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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
[18蠱] 벌레가 슬어 침체하는 형국이다. 크고 밝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 갑일 전의 삼일과 갑일 후의 삼일을 신중해야 한다.
· ‘蠱’(고)는 ‘독, 벌레, 악한 기운’을 뜻한다. 사회에서 자행되는 갖가지 폐단(弊端)을 은유한 말이다. 주역(周易)은 그 폐단을 청산하는 지혜까지 보여준다.
* [강 설(講說)] ————
고괘(蠱卦)는 그릇에 벌레가 쓸 듯이 문제(問題)와 폐단(弊端)이 생기는 상황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하늘같이 크고 밝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전임자의 폐단(弊端)을 청산(淸算)하기 위한 후임자가 대처하는 마음가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침체된 상황에서 병폐(病弊)를 청산하는 데 어떠한 난관(難關)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폐단을 청산하는 일은 미루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크고 밝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폐단을 과감하게 쓸어내야 한다.
그렇게 새롭게 시작할 때에는 ‘일’의 앞뒤를 미루어 문제의 근원을 밝히고 그리고 병폐를 바로 잡고 장구히 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것을 ‘갑일 전의 삼일과 갑일 후의 삼일을 신중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선갑(先甲)’은 이보다 앞서함을 이르는 것이니 그 소이연(所以然)을 연구하는 것이요, ‘후갑(後甲)’은 이보다 뒤에 함을 이르니 장차 그러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선갑 3일은 천간(天干)으로 보면 ‘신(辛)-임(壬)-계(癸)’이고, 후갑 3일은 ‘을(乙)-병(丙)-정(丁)’에 해당하는데, 그 ‘삼일’은 통상 석 달, 즉 100일로 해석한다.
『역전(易傳)』에 이르기를, “이미 混亂하면 다스려지는 이치가 있다. 예로부터 다스림은 반드시 混亂함으로 인하고 혼란하면 다스림을 열어 놓았으니, 이는 이치의 자연스러움이다. 卦의 才質과 같이 ‘병폐[蠱]’를 다스리면 크게 밝아짐에 이르게 될 것이다. 병폐(病弊)를 다스림이 큰 것은 세상의 어려움과 險難함을 救濟하는 것이므로 大川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고 한 것이다.”
[傳] 旣蠱則有復治之理라 自古治必因亂하고 亂則開治하니 理自然也라 如卦之才以治蠱면 則能致元亨也라 蠱之大者는 濟時之艱難險阻也라 故曰 利涉大川이라.
☞ [주역(周易)의 삶] — 고괘(蠱卦)를 통해서 배우는 지혜
① (문제의 상황이 발생하면) 크고 밝은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 [蠱, 元亨]
②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 [利涉大川]
③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전후가 중요하니 신중해야 한다. ← [先甲三日, 後甲三日]
*—— [산풍고(山風蠱)의 단전(彖傳)] ——* 단전은 괘사에 대한 공자의 해설이다
[18蠱] 彖曰, 蠱, 剛上而柔下, 巽而止蠱. 蠱, 元亨而天下治也.
“利涉大川”往有事也. “先甲三日, 後甲三日” 終則有始, 天行也.
단(彖)에서 말했다. “고(蠱)는 굳센 것이 위에 있고 부드러운 것이 아래에 있으며 겸손한 상태에서 정지하고 있으니, 벌레가 슬어 침체하는 상황이다. 벌레 먹어 침체하는 상황에서 일을 시작하고 크고 밝은 마음으로 발전시켜야 천하가 다스려진다.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로운 것은 가서 일삼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갑일 전의 삼일과 갑일 후의 삼일을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마치면 시작함이 있는 것[終則有始]이 하늘의 운행이기 때문이다.”
