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8일
노후에 살기 좋은 주거지 `베스트 5`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머지않은 지금, 누구나 편안한 노후를 꿈꾼다. 하지만 젊었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지 않으면 여유로운 여생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본인에게 적합한 주거지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생활비, 일거리 등 준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어떤 준비부터 필요할까.
매경이코노미는 다양한 노후 대비법과 함께 노후에 살기 좋은 도시 ‘BEST 5’를 꼽아봤다.
[노후 주거지 고르는 법]
■ 생활비 덜 들고 의료시설 가까운 곳으로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하나. 보통 최적의 노후 주거지는 ‘공기가 좋은,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은퇴를 하면 전원주택을 한 채 장만하고, 그 아래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은퇴생활을 하겠노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미 90년대부터 일부 건설사들이 충청, 강원권 등 외곽에 실버타운을 지어 분양해봤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게 이를 방증해준다.
최적의 노후 주거지엔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수록 도심 인기가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고령화가 일찍부터 진행된 일본 등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중장년, 노인층 가릴 것 없이 각종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어야 생활이 편리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둘째, 의료시설이 가깝고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들은 스스로 이동하기 힘들다. 차량을 운전하기도 만만치 않다. 결국 지하철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진 곳에 주거지가 있어야 한다. 아플 때 병원에 쉽게 갈 수 있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나들이도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적적할 때마다 친인척 간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정리해보면 노후생활은 가족·친구·전문 의료시설·문화생활시설 등이 있는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한다.
물론 건강에 자신 있고 조용하고 쾌적한 곳을 원한다면 귀농을 하거나 지자체의 은퇴마을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병원 등의 편의시설과 빈번한 가족 교류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에 좀 더 의미를 두는 경우에 그렇다. 물론 이때는 해당 자치구의 기반산업, 재정 자립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우리나라는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 자칫 사회복지시설 등 건설 계획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며 “도심 외곽의 전원 휴양형 주거지보다는 도심 한복판이나 한 시간 이내 거리의 근교형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다.
셋째, 자신의 재정 상태도 감안해야 한다. 집을 담보로 매달 돈을 연금 형태로 받는 역모기지론이 도입되면서 집이 ‘노후 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생활에 대한 개인적 목적과 생활비를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교수는 “앞으로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노후 주거지 형태가 고급형, 일반형, 서민형 등으로 차별화될 것”이라며 “노인들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의료시설, 대중교통, 주거환경 등 우선순위를 놓고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최근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도심형 실버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실버타운은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가능하고 공기 등 주변 환경이 쾌적하며, 24시간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전원형, 도시근교형, 도심형 등 지리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외곽보다 도심형 실버타운 인기
입주비용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요즘엔 보증금을 아예 없앤 경우도 있지만 50만~400만원에 달하는 월 생활비는 적잖은 부담이다. 최현일 교수는 “생산능력이나 활동력이 있는 노인의 경우 도심지 실버타운이나 주거지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도심에서 거주하면서 사회와 접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들을 위한 도심형 실버타운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표적인 곳이 송도병원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스타워(서울, 강서, 분당, 가양)다. 98년 송도병원 본원 옆에 서울 최초로 문을 연 서울타워는 약수역과 3분 거리에 위치해 사회활동이 활발한 노년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설립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전 가구(144가구)가 입주 완료했다. 삼성중공업이 시공해 9월 입주 예정인 분당 금곡동의 노인복지주택 ‘더 헤리티지’는 임대분을 제외한 292가구를 100% 분양 완료하기도 했다.
금호건설이 시공한 도심형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도 주목받고 있다. ‘더 클래식 500’은 지상 50층 231실, 지상 40층 211실의 초고층 두 개동으로 설계된 184㎡ 규모의 대형 주택. 임대보증금 8억원에 관리비와 시설이용비가 매달 200만원 이상 들어가는 고가 주택을 표방했다.
