련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 빨간색 도복 입고 산책나갔더냐며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더냐고 물었습니다.
걷기명상을 하며 걷는데 집중하다 보니 내가 빨간색 도복을 입고 길거리에 나왔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고 마침 점심시간이라 점심먹고 돌아오는 사람,
이제 점심 먹으러 가는 사람들로 길거리가 제법 북적였겠지만
그런 사람들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수련생들로부터 질문을 받고나니 그제서야 약간 챙피스럽다는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내가 걷기명상에 집중할때는 의식하지 못해
챙피하지 않았는데 그 상황을 생각하는 순간 챙피하다는 감정이 일어났던 것입니다.
아래위 빨간색 도복을 입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걷기명상을 한답시고
느릿느릿 걷고 있었으니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걷기명상을 할 때 마음이 산란하여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의식하였다면
걷기명상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고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다 보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챙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의식을 하지않을때는 챙피하다는 감정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당시상황을 생각하니까
챙피스럽다는 감정이 올라온 것을 보니 감정으로 인해 생각(의식)이 생기기도 하지만
생각(의식)이 없으면 감정도 생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하고
감정과 생각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명상일지 연장선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가 하객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라고 하고
연예인들이 수상소감 말하면서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연기자가 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보게됩니다.
그런 장면을 볼때마다
왜 자기 인생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려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은 자기를 별로 주목하지 않는데도 자신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엄청 주목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조명효과(spotlight effect)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는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또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신경쓰면서 전전긍긍하며
쇼윈도우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그것은 그들의 입장이고
그들의 생각일뿐이며 그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며
내 인생의 최종 결정권자는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과 같이 타인이 그냥 해본 말 한마디에,
지나가는 나그네의 별 생각없는 한마디에
자신의 인생이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또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잘 살고 있는 척, 행복한 척 그렇게 쇼윈도우 인생을 살다보면
공허해지는 마음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쇼윈도우 인생을 살다보면 몸과 마음 건강을 해치는 주범인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고 마침내 공황장애를 겪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거나 겪었다고 고백한 연예인들의 사례를 통해
또 잉꼬부부 행세를 하다 뒤늦게 이혼을 선언한 연예인들이나 유명스타들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쇼윈도우 인생의 결말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쇼윈도우 인생을 산다는 것은 인생을 헛사는 것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자신의 삶,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봐야
나중에 삶을 마감할 때 후회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23년 3월 30일
너나 잘하세요 라고 하면 할말이 없는 도천(道泉)
첫댓글 도천님, 늘 좋은 이야기 다른 도반에게 좋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가지 야외에서 걷기 명상에서, 빨간 도복도 도복이지만, 실내에서는 좀 천천이 온전하게,
야외 즉 밖에서는 일상의 걸음을 걸으면서, 한발 한발 발의 감각에 주의 집중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