* [‘剛上而柔下’] — 지천(地天) 태괘(泰卦)에서 효변(爻變)으로 이루어진 고괘(蠱卦)
고(蠱)에서 ‘굳센 것이 위에 있고 부드러운 것이 아래에 있다’는 것은 굳센 상구(上九)가 있는 간괘(艮卦)가 위에 있고 부드러운 손괘(巽卦)가 아래 있다는 것을 나타내지만, 산풍(山風) 고괘(蠱卦)는 원래 그 근원인 지천(地天) 태괘(泰卦)에서 효변(爻變)하여 이루어졌다. 태괘(泰卦)의 제일 위에 있는 상육(上六)이 고괘(蠱卦)에서는 초육(初六)으로 내려오고, 태괘(泰卦)의 초구(初九)가 고괘(蠱卦)에서는 상구上九의 자리로 와서, 산풍(山風) 고(蠱)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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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지천(地天) 태(泰) → | [18] 산풍(山風) 고(蠱) |
* [강 설(講說)] ————
고괘(蠱卦)는 굳센 상구(上九)가 있는 간괘(艮卦, ☶)가 위에 있고 부드러운 손괘(巽卦, ☴)가 아래에 있기 때문에 ‘굳센 것이 위에 있고 부드러운 것이 아래에 있다’고 한 것이다. 또 아래에 있는 손괘(巽卦)는 겸손하고 위에 있는 간괘(艮卦)는 멈추어 있으므로 ‘겸손한 상태에서 정지하고 있다’고 했다.
『역전(易傳)』에서 말했다. “卦變과 두 體의 뜻을 말하였다. ‘강한 것이 위로 가고 부드러운 것이 아래로 내려온 것[剛上而柔下]’은 乾卦의 初九가 올라가 上九가 되고 坤卦의 上六이 내려와 初六이 됨을 말한 것이다. 陽剛은 높아서 위에 있는 자인데, 이제 가서 위에 거하고 부드러운 陰은 낮아서 아래에 있는 자인데 이제 와서 아래에 거하였다. 男은 비록 어리나 위에 거하고 女는 비록 어른이나 아래에 있어서, 尊卑가 바름을 얻고 上下가 이치를 순히 하였으니, 고(蠱)를 다스리는 방법이다. 剛이 올라가고 柔가 내려옴으로 말미암아 변하여 艮(☶)과 巽(☴)이 되었으니, 간(艮)은 그침이요 손(巽)은 순함이다. 아래가 순하고 위가 멈추는 것은 巽順함에 멈추는 것이니, 손순의 道로 혼란을 다스리기 때문에 크게 善하여 亨通한 것이다.”
[傳] 以卦變及二體之義而言이라 剛上而柔下는 謂乾之初九 上而爲上九하고 坤之上六이 下而爲初六也라 陽剛은 尊而在上者也어늘 今往居於上하고 陰柔는 卑而在下者也어늘 今來居於下라 男雖少而居上하고 女雖長而在下하여 尊卑得正하고 上下順理하니 治蠱之道也라 由剛之上, 柔之下하여 變而爲艮巽하니 艮은 止也요 巽은 順也라 下巽而上止는 止於巽順也니 以巽順之道로 治蠱라 是以元亨也라.
*—— [산풍고(山風蠱)의 상전(象傳)] ——*
[18蠱] 象曰, 山下有風, 蠱, 君子以 振民育德.
상(象)에서 말했다. “산 아래에 바람이 있는 것이 고(蠱)이니, 군자가 이 괘의 이치를 살펴 백성을 떨쳐 일으키며 덕(德)을 기른다.”
· ‘山下有風’에서 ‘風’[바람]은 ‘침체된 백성을 흥기시키는 군자의 덕’을 은유한 말이다.
· ‘振民育德’에서 ‘德’(덕)의 주역 코드는 간괘(艮卦, ☶)이다.
* [강 설(講說)] ————
“산(山) 아래 바람이 있으니, 바람이 산(山)을 만나 돌면 물건이 다 흩어져 혼란해진다. 그러므로 일이 있는 상(象)이 된 것이다. 고괘의 상황에 처한 군자는 병폐의 늪에 빠져 움직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흥기시키고 새로운 일을 담당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군자가 이렇게 일이 있는 상(象)을 보아 ‘백성을 구제하고 자신의 덕을 기른다.’고 한 것이다. 바람은 백성을 흥기시키는 군자(君子)를 은유한 것이다. 요컨대 상에서 말한 ‘振民育德’은 병폐를 청산하는 지혜이다. 그것이 주역의 가르침이다.
*—— [산풍고(山風蠱)의 효사(爻辭)] ——*
·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 ‘六五, 幹父之蠱, 用譽.’ · ‘六四, 裕父之蠱, 往見吝.’ · ‘九三,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 ‘初六, 幹父之蠱, 有子考, 无咎, 厲終吉.’ |
* [고괘(蠱卦) 초육(初六)의 효사] ————
[18蠱] 初六, 幹父之蠱, 有子考, 无咎, 厲終吉.