하지만 대부분 입주 및 관리 비용이 만만찮아 일부 중상류층 노인들만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선진국처럼 정부 및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실버타운이 많아야 한다”며 “도심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실버타운 건립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준다면 대중적이면서도 훌륭한 노후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펜션 운영 등 귀농도 해볼 만
도심 실버타운 대신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때는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펜션, 민박 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테마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자기 만들기 체험 펜션이나 강변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등의 테마를 정하는 게 좋다. 이런 기술을 연마하려면 최소 2~3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또한 펜션을 건축하려면 적당한 규모의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 신축비용과 도로, 지하수 등 토목공사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외진 곳이라면 지하수 개발과 정화조 설비, 전신주, 전기시설도 예상비용에 넣자.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는 “농가형 펜션 운영 등 ‘자연체험 생활형’은 조기 은퇴자가 뛰어들기 좋다”며 “잘 운영하면 은퇴 전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수익성이 낮아도 생활비를 절약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다.
이 밖에 전원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목적부터 분명히 정해야 한다. 단순하게 투자용으로 사는 것이라면 4대강 정비사업 등 여러 개발 계획을 보고 땅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한다. 이때는 좋은 자연환경을 굳이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원주택용으로 구입한다면 살기 좋은지부터 따져보자. 교통 여건을 비롯해 의료, 편의시설 등과 가까운지가 중요하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전원생활을 위한 전원주택을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생활”이라며 “구입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거기에 맞는 부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힌다.
[인터뷰 - 도심 실버타운 입주한 최종수·손인화 부부]
■ 월 150만원이면 노후 걱정 없어요
“처음엔 사생활 보장도 안 되고 생활도 답답할 줄 알았는데 들어와보니 180도 생각이 달라졌어요. 너무 안락하고 좋습니다.”
지난해 3월 서울 가양시니어스타워에 입주한 최종수(79), 손인화(78) 부부는 ‘제2의 인생’이 피부로 와 닿는다고 말한다. 남편은 전남일보 사장,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등을 거쳤고, 아내는 동성문화사, 한국몬테소리 등 출판업계에서 30년 이상 몸담으며 70대 중반까지도 각자 일에만 매진해왔다. 바쁘다 보니 실버타운의 가치를 잘 몰랐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분당, 용인 수지 등 신도시에 거주해온 부부는 지난해 초 지인이 추천한 가양시니어스타워에 입주하게 됐다. 최종수 할아버지부터 실버타운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 나이가 되면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인데 전담 간호사들이 대기하고 있어 좋아요. 1년에 한 번씩 종합검진을 받을 뿐 아니라 간단한 질병은 매주 수요일마다 송도병원에서 치료합니다. 먹을거리도 중요한데 영양사들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매끼 관리해주니 걱정할 게 전혀 없네요.”
비용은 얼마나 들까. 2인이 거주할 경우 보증금은 없고 월 생활비(116㎡ 기준)는 69만원 수준이다. 3.3㎡당 관리비 1만5000원과 1인 기준 월 7만5000원의 건강관리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한 끼 식사당 5000원과 수영장·헬스장 등 편의시설은 추가 비용을 내면 된다. 최종수, 손인화 부부의 경우 관리비와 식비, 부대시설 이용비 등을 합쳐 월 140만~150만원 정도 든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은 데다 탁구, 댄스, 그림 동아리에서 취미생활도 누리니 심심할 겨를이 없지요. 자식들 입장에서도 부양 부담이 줄어 가끔씩 만나지만 사이는 더 돈독해졌어요.”
요즘 부부는 때 늦은(?) 집필 작업에 한창이다. 글을 써본 경력을 살려 여행 경험담을 담은 책을 오는 7월 출판할 계획이다.
“가제를 ‘80노객 동유럽을 가다’로 정해놓았어요. 여행을 가보면 저희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만큼 연륜 있는 사람들이 경험한 여행기를 내놓으면 관심을 끌까 싶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4~5회 더 여행을 떠나 시리즈로 책을 내놓을 생각도 있고요.”
이들 부부는 요즘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단다.
