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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자연
(미 서부여행記)
양태룡(양태룡논어연구소)
장대비가 내리는 아침 짐을 꾸려서 집을 나선다. 이번 여행지는 미국 서부지역을 돌아보는 것이다. 수속을 밟고 좌석에 앉으니 여행객의 대다수가 대학생이나 3~40대 들이고 내 또래는 드문드문 눈에 들어온다. 이제 나도 중년의 나이인 것을 인정해야 하나보다.
11시간의 비행 끝에 로스엔젤레스 공항에 도착하였다. 한국과는 8시간의 시차가 난다. 여행지는 로스엔젤레스 시내를 둘러보고 모하비 사막에 있는 라스베가스를 거쳐서 브라이스캐넌과 자이언 캐넌, 그랜드캐넌을 둘러보고 콜로라도강이 흐르는
라프린에서 1박을 하고 켈리코 고스트타운을 거쳐 다시 라스베가스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공항에 도착하여 현지 가이드안내로 비버리힐스로 이동하면서 로스엔젤레스에 대한 대강을 소개받았다. 아열대기후로 연평균25도.
춥지도 덥지도 않는 날씨가 생활하기 좋은 조건이지만 지진이 많아 건물들이 대부분 낮게 건축되어있다. 주변을 조망하기에 편안하여 서울의 답답함을 일소하기에 충분하다. 시선을 끄는 것은 가로수가 모두 야자수다. 쭉 뻗은 야자수가 일품이다. 1932년 올림픽을 치루면서 당시 시장이 도시의 상징물로 심었다고 전해 온다. 도로 하나를 두고 sunset거리. 좌회전하여 소위 말하는 부자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석유재벌 별장이라고 알려진 Greystone을 둘러본다. 산 하나를 차지하고 있고 유럽에서 보았던 궁전과 흡사하다. 지붕은 바닥과 같은 돌로 건축하여 조화를 이루고 주변의 야자수와 이름 모를 침엽수림으로 조경도 꽤 신경을 쓴 모양이다. 관광객들의 방문뿐만 아니라 행사도 자주 치루는 모양이다. 휘트니 휴스턴도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고 전한다. 우리가 방문한 그 시간에도 행사를 하느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유니버셜 헐리우드로 이동하여 세계각국의 유명배우와 가수 등의 조각이 새겨진 거리를 돌면서 안성기와 이병헌의 이름을 보니 기분이 좋다. 거리를 이동하면서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코믹한 동작으로 관광객들과 흥정을 하는데 바로 옆에 마럴린 멀로의 조각상이 있다. 잠시 멈춰 그녀의 연인처럼 사진도 찍어본다. 오스카상 시상식을 한다는 돌비체 극장을 거쳐서 맛 집으로 소문난 in n out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다. 싱싱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느끼하지 않다. 선전 문구에 quality you can taste가 새겨져 있다. 이 샌드위치는 창업주가 소비자의 건강과 기업가적 양심으로 샌드위치를 판매하는데 인기가 좋아 주변에서 프랜차이저를 요구하고 있으나 신선도 높은 재료를 공급할 수 없는 지역에는 가맹점을 내어주지 않고 나름대로의 브랜드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TUDIO TOUR에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줄을 길게 서 있다. 관람시간에 쫓기어 마음이 급하다. 일단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까 생각하다가 두 곳만 제대로 보고가자고 마음먹고 water world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한정했다.
먼저 water world
허름한 양철로 외벽을 쌓아두어 이 후진 곳에서 무엇을 할까 기대반 의심반으로 줄서 있는데 벽면에 ‘물에 젖을 준비를 하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 관객과 행사측이 호흡을 맞춰 흥미 있게 진행하는 모양이다. 약20분간의 기다림 속에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행사를 진행하는 측에서 3개 지역으로 나누어 물세례를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관객들은 잠시 흥분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양철 벽을 넘어 수상오토바이가 날아들면서 긴장하게 한다.