象曰, “幹父之蠱” 意承考也.
초육(初六)은 아버지가 벌인 병폐를 처리해야 한다. (훌륭한) 아들이 있으면 아버지가 허물이 없을 것이니, 뼈를 깎는 고통이 있지만 끝내는 길하다. 상(象)에서 말했다. “아버지가 벌인 병폐(病弊)를 담당해야 하는 것은 뜻이 아버지를 이어받아 왔기 때문이다.”
· ‘幹父之蠱’에서 ‘幹’(간)는 ‘식물의 줄기’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일의 줄기가 되는 것’, 즉 ‘일을 주관한다’는 뜻이 된다.
· ‘有子考’에서 ‘有子’는 ‘아들다운 아들이 있어’로 해석한다. 예컨대 ‘有爲’가 ‘훌륭한 일을 행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考’는 ‘아버지’, 후대에 와서 ‘돌아가신 아버지’로 쓰인다.
* [강 설(講說)] ————
초육(初六)은 시간적으로 아버지 폐단(弊端)을 제거하기 시작하는 때이다. 가장 어린 위치의 초육(初六)은 연약하고 또 손괘(巽卦)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순종적이다. 그러나 고괘(蠱卦)에서 순종만 하면 벌레가 슬어 더욱 침체해진다. 그러므로 초육(初六)은 양(陽)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강양(剛陽)의 기질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아들다운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병폐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다. 소극적인 딸의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고괘(蠱卦)의 전체를 한 가정으로 보면 상구(上九)는 아버지이고 육오(六五)는 어머니이다. 아버지가 산(山)처럼 고압적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침체해 있다. 초육(初六)은 비록 어리지만 아버지의 병폐를 바로잡음으로써 전체의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그것이 ‘뼈를 깎는 아픔이 있다’고 한 것이다.
『역전』에서 말했다. “初六은 비록 낮은 곳에 거하였으나 蠱卦가 이 爻로 말미암아 이루어져 주관하는 뜻이 있다. 內卦에 거하고 아래에 있으면서 主體가 되니, 이는 아들이 아버지의 일을 주관하는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의 일을 주관하는 方途는 그 일을 勘當할 수 있으면 훌륭한 아들을 두는 것이 되어 아버지의 허물이 없을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累가 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아프고 위태로운 마음으로 임하면 끝내 길함을 얻는 것이다.”
[傳] 初六이 雖居最下나 成卦由之하여 有主之義라 居內在下而爲主하니 子幹父蠱也라 子幹父蠱之道는 能堪其事면 則爲有子而其考得无咎요 不然則爲父之累라 故必惕厲則得終吉也라
그리고 “(象에서) 아버지의 病弊를 바로 잡는 도리는, 뜻이 아버지의 일을 받들어 담당함에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일을 공경하여 아버지를 허물이 없는 처지에 두어서 항상 두려워하고 위태로운 생각을 품으면 끝내 길함을 얻는 것이다. 아버지의 일에 정성(精誠)을 다하는 것은 길한 방도이다.”
[傳] 子幹父蠱之道는 意在承當於父之事也라 故祇敬其事하여 以置父於无咎之地하여 常懷惕厲면 則終得其吉也라 盡誠於父事는 吉之道也라.
* [고괘(蠱卦) 구이(九二)의 효사] ————
[18蠱]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象曰, “幹母之蠱” 得中道也.
구이(九二)는 어머니가 벌인 병폐를 담당해야 한다. 참고 있으면 안 된다.
상에서 말했다. “어머니가 벌인 병폐를 담당해야 하는 것은 중도를 얻었기 때문이다.”
* [강 설(講說)] ————
구이(九二)는 하괘의 중심으로 육오(六五)를 도와 전체를 이끌어가는 책임자이다. 그러므로 구이(九二)는 육오(六五)를 직접 도와야 한다. 그러므로 ‘어머니가 일으킨 병폐(病弊)를 담당해야 한다(幹母之蠱)’고 했다. 상구(上九)가 아버지라면 육오(六五)는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강압에 눌려 아버지의 일에 동조하면서 침체되어 있다. 구이는 그 어머니를 격려하고 고무하여 당당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이(九二)는 강양(剛陽)이지만 굳세게만 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 자리가 음(陰)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貞’은 ‘굳세다’는 뜻이다. 그것은 구이(九二)가 중도(中道)를 얻었으므로 때에 맞게 하는 것이다.