“사실상 80세면 많이 살았다 싶겠지만 앞으로 10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2의 인생이란 말이 이제 이해가 가요. 오히려 주책 맞게 너무 오래 살까 걱정이네요.(웃음)”
[인터뷰 - 경북 문경서 펜션 운영하는 김희태·김행자 부부]
■ 고향서 일거리 찾으니 행복해요
“문경 출신인데도 마성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찌나 텃세를 부리는지…. 처음 정착할 때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수도조차 끊어버리더군요. 예상외로 고향에서 적응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경북 문경에서 ‘강이 있는 풍경’ 펜션을 운영하는 김희태 사장(50, 사진 왼쪽)은 젊은 시절 서울에서 주로 거주해왔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상경해 서울 생활을 이어왔다. 선경그룹(현 SK그룹)에서 4년간 근무한 뒤 GS25 등 여러 가게를 운영해온 데다 일용직까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그러다 문득 30대 중반에 사놓은 시골 땅이 생각났다.
“원래는 시골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지요. 무작정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마땅히 할 일도 없어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젊었을 때 구입한 땅에 펜션을 짓기로 결심했지요. 당시만 해도 펜션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어 희소가치가 있었거든요.”
2003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1322㎡(400평) 부지에 펜션을 짓기로 결심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2007년 봄 건물을 완공한 뒤 가족들과 이주했다.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3.3㎡당 10만원 정도의 토지 구입비를 제외하고 3.3㎡당 450만원 정도의 건축비를 들여 2층 목재건물을 신축했다. 펜션 운영 경험이 없어 처음 2~3년 동안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한 조립식 펜션도 흔한데 저희는 이왕 짓는 거 목조주택을 고집하다 보니 건축비만 7억원 이상 들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손님도 적어 처음엔 고전했지요.”
그러다 정성 들여 가꾼 정원과 매력적인 목조건물이 입소문 나면서 서서히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과도 어느새 친해졌다.
“마을 사람들과 융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어요. 마을 잔치란 잔치는 다 다니며 부조했고 경조사에도 어김없이 참석했지요. 보통 객실 가동률이 20%만 넘으면 손익분기점은 넘겼다고 보는데, 저희는 가동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요즘엔 안정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는 고향에서 보내는 노후생활이 무엇보다 행복하단다.
“고향으로 돌아오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삭막한 서울 생활보다는 공기 좋은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 행복합니다. 이제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면서 살렵니다.”
[살 만한 지자체 은퇴자마을]
■ 광주 빛고을건강타운·양평은퇴농장 등
지방에 본거지를 둔 고령자라면 지자체마다 마련된 은퇴자마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자연과 벗 삼아 지낼 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0일 광주광역시에서는 국내 최초의 노인 복합여가문화시설인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이 문을 열었다. 이 건강타운은 1단계 시설로 부지 10만㎡, 건축 연면적 2만㎡ 규모의 복지관·문화관·체육관·후생관 등 4개동과 문화체육시설로 이뤄졌다.
기존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곳에서 요가, 서예, 게이트볼, 수영, 목욕 등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테마 형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 식당에선 65세 이상은 1000원, 65세 미만은 2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고, 수영장은 65세 이상 월 3만원, 65세 미만 월 5만원으로 이용 가능하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홍성 은퇴농장은 김영철 대표가 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표적인 사설 은퇴농장이다. 하숙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한 달 생활·관리비로 65만원만 내면 되고 보증금은 전혀 없다. 직접 일을 하고 그에 따른 소득을 거둬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희망하면 토마토, 콩 같은 농산물을 키우거나 염소를 사육할 수 있다. 많게는 월 5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양평에도 은퇴농장이 마련돼 있다.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 자리 잡은 이 농장에는 33~56㎡의 다양한 주택이 마련돼 있다. 최대 장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도시와 가깝다는 것. 도시에 있는 자녀들과도 쉽게 만날 수 있을뿐더러 직접 도시로 나갈 때도 시간과 체력의 소모가 적다. 입주자 연령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아 젊은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다.
외국에도 은퇴자마을이 꽤 있다. 미국은 60년대부터 기후조건이 좋은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이른바 ‘선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은퇴자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노인들을 위해 주로 도심 근처 소도시에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시니어용 분양 맨션부터 케어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입주자 연령, 건강, 선호하는 생활방식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호주에는 2000여곳 이상의 은퇴자마을이 조성돼 있다.
- 김경민 기자, 매경이코노미 제1513호(09.07.08일자)
매경이코노미는 다양한 노후 대비법과 함께 노후에 살기 좋은 도시 ‘BEST 5’를 꼽아봤다.