잠시 불과 물이 휘몰아치는 쇼같은 영화 속의 장면들이 연출되고 나중에는 비행기가 관중석으로 날아들더니 망루 높은 곳에서 액션배우들이 결투하다가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 등 스릴 넘치는 광경은 흥미를 더해가고 우리는 정의의 편에 응원과 악마같은 불의에 대한 저항하는 마음으로 동조와 공감 속에 몰입하게 된다.
다음 코스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아까운 시간을 한 시간이상 대기하며, 그것도 약 1킬로를 칸막이 속을 오가는 반복 속에서 관람열차에 올랐다. 맨 처음에는 그냥 영화 소품같은 공간을 이동하며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공룡관에 들어서 납량특집의 서늘함과 공포감속에서 일상에서 벗어나 있음을 확인하고 일상의 때를 벗는 듯 속까지 시원하다. 비행기 추락현장, 수해현장, 살인사건 등 스릴 넘치는 장면을 보면서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영화의 효과 촬영을 체험을 한다.
로데오거리로 이동하여 구찌 루이뷔똥 등 흔히 말하는 명품관을 둘러본다. 가격표를 보면서 아연실색하게 하고 신은 여자를 사치의 몸으로 만들었을까? 의문과 함께 남자를 더욱 작게 만드는 현실이 밉기도 하다.
저녁을 한국식으로 해결하고 밖으로 나오니 BMW오토바이 앞에 건장한 남자 3명은 30년 전 이민 왔다고 한다. 나름대로 미국에서 열심히 산 모양이다. 약간의 거드름도 피우는 듯한 모습으로 굉음을 울리며 저만의 목적지를 향해서 오토바이는 달려간다.
헐리우드 관광을 하고 나오는데 양다리에 무지개 빛 무늬를 한 중년의 남자가 눈에 띈다. 동성애를 인정하라는 1인 시위라고 한다. 참 별거 다하는 다양성의 세계인가? .‘다름과 틀림’이 명확히 구분하는 세상인 것을 확인한다.
석양을 보면서 산타모니카해변으로 걸음을 옮긴다. 집시들과 거리의 악사들이 시선을 끈다. 한 소녀가 바이얼린을 연주하는데 그곳에는 지폐와 동전이 수북이 쌓여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 어린 소녀가 바이얼린을 연주하며 구걸(?)을 해야 할까. 돌아서 나오다 모래사장을 걸으니 뉘엿뉘엿 저무는 해만큼 집시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서양의 해변이나 우리의 해변이나 청춘들이 바닷가를 그리는 마음은 별반 차이가 없나보다.
2
아침을 해결하고 라스베가스로 이동한다. 대륙을 횡단하는 도로는 10.40.80번 고속도로가 있고 중간에 route66번 도로가 있다. 우리는 route66번 도로와 40번도로를 이용하여 해발 1100m의 모하비사막을 이동 중이다. 사막이라고는 하지만 군데군데 나무도 많이 자생하고 있다. 선인장과의 자쉬어나무 나무군락도 보인다. 자쉬어나무는 동부의 인디언들이 서부로 이동하면서 하늘에 기도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잠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들렀는데 과일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이곳 캘리포니아주는 햇볕이 쨍쨍해서 과일들이 잘 자라고 질도 좋다. 체리 한 봉지에 입맛을 빼앗겼다. 그들의 농사는 흔히 말하는 건달농사다 .씨만 뿌리고 수확만 하면 된다고. 얼마나 태양열이 강하고 과실이 익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sunkist-태양이 키스해서 만든 과실-이라 하고, sunmaid-태양이 하인-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두 시간 남짓 이동하여 캘리포니아주를 넘어 네바다주로 넘어간다. 주와 주의 경계는 아스팔트 색깔로 구분 되어져있고, 도로하나 사이로 태양이 지는 거리sunset 뜨는 거리 sunrise로 구분되는 것을 보면 법에 의한 통치가 제대로 되어서 그런지 경계의 구분이 명확하다. 주를 넘으면서 시간변경선을 통과한다. 국토가 얼마나 넓기에 주경계를 넘으면 표준시도 달라지는 것일까.