『역전』에서 말했다. “九二는 剛陽으로 六五에게 應한 바 되니, 이는 剛陽의 재질로 아래에 있으면서 위에 있는 부드러운 陰의 일을 주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들이 어머니의 일을 주관함을 취하여 뜻을 삼았으니, 剛陽의 신하로서 柔弱한 군주를 보필함에도 뜻이 또한 서로 비슷하다. 九二는 巽體로 柔에 처하여 順한 뜻이 많으니, 어머니의 일을 주관하는 道이다. 아들이 어머니에 대하여 마땅히 柔巽함으로 輔導하여 義에 맞게 하여야 하니 순하지 못하여 敗蠱함에 이르면 아들의 罪이다. 조용히 받들어 순종함에 어찌 도리가 없겠는가. … 몸을 굽히고 뜻을 낮추며 巽順히 받들어 몸이 바르고 일이 다스려지게 함에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굳세게 하지 말아라’ 한 것이니, 이와 같이 함이 바로 中道이다.
[傳] 九二陽剛으로 爲六五所應하니 是는 以陽剛之才로 在下而幹夫在上陰柔之事也라 故取子幹母蠱爲義하니 以剛陽之臣으로 輔柔弱之君도 義亦相近이라 二는 巽體而處柔하여 順義爲多하니 幹母之蠱之道也라 夫子之於母에 當以柔巽輔導之하여 使得於義니 不順而致敗蠱면 則子之罪也라 從容將順에 豈无道乎아 … 在乎屈己下意하고 巽順將承하여 使之身正事治而已라 故曰不可貞이니 謂不可貞固하여 盡其剛直之道니 如是乃中道也라.
* [고괘(蠱卦) 구삼(九三)의 효사] ————
[18蠱] 九三,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象曰, “幹父之蠱” 終无咎也.
구삼(九三)은 아버지가 만든 병폐를 담당해야 한다. 조금 후회할 일이 있으나 큰 허물은 없을 것이다. 상에서 말했다. “아버지가 만든 병폐를 담당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다.”
· ‘幹父之蠱’(간부지고)는 초육(初六)에 이어 구삼(九三)의 효사(爻辭)에서도 나왔다. 고괘(蠱卦)에서, 초육(初六), 구삼(九三), 육오(六五)와 같은 양(陽)의 자리에는 모두 같은 효사가 왔다. 양(陽)의 굳센 재질로서 아버지의 일[病弊]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 [강 설(講說)] ————
구삼(九三)은 상구(上九)와 짝을 이루기 때문에 상구의 병폐(病弊)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양(陽)이기 때문에 순조롭지는 않다. 그렇다고 참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아버지의 일[病弊]을 담당해야 한다.
구삼(九三)은 양강(陽剛)의 재질로 하괘의 위에 자리하여 일을 주관하는 자이니, 구이(九二)는 양(陽)의 자리에 있으므로 아들로서 아버지의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 구삼은 상구(上九) 와 정응관계에 있다. 그래서 ‘아버지의 폐단을 주관한다(幹父之蠱)’고 한 것이다. 초육(初六), 구삼(九三), 육오(六五) 등 양(陽)의 자리의 효사가 모두 ‘幹父之蠱’을 말하고 있다. 구삼(九三)은 양(陽)으로 강(剛)에 처하고 중(中)하지 못하니 강함이 지나치나, 손(巽)의 체(體)에 있어서 비록 강함이 지나쳐도 순함이 없는 것이 아니니, 순(順)함은 어버이를 섬기는 근본이며 또 거함이 정(正)을 얻었기 때문에 큰 허물이 없는 것이다.
『역전』의 상(象)에서 말했다. “구삼(九三)은 陽의 재질로 아버지의 일[病弊]을 주관하니, 비록 다소의 뉘우침이 있으나, 끝내 큰 허물은 없다. 剛하고 과단성이 있어 일을 주관하며 正을 잃지 않고 順함이 있으니, 이 때문에 끝내 허물이 없는 것이다.”
[傳] 以三之才로 幹父之蠱하니 雖小有悔나 終无大咎也라 蓋剛斷能幹하고 不失正而有順하니 所以終无咎也라
* [고괘(蠱卦) 육사(六四)의 효사] ————
[18蠱] 六四, 裕父之蠱, 往見吝.