[노후 주거지 고르는 법]
■ 생활비 덜 들고 의료시설 가까운 곳으로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하나. 보통 최적의 노후 주거지는 ‘공기가 좋은,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은퇴를 하면 전원주택을 한 채 장만하고, 그 아래 텃밭이라도 일구면서 은퇴생활을 하겠노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미 90년대부터 일부 건설사들이 충청, 강원권 등 외곽에 실버타운을 지어 분양해봤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게 이를 방증해준다.
최적의 노후 주거지엔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수록 도심 인기가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고령화가 일찍부터 진행된 일본 등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중장년, 노인층 가릴 것 없이 각종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어야 생활이 편리해지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둘째, 의료시설이 가깝고 취미와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들은 스스로 이동하기 힘들다. 차량을 운전하기도 만만치 않다. 결국 지하철 등 교통망이 잘 갖춰진 곳에 주거지가 있어야 한다. 아플 때 병원에 쉽게 갈 수 있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나들이도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적적할 때마다 친인척 간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정리해보면 노후생활은 가족·친구·전문 의료시설·문화생활시설 등이 있는 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해야 한다.
물론 건강에 자신 있고 조용하고 쾌적한 곳을 원한다면 귀농을 하거나 지자체의 은퇴마을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병원 등의 편의시설과 빈번한 가족 교류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에 좀 더 의미를 두는 경우에 그렇다. 물론 이때는 해당 자치구의 기반산업, 재정 자립도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실장은 “우리나라는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 자칫 사회복지시설 등 건설 계획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며 “도심 외곽의 전원 휴양형 주거지보다는 도심 한복판이나 한 시간 이내 거리의 근교형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밝힌다.
셋째, 자신의 재정 상태도 감안해야 한다. 집을 담보로 매달 돈을 연금 형태로 받는 역모기지론이 도입되면서 집이 ‘노후 보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적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후생활에 대한 개인적 목적과 생활비를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교수는 “앞으로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노후 주거지 형태가 고급형, 일반형, 서민형 등으로 차별화될 것”이라며 “노인들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의료시설, 대중교통, 주거환경 등 우선순위를 놓고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최근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도심형 실버타운’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실버타운은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가능하고 공기 등 주변 환경이 쾌적하며, 24시간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전원형, 도시근교형, 도심형 등 지리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외곽보다 도심형 실버타운 인기
입주비용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요즘엔 보증금을 아예 없앤 경우도 있지만 50만~400만원에 달하는 월 생활비는 적잖은 부담이다. 최현일 교수는 “생산능력이나 활동력이 있는 노인의 경우 도심지 실버타운이나 주거지를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도심에서 거주하면서 사회와 접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노인들을 위한 도심형 실버타운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표적인 곳이 송도병원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스타워(서울, 강서, 분당, 가양)다. 98년 송도병원 본원 옆에 서울 최초로 문을 연 서울타워는 약수역과 3분 거리에 위치해 사회활동이 활발한 노년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설립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전 가구(144가구)가 입주 완료했다. 삼성중공업이 시공해 9월 입주 예정인 분당 금곡동의 노인복지주택 ‘더 헤리티지’는 임대분을 제외한 292가구를 100% 분양 완료하기도 했다.
금호건설이 시공한 도심형 실버타운 ‘더 클래식 500’도 주목받고 있다. ‘더 클래식 500’은 지상 50층 231실, 지상 40층 211실의 초고층 두 개동으로 설계된 184㎡ 규모의 대형 주택. 임대보증금 8억원에 관리비와 시설이용비가 매달 200만원 이상 들어가는 고가 주택을 표방했다.
하지만 대부분 입주 및 관리 비용이 만만찮아 일부 중상류층 노인들만 혜택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선진국처럼 정부 및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실버타운이 많아야 한다”며 “도심 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실버타운 건립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준다면 대중적이면서도 훌륭한 노후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펜션 운영 등 귀농도 해볼 만
도심 실버타운 대신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때는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펜션, 민박 등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테마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자기 만들기 체험 펜션이나 강변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등의 테마를 정하는 게 좋다. 이런 기술을 연마하려면 최소 2~3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또한 펜션을 건축하려면 적당한 규모의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 신축비용과 도로, 지하수 등 토목공사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외진 곳이라면 지하수 개발과 정화조 설비, 전신주, 전기시설도 예상비용에 넣자.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이사는 “농가형 펜션 운영 등 ‘자연체험 생활형’은 조기 은퇴자가 뛰어들기 좋다”며 “잘 운영하면 은퇴 전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수익성이 낮아도 생활비를 절약한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다.