이동하는 중간에 산불흔적이 보인다. 방화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불이 나고 불이 나도 진화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글자 그대로 자연-스스로 그러함-이다.
미국도 대체에너지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는 모양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책사업인 태양광을 이용한 이반파발전소가 눈앞에 있다. 생태환경파괴에 영향을 준다고-35만개의 반사경과 3개의 철탑에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500도가 넘는 고온으로 주변을 나는 새는 눈이 멀고 동물들은 즉사하는 사태발생-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원전5,6호기를 두고 싸움이 시작된 것 같은데 문명과 자연 앞에서 어디에 주안을 두고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걱정이다.
이곳 네바다주는 링컨대통령이 승인 한 곳이다. 당시 지지세력이 약했던 링컨은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 새로운 주를 승인하고 그들의 먹거리를 위해 도박장을 승인 한 것이다. 여기서 라스베가스의 역사는 시작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환락가.
놀라운 것은 사막한가운데 문명의 극치를 이루는 도시가 우뚝 서 있다. 최초 기획자는 갱단의 두목이었으나 실패하고 스티브 Wynn이 현재의 라스베가스 건설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그가 사막에 투자하면서 가장 골칫거리가 물과 전기였는데 후버댐이 자동차로 불과 20분 거리에 있으니 확신을 가지고 투자한 것이다.
역시 큰 그림을 그리는 지도자는 혜안이 있는 모양이다. 중국의 우임금도 치수에 능했고 우리나라의 정주영회장도 춘천, 화천댐을 건설하면서 강남에 아파트를 지었다고 한다.
논어속의 한 구절 君子懷德 小人懷土군자회덕 소인회토-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땅을 생각한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들 지도자는 물에서 반전의 돌파구를 찾는 모양이다.
나 같은 범인이야 그저 땅 좋은데 사서 돈이나 좀 벌어 볼까하는 생각이지만 이마저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 지도자같은 대인들은 공동체의 이익과 행복을 생각한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있는 108층 빌딩에 올라 라스베가스 신도심과 구도심을 내려다본다. 황금빛으로 단장한 트럼프호텔 윈호텔 앙코르호텔 등등 눈이 부시게 현란한 광경은 마음마저도 허공에 뜨게 한다.
저 건너편에 공항이 보이고 골프장이 있는데 IMF때 박세리 선수가 연못에 빠진 공을 쳐올리면서 우승을 차지했던 곳이다. 망루에서 내려와 시내 곳곳을 둘러보다.
이제 세계 3대쇼라고 하는 르네브(꿈) 쇼를 관람한다.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물 쇼. 싱크로나이즈 하나의 공주를 두고 두 명의 남자가 선택받기위해서 재주를 부린다. 한 사람은 진지하게 다가가고 한 사람은 장난스럽게 재롱을 부린다. 주인공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다른 곳에서도 선남선녀들이 애정행각을 벌이면서 눈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다. 수 십 미터 상공에서 몸을 날리는 배우들 모습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즐겁지만 한 사람의 배우는 자칫 생명과도 직결되는 아찔한 순간을 본다.
다음은 환상적인 베네시안호텔 산마르코 광장으로 이동하여 하늘을 본다.
구름이 흘러가고 있다. 인공하늘이란다. 카지노, 쇼핑몰, 음식점, 주점이 있고 호텔내부에 수로를 만들어 베니스의 명물 곤도라가 지나가고 노젖는 이는 노래를 들려주며 연인들을 기쁘게 해준다. 돌아오는 길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LG전자에서 1300억을 들여서 만든 전구쇼를 기획했다. 밤9시가 되자 도심의 거리는 불을 끄고 LED 쇼에 몰입하게 한다.
반나족의 여자와 남자들이 지나간다. 흑인들이 파티를 연다는 광란의 차(?)를 빌려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를 들으면 그 분위기를 상상한다.
3
어제는 문명과 자연의 명암을 보았다.