象曰, “裕父之蠱” 往未得也.
육사(六四)는 아버지가 만든 병폐(病弊)에 대해서 느긋하게 있어야 한다. 가면(행하면) 인색한 꼴을 당한다. 상에서 말했다. “아버지가 만든 병폐에 대해서 느긋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은 가더라도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裕父之蠱’(유부지고)에서 ‘裕’는 ‘느긋하다, 넉넉하다’
· ‘往見吝’에서 ‘見’(견)은 일반적으로 ‘보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당하다’는 뜻이다.(피동 )
* [강 설(講說)] ————
역(易)은 자기의 사심(私心)을 버리고 상황에 맞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智慧)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소극적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할 때도 있고, 참기 어려운 상황에서 참으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사사로운 생각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역(易)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고괘(蠱卦)의 육사(六四)는 육오(육五)와 함께 강력한 상구(上九)에 억눌려 궁지의 극에 달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싸움의 와중에 있는 사람이 그 싸움을 직접 해결할 수 는 없는 이치이다. 대개는 제삼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고괘(蠱卦)의 경우에도 상층부의 옹색한 상황을 타개하는 주체는 하괘(下卦)에서 맡아야 한다. 그럼에서 불구하고 육사(六四)가 상황을 견디지 못하여 직접 상구(上九)와 부딪히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상구(上九)의 입장에서 보면, 하층부의 사람들은 어리고 귀여운 자녀에 해당하므로, 특히 같은 양(陽)인 구삼(九三)이나 구이(九二)에 대해서는 이해심이 많다. 상구(上九)에게는 측근에서 치고 올라오는 육오(六五)나 육사(六四)가 달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육사(六四)가 상구의 일에 직접 나선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이런 까닭에 육사(六四)는 직접 나서지 말고 중심(中心)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느긋하게 있으면서 미래에 대비해 실력을 축적해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만든 병폐(病弊)에 대해서 느긋하게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만약 행하게 되면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往見吝)
『역전』에서 말했다. “육사(六四)는 陰으로서 陰의 자리에 거하였으니 柔順한 재질이며, 처한 바가 正을 얻었기 때문에 寬裕로서 아버지의 일을 처리하는 자가 된 것이다. 柔順한 재질로 正에 처하면 겨우 常道를 따라 스스로 지킬 수 있을 뿐이니 만약 가서 非常한 일을 주관하면 이겨내지 못하여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다. 유약한 陰으로 응하는 도움이 없으니, 가면 어찌 능히 이루겠는가.”
[傳] 四以陰居陰하니 柔順之才也요 所處得正이라 故爲寬裕以處其父事者也라 夫柔順之才而處正이면 僅能循常自守而已니 若往幹過常之事면 則不勝而見吝也라 以陰柔而无應助하니 往安能濟리오.
* [고괘(蠱卦) 육오(六五)의 효사] ————
[18蠱] 六五, 幹父之蠱, 用譽.
象曰, “幹父用譽” 承以德也.
육오(六五)는 아버지가 만든 병폐를 처리하면 명예롭게 될 것이다. 상에서 말했다. “아버지가 만든 병폐를 처리하여 명예롭게 되는 것은 이어받기를 덕(德)으로써 하기 때문이다.”
· ‘用譽’(용예)에서 ‘用’은 ‘이(以)’와 통용.
* [강 설(講說)] ————
육오(六五)는 전체를 이끄는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괘의 육오(六五)는 강력한 상구(上九)에게 억눌려 옹색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게 늘 굴복하고 있기만 하면 안 된다. 그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이때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때의 아버지는 상구(上九)이다. 이제 상구(上九)에게 당당히 맞서야 한다. 지금까지 나약하게 대한 것은 잘못이었다. 육오는 비록 음(陰)이지만 강양의 자리에서 중도를 얻었으니, 상구의 병폐를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아래의 구이(九二)가 호응하고 있다. 양의 자리에 걸맞는 굳센 마음으로 대하면 성공을 거두게 되고 그 때문에 영예롭게 될 것이다.
만약 육오(六五)가 이렇게 하여 목숨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있더라도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육오는 죽음을 당하지 않는다. 상구(上九)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육오(六五)는 죽일 수 없다. 임금을 죽이고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강하게 대하면 성공을 거두게 되고 그 때문에 영예롭게 될 것이다.
