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구조조정, 시공사→시행사로 ‘무게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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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금융회사, ‘부실 시행사’ 솎아내기 올인
부실 시행사 퇴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부실 시행사의 사업시행권 취소를 꺼내든 데 이어 채권은행들도 구조조정 메스를 들이대고 나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일 발표된 채권은행의 2012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홍익건설, 세광조선 등 시행사 15곳이 무더기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전체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17곳 중 시공사는 2곳에 그쳤다. 금융권의 칼날이 시공사에서 시행사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은행들은 중소 시행사 중 보유 사업장의 분양성이 떨어지고, 자본금도 바닥을 드러내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할 여력이 없는 시행사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솎아냈다고 설명했다. 경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비우량 건설사를 시공사로 내세워 추진했지만 자금 보충이나 분양에 실패한 사업장들이다.
시행사들이 장기 연체하고 시공사들의 신용공여 여력도 없는 사업장이어서 은행이 직접 개발사업을 끌고가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또한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가 법정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장의 시행사들도 퇴출 대상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주택법을 개정해 부실 시행사에 대한 시행권 취소를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시행사 구조조정은 앞으로 가속 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주택법에 의한 사업계획 승인 취소 사유를 현행 사업계획 승인 후 2년간 공사 미착수에서 경·공매로 인한 토지소유권 이전, 부도, 착공 후 공사가 2년 이상 중단된 사례 등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회사가 시행사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것은 부실 시행사의 막장 버티기와 도장값 요구로 인해 보증채무자인 시공사와 차주인 시행사에 돌아가는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공사 관계자는 “대출계약서와 연대보증서에 도장 날인을 했다는 빌미로 시행사가 시공사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서 “시행ㆍ시공사 간 불협화음이 생길 경우 의사결정 지연 등 사업 전체를 망가뜨린다”고 말했다.
부동산사업을 부실화하는 시행사의 개인적 채무 리스크도 중소 시행사 ‘가지치기’의 한 요인이다.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이 꾸린 워크아웃 건설사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 개선 특별팀(TF)의 최근 회의는 시행사 성토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사가 사적 세금 체납이나 우발 채무를 갚기 위해 PF대출금을 전횡하는 사례에 대해 은행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시행사에 대한 구조조정 폭탄은 대형 시행사 유도를 촉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의 원활한 PF금융 지원을 위해서는 시행사가 먼저 대형화해야 하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개발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주단-시행사-시공사 모두 손실부담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시공사와 대주단에만 부담이 돌아갔다”면서 “앞으로의 구조조정은 시행사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정호기자 won@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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