이른 아침 05시 50분 유타주를 지난다. 유타주는 은퇴자가 많은 곳이다. 공기가 맑고 청정지역이라 국립공원이 7개가 있으며 백인이 많이 살고 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청정지역을 찾아 건강하고 장수하고 싶은 욕망은 같은가 보다. 유타주는 약 70%가 몰몬교다. 몰몬교는 정직, 성실, 책임감을 내세우며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해외 선교활동을 3년 나가고 일부다처제이며 경전에 여자는 꼭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이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약400킬로를 이동하여 브라이스캐넌으로 가고 있다.
이제는 자연의 모습 수 천 년, 수 억 년을 지내온 자연의 모습을 찾아서 나간다.vergin강. 황토같은 물이 흐르고 있다. 이름만 강이지 조그마한 도랑이다. 정수해서 생활용수를 쓰도 좋으련만 비용이 많이 들어 활용가치가 없다. 목적지 브라이스 캐넌에 도착하니 첨탑의 향연이다. 선택의 순간이다. 어느 쪽을 택할까? 오른쪽으로 가면 상대적으로협소한 공간이 지만 캐넌 밑바닥까지 볼 수 있을 것 같고 왼쪽으로 가면 광활한 지대를 볼 수 있지만 주마간산 일거 같다. 나는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약 50미터이상 뻗어 오른 소나무를 보고 캐넌 밑바닥을 보았다.
상단부에는 반짝이는 조각이 매달려서 바람에 흔들리며 요랑 소리를 내는 듯하고 우뚝 솟은 첨탑모양의 조형물은 암수사자가 서로 재롱부리듯 사랑을 속삭이는 듯 하고 하늘 끝을 보고 수십 미터 높이로 차고 오른 소나무는 강인한 생명력과 군자임을 확인해 주는 듯하다.
여행의 재미는 현지식인데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이번 여행은 유난히도 한국식과 간편식이 많다. 경비와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팩키지의 한계, 시간상의 제약, 선택권의 한계, 미련과 아쉬움이 자꾸 쌓인다.
다음은 자이언 캐넌이다. 지금껏 본 모습은 여성적 섬세함 같은 기분이라면 자이언 캐넌은 웅장하다. 시뻘건 공간에 인간이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신의 걸작 같다.
석회암, 사암, 화강암으로 구성된 이곳을 지질학자들은 이런 무늬를 보고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신이 만들어 놓은 하늘정원이라고 한다. 체크보드메사, 최후의 만찬바위를 보면서 나는 금상에 꽃 반상을 하나 올려놓은 것으로 명명하고 싶다.
차장 밖의 변화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터널을 지나는데 협소하여 버스는 편도만 가능하다. 다이나마이트를 쓰지 않고 수작업으로 개통하여 인간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자는 취지란다. 우리는 협소한 국토에 산악지역이라 효용성측면을 부각시켜 엄청 많은 터널을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터널의 중간 중간에 관망할 수 있게 구멍을 뚫어 놓았다. 대략 10개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가이드는 차이코프스키의 1번 협주곡을 틀어준다. 웅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와 닿은 음은 구멍하나 하나를 통과하면서 비쳐지는 비경은 점입가경으로 이끈다.
휴게소에 들려 최후의 만찬 바위를 뒤에 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캐넌을 벗어나오면서 김상우의 꽃밭에서 음악이 나온다. 캐넌이 바로 꽃밭인가? 건너편에는 예수가 뒷짐 진 모습의 바위가 있고 중앙에 신전 같은 것이 반대편에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바위가 있다.
나 같으면 그냥 만물상바위라고 칭하겠건만…
다시 어제 보지 못한 라스베가스의 야경이다. 분수쇼를 관람하고 8가지 맛의 코카콜라와 SHAKE를 마시며 쇼핑을 하다가 그 유명한 shack shack 버그에 코로나 맥주를 마시며 기분을 내 본다. 밖으로 나오니 연인이 다트놀이를 하고 있다. 약간의 취기도 있고 양해를 구해서 한 번 던져도 보고 같이 사진을 찍으며 어울려본다. 나는 호기심 많은 철부지가 되었다.
4
05시20분 일행들은 모여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뿔사 한 시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사가 카지노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이미지와 직업윤리를 생각해 본다.