『역전』에서 말했다. “육오(六五)가 尊位에 거하여 부드러운 陰의 자질로 人君의 일을 주관하여 아래로 九二와 應하니, 이는 剛陽의 臣下에게 맡긴 것이다. 비록 아래로 강양의 賢者에게 응하여 의지하고 맡기나 자신은 실로 陰柔이기 때문에 創始하고 基業을 여는 일을 하지 못하고 옛 基業을 繼承하는 것이 가하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일[病弊]을 주관함이 되는 것이다. 基業을 創建하여 전통을 드리우는 일은 강명한 재질이 아니면 능하지 못하며, 대를 잇는 君主는 비록 유약한 자질이라도 만일 강한 賢者에게 맡기면 잘 계승하여 훌륭한 榮譽를 이룰 수 있으니 太甲과 成王은 모두 臣下를 등용하여 稱讚을 받은 자이다.
[傳] 五居尊位하여 以陰柔之質로 當人君之幹而下應於九二하니 是能任剛陽之臣也라 雖能下應剛陽之賢而倚任之나 然己實陰柔라 故[一作固]不能爲創始開基之事요 承其舊業則可矣라 故爲幹父之蠱라 夫創業垂統之事는 非剛明之才則不能이요 繼世之君은 雖柔弱之資라도 苟能[一有信字]任剛賢이면 則可以爲善繼而成令譽也니 太甲, 成王은 皆以臣而用譽者也라.
* [고괘(蠱卦) 상구(上九)의 효사] ————
[18蠱]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象曰, “不事王侯” 志可則也.
상구(上九)는 왕후의 일을 일삼지 않고 그 일을 고상하게 끝마칠 수 있을 것이다.
상에서 말했다. “왕후의 일을 일삼지 않으면 그 뜻을 본받을 수가 없다.”
* [강 설(講說)] ————
상구(上九)는 강력한 힘을 소유하고 있으나 중심(中心)의 자리에서 물러난 입장이다. 그러나 떠나지 않고 자신의 강력한 힘으로 권력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언제 왕후(王侯)의 일에 관여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도리(道理)가 아니다. 물러날 때를 알아서 물러나면 모두의 존경을 받는다. 그렇지 않고 끝까지 권력을 고집하면 임금이나 제후의 일에 가담하면 결국 지금까지의 업적이나 공로가 수포로 돌아가고 비참한 최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제대로 태세를 갖추고 연착륙을 해야 한다. 그렇기 않고 계속 날기를 고집하면 추락하지 않을 수 없다.
『역전』에서 말했다. “상구(上九)는 蠱의 마지막에 거하여 아래의 係應이 없고 일[蠱]의 밖에 처하여 일하는 바가 없는 자리이다. 剛明한 재질로 應援이 없고 일이 없는 자리에 처하였으니, 이는 賢人과 君子가 세상을 만나지 못하여 고결함으로 스스로 지켜서 세상의 일에 얽매이지 않는 자이다. 그러므로 ‘王侯를 섬기지 않고 그 일을 高尙하게 한다’고 한 것이다. 옛사람 중에 이것을 행한 자가 있으니, 伊尹과 太公望의 초기와 曾子와 子思의 무리가 바로 이런 분들이다. … 象에서 이른바, ‘뜻이 법칙[模範]이 될 만하다’는 것이니, 進退의 道가 합하는 자이다.”
[傳] 上九居蠱之終하여 无係應於下하고 處事之外하여 无所事之地也라 以剛明之才로 无應援而處无事之地하니 是는 賢人君子不偶於時而高潔自守하여 不累於世務者也라 故云 不事王侯高尙其事라하니라 古之人有行之者하니 伊尹, 太公望之始와 曾子, 子思之徒是也라. … 象所謂志可則者니 進退合道者也라
¶ [복습 정리] ☞ 주역 [18] 고괘(蠱卦) [山風蠱]의 괘사와 효사
[고괘] · '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 ‘上九, 不事王侯, 高尙其事.’
· ‘六五, 幹父之蠱, 用譽.’
· ‘六四, 裕父之蠱, 往見吝.’
· ‘九三, 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 ‘九二, 幹母之蠱, 不可貞.’
· ‘初六, 幹父之蠱, 有子考, 无咎, 厲終吉.’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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