이 밖에 전원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목적부터 분명히 정해야 한다. 단순하게 투자용으로 사는 것이라면 4대강 정비사업 등 여러 개발 계획을 보고 땅값이 많이 오를 수 있는 곳을 택해야 한다. 이때는 좋은 자연환경을 굳이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원주택용으로 구입한다면 살기 좋은지부터 따져보자. 교통 여건을 비롯해 의료, 편의시설 등과 가까운지가 중요하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전원생활을 위한 전원주택을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생활”이라며 “구입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거기에 맞는 부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밝힌다.
[인터뷰 - 도심 실버타운 입주한 최종수·손인화 부부]
■ 월 150만원이면 노후 걱정 없어요
“처음엔 사생활 보장도 안 되고 생활도 답답할 줄 알았는데 들어와보니 180도 생각이 달라졌어요. 너무 안락하고 좋습니다.”
지난해 3월 서울 가양시니어스타워에 입주한 최종수(79), 손인화(78) 부부는 ‘제2의 인생’이 피부로 와 닿는다고 말한다. 남편은 전남일보 사장,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등을 거쳤고, 아내는 동성문화사, 한국몬테소리 등 출판업계에서 30년 이상 몸담으며 70대 중반까지도 각자 일에만 매진해왔다. 바쁘다 보니 실버타운의 가치를 잘 몰랐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분당, 용인 수지 등 신도시에 거주해온 부부는 지난해 초 지인이 추천한 가양시니어스타워에 입주하게 됐다. 최종수 할아버지부터 실버타운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 나이가 되면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인데 전담 간호사들이 대기하고 있어 좋아요. 1년에 한 번씩 종합검진을 받을 뿐 아니라 간단한 질병은 매주 수요일마다 송도병원에서 치료합니다. 먹을거리도 중요한데 영양사들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매끼 관리해주니 걱정할 게 전혀 없네요.”
비용은 얼마나 들까. 2인이 거주할 경우 보증금은 없고 월 생활비(116㎡ 기준)는 69만원 수준이다. 3.3㎡당 관리비 1만5000원과 1인 기준 월 7만5000원의 건강관리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한 끼 식사당 5000원과 수영장·헬스장 등 편의시설은 추가 비용을 내면 된다. 최종수, 손인화 부부의 경우 관리비와 식비, 부대시설 이용비 등을 합쳐 월 140만~150만원 정도 든다.
“비용 부담도 크지 않은 데다 탁구, 댄스, 그림 동아리에서 취미생활도 누리니 심심할 겨를이 없지요. 자식들 입장에서도 부양 부담이 줄어 가끔씩 만나지만 사이는 더 돈독해졌어요.”
요즘 부부는 때 늦은(?) 집필 작업에 한창이다. 글을 써본 경력을 살려 여행 경험담을 담은 책을 오는 7월 출판할 계획이다.
“가제를 ‘80노객 동유럽을 가다’로 정해놓았어요. 여행을 가보면 저희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만큼 연륜 있는 사람들이 경험한 여행기를 내놓으면 관심을 끌까 싶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4~5회 더 여행을 떠나 시리즈로 책을 내놓을 생각도 있고요.”
이들 부부는 요즘 걱정 아닌 걱정이 생겼단다.
“사실상 80세면 많이 살았다 싶겠지만 앞으로 10년은 더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2의 인생이란 말이 이제 이해가 가요. 오히려 주책 맞게 너무 오래 살까 걱정이네요.(웃음)”
[인터뷰 - 경북 문경서 펜션 운영하는 김희태·김행자 부부]
■ 고향서 일거리 찾으니 행복해요
“문경 출신인데도 마성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찌나 텃세를 부리는지…. 처음 정착할 때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상수도조차 끊어버리더군요. 예상외로 고향에서 적응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경북 문경에서 ‘강이 있는 풍경’ 펜션을 운영하는 김희태 사장(50, 사진 왼쪽)은 젊은 시절 서울에서 주로 거주해왔다.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상경해 서울 생활을 이어왔다. 선경그룹(현 SK그룹)에서 4년간 근무한 뒤 GS25 등 여러 가게를 운영해온 데다 일용직까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그러다 문득 30대 중반에 사놓은 시골 땅이 생각났다.