차창 밖의 라스베가스 거리는 밤의 휘황찬란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그저 수수하게 차려입은 여인처럼 보인다. 약10분 정도 이동했을까? 라스베가스의 가려진 모습도 보인다. 화려함은 뒤로하고 <for sale, for lent >간판이 눈에 자주 띈다.
로키산맥에서 발원하여 2200km의 콜로라도강이 되어 흐르고 후버댐에 이른다. 후버댐은 약6600만 톤의 시멘트가 들어갔는데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깔고도 남는 엄청난 양이다. 댐건설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가평 호명산에 있는 양수발전소 댐 건설 비용이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용보다 많이 들었다니 가히 짐작이 간다. 후버댐을 근거지로 하여 라스베가스라는 인간 문명의 최고의 도시가 생긴 것이다. 오늘은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여 콜로라도 강과 후버댐을 지나서 윌리암스에 도착할 무렵 장대비가 쏟아진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이런 비는 처음이라고 한다. 매점에서 그물과 깃털과 고리로 구성된 드림캐처를 유심히 보았다. 전설에 의하면 인디언 할머니는 침대 옆에 있는 거미를 죽이려는 손주를 보고 미물같은 곤충도 생명이 있는데 하며 구해 주었다. 그 이후로 거미는 할머니에게 보답하는 뜻에서 나쁜 꿈은 잡아 주고 좋은 꿈은 꾸게 했다고 전해온다. 하지만 인디언 후손들의 존재는 미미하다.
점심에 버펄로 갈비 한쪽 뜯어본다. 양념이 듬뿍 배여서 그런지 육질이 부드럽다. 시장기를 해결하고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랜드 캐넌으로 이동한다.
얼마나 크기에 이름마저 그랜드인가? 영국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위라고 한다. 루즈벨트대통령은 미국 국민 전부가 꼭 가보기를 권장한다며 국립공원에 서명했다고. 20억 살의 그랜드 캐넌. 상단은 해발 2200미터 하단은 약1600미터라고 한다. 600미터의 협곡을 내려다 본다. 20억년 전에 융기해서 위로 솟구치면서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찬란하고 황홀한 모습에 어제의 자이언캐넌이 금상에 꽃을 올려놓았다고 표현했는데 짧은 어휘력으로 더 이상 형용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수평의 바다에 잔잔한 물결은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균열이 일어나고 북에서 남으로 큰 획을 긋는다.서로는 한 몸이 되어 떨어지기 싫은 모양이다. 그러나 거대한 존재 앞에 힘은 미약하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다가 하나의 섬으로 존재하고 층층이 결을 짓고 솟구치고 짓누르는 변화 속에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망대 앞에는 까마귀 한 마리가 여유를 즐기고 있고 인간에게는 동전은 생명을 죽인다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잠시 멈춰서 협곡아래를 내려다본다. 인디언의 절규가 들릴 듯 하다.
대협곡은 남북전쟁에 참가한 예비역 소령 존 웨슬리 파웰이 9명의 대원을 데리고 탐험하면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 한 것은 대협곡의 탐험에서 극한상황이 닥치자 살기위해서 대열을 이탈한 대원3명은 인디언들에게 맞아 죽었고 끝까지 탐험길에 오른 3명은 하구 주민의 대 환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고 한다. 이곳에는 인디언 원주민들이 약 5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실업자가 50%나 되고 겨울의 칼바람과 여름의 고온, 고지대의 희박한 공기만큼 희망도 없는 희미한 삶을 살고 있다는 말에 측은지심이라고 했는데…
과연 미국에서는 인도주의를 주창할 수 있는 것인가.
국가가 먼저냐 민족이 먼저냐?
배우지 못하여 무식하고 힘이 없기에 지배당하는 모습은 아무리 평화를 외치지만 그를 지켜나갈 힘이 없다면 공염불이라는 생각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해 본다.
눈은 이제 한없는 호사를 누렸다. 다음은 배가 즐거워야 할 시간이다. 라플린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잠시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린다. 한 참을 달리다가 보니 어느새 무지개가 떠 있다. 차창 밖의 무지개를 보면서 귀국 후의 삶도 무지개처럼 빛났으면 좋겠다.