“원래는 시골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지요. 무작정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마땅히 할 일도 없어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젊었을 때 구입한 땅에 펜션을 짓기로 결심했지요. 당시만 해도 펜션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어 희소가치가 있었거든요.”
2003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1322㎡(400평) 부지에 펜션을 짓기로 결심하고 공사에 들어갔다. 2007년 봄 건물을 완공한 뒤 가족들과 이주했다.
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3.3㎡당 10만원 정도의 토지 구입비를 제외하고 3.3㎡당 450만원 정도의 건축비를 들여 2층 목재건물을 신축했다. 펜션 운영 경험이 없어 처음 2~3년 동안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한 조립식 펜션도 흔한데 저희는 이왕 짓는 거 목조주택을 고집하다 보니 건축비만 7억원 이상 들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손님도 적어 처음엔 고전했지요.”
그러다 정성 들여 가꾼 정원과 매력적인 목조건물이 입소문 나면서 서서히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과도 어느새 친해졌다.
“마을 사람들과 융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어요. 마을 잔치란 잔치는 다 다니며 부조했고 경조사에도 어김없이 참석했지요. 보통 객실 가동률이 20%만 넘으면 손익분기점은 넘겼다고 보는데, 저희는 가동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요즘엔 안정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는 고향에서 보내는 노후생활이 무엇보다 행복하단다.
“고향으로 돌아오길 정말 잘했다 싶어요. 삭막한 서울 생활보다는 공기 좋은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 행복합니다. 이제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면서 살렵니다.”
[살 만한 지자체 은퇴자마을]
■ 광주 빛고을건강타운·양평은퇴농장 등
지방에 본거지를 둔 고령자라면 지자체마다 마련된 은퇴자마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자연과 벗 삼아 지낼 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웃과 함께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0일 광주광역시에서는 국내 최초의 노인 복합여가문화시설인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이 문을 열었다. 이 건강타운은 1단계 시설로 부지 10만㎡, 건축 연면적 2만㎡ 규모의 복지관·문화관·체육관·후생관 등 4개동과 문화체육시설로 이뤄졌다.
기존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곳에서 요가, 서예, 게이트볼, 수영, 목욕 등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테마 형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 식당에선 65세 이상은 1000원, 65세 미만은 20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고, 수영장은 65세 이상 월 3만원, 65세 미만 월 5만원으로 이용 가능하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홍성 은퇴농장은 김영철 대표가 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표적인 사설 은퇴농장이다. 하숙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 한 달 생활·관리비로 65만원만 내면 되고 보증금은 전혀 없다. 직접 일을 하고 그에 따른 소득을 거둬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희망하면 토마토, 콩 같은 농산물을 키우거나 염소를 사육할 수 있다. 많게는 월 5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양평에도 은퇴농장이 마련돼 있다.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 자리 잡은 이 농장에는 33~56㎡의 다양한 주택이 마련돼 있다. 최대 장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도시와 가깝다는 것. 도시에 있는 자녀들과도 쉽게 만날 수 있을뿐더러 직접 도시로 나갈 때도 시간과 체력의 소모가 적다. 입주자 연령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아 젊은 사람도 입주가 가능하다.
외국에도 은퇴자마을이 꽤 있다. 미국은 60년대부터 기후조건이 좋은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이른바 ‘선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은퇴자마을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노인들을 위해 주로 도심 근처 소도시에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시니어용 분양 맨션부터 케어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입주자 연령, 건강, 선호하는 생활방식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호주에는 2000여곳 이상의 은퇴자마을이 조성돼 있다.
- 김경민 기자, 매경이코노미 제1513호(09.07.08일자)
# by | 2009/07/08 12:53 | 재테크ㆍ노후 | 트랙백 | 덧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