콜로라도강이 내려다보이는 라플린의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는다. 스테이크하나에 닭고기 하나를 들고 포식하는 기쁨을 누리고 카지노에서 시간을 즐기다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푼다.
5.
라플린을 출발하여 켈리코 고스트다운을 지나 로스엔젤레스로 이동하는 여정이다. 라플린의 아침은 평화롭다. 저 건너편 산에는 구름이 깔려 있지만 그 사이로 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콜로라도강에는 오리가 무리를 지어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즐긴다. 수영장에는 한 쌍의 연인이 물가를 맴돌며 사랑을 속삭이고 중년의 부부는 사진 찍기에 바쁘다. 호텔 데스크에는 water craft advantures rental이라는 팜프렛이 놓여있다. 강물은 수위가 많이 떨어져서 보트와 부유물은 마음대로 널려져 있다.
켈리코로 가는 길
이곳은 사막이지만 주변에 녹초지가 보인다. 이곳 주민들의 주 수익원은 건초재배다. 년 4~5모작으로 건초를 키워서 그 넓은 대평원을 경작한다고 한다. 말이 경작이지 그냥 헬기로 씨 뿌리고 트랙트로 수확하는 것이 전부라니 이 또한 건달농사다.
어제에 이어서 또 장대비가 내린다. 하늘도 더위를 식혀 우리의 여행을 돕는다.
켈리코 마을입구에 도착하니 낡은 집 한 채. 태극기와 성조기가 걸려있는 있다.
집주인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한다. 젊은 시절 한국에서의 기억을 평생 안고 있는 모양이다. 잊혀 질 수 없는 추억이겠지.
1860년대까지 은을 캤던 곳. 산 정상부위에 calico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보안관이 차를 유도한다. 광부의 애틋한 삶을 볼 수 있다. 소방서가 있는 곳을 들여다 보니 소방차는 말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분명 말도 불을 두려워할 것인데 기동력에 우선하여 만든 모양이다.
여행을 하면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의 마지막 유언을 생각한다. 그는 가장 비싼 침대가 병상이라고 했다. 삶의 회한이 담긴 말이 아닐까? 목표 지향적으로 살다가 이제 그 많은 돈은 가지고 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누가 대신 침상에 누워주진 않는다. 적당하게 벌고 인생의 우선순위에 따라 목표를 정해서 여유와 일의 균형을 찾는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격려를 보낸다.
나 자신에 투자하고 가족에 투자하고 친구와 어울리며 즐기는 삶.
“사랑은 문지방을 넘어서 온 세계로 확산하기를 바란다.”
이 말은 이미 공자가 2500년 전에 한 말이다. 인의 실천이 여기에 있는데 미련한 인간이 앞만 보고 달리다 문턱 밑에 넘어지는 과오를 연속하고 있다.
이제 여행은 막바지를 치닫고 있다. 택시를 타고 The farms mall에 도착하여 주변 경관을 둘러본다. 청춘의 거리다. 밤거리를 걷다가 주점에 들려 5인조 그룹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들과 어울려 본다. 금발의 미녀는 맥주하나 들고 흥에 겨워 춤을 추고, 8순 정도 되는 노인은 드럼 치는 흉내를 내 보지만 기력이 달리는 모양이다.
흥이 최고조에 이를 무렵 약속한 택시가 도착했다. 여행은 여기서 멈추고 다음을 기약하자.
인간 최고의 문명과 환락을 뽐내는 라스베가스, 대 협곡 그랜드 캐넌 그 지하에서 저항도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인디안.
자연-스스로 그러함-은 문명 앞에 굴복하는가?
백년도 못되는 삶에서는 문명이 기를 펴는듯하지만 언젠가 인간이 그려놓은 무늬는 사라질 것이고 자연의 그 모습은 천 년, 만 년 그 모습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다.
여행이란 항상 다음을 기약한다.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괴로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 이런 변화보다는 항상 만족하고 恒常心을 유지하며 살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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