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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 황 장 진 강원도 고성의 미시령터널을 빠져나가자말자 바른쪽으로 웅장한 울산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멀거니 내려다보고 있다. 아랫도린 푸른 숲을 덮고, 상체만 희멀겋게 내놓고 있다. 안개가 피어나서 감기면 두둥실 떠있는 구름꽃송이로 보일 때도 있다. 까무잡잡한 바위가 아니다. 미끈한 화강암이다. 멀쑥해서 기품 있는 자태다. 그러니 눈길을 오래 꽂지 않을 수 없다. 울산바위 가까이 강원도세계잼버리장 곁의 콘도나 리조트에 묵을 때 마다 욕심을 부려본다. “저 바위벽을 타고 올라가면, 얼마나 스릴이 있을까!” 암벽루트는 무려 30개나 된다. 루트를 모두 그려보면, 마치 거미줄을 친 것 같다. 사선크랙, 요반길, 박쥐길, 번개길, 문리대길, 은벽길, 비너스길, 붉은 벽길 등 재미있는 이름들이다. 17,18,19번 루트가 가장 아슬아슬 스릴이 있을 것 같다. 퀵도르, 프렌드를 갖추어 봐? 이 바위산은 속초시 설악동과 고성군 토성면의 경계선상에 있다. 해발 873m, 길이 2.8km에 둘레가 4km나 된다. 6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얼싸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독바위로는 제1크고 아름답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양양부 북쪽 63리, 쌍성호(지금의 청초호) 서쪽에 있는 큰 령 동쪽가닥이다. 기이한 봉우리가 꾸불꾸불하여 마치 울타리를 설치한 것과 같으므로 울산이라 이름 하였다. 항간에는 울산(蔚山)이라고도 한다.’ 조선지도에는 천후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바위가 많은 산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하늘이 울고 있는 것에 비유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지금도 바위 밑으로 맑게 흐르는 물은 그 때 울산바위가 흘린 눈물 탓이라고 한다. 한편 우산같이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경상남도 울산의 지명을 땄다는 전설을 살펴보자. 옛날 옛적에 하느님이 금강산의 경관을 빼어나게 빚으려고 한반도에서 잘생긴 바위는 모두 금강산에 모이라고 했다. 울산에 있던 큰 바위도 그 말을 듣고 먼 길을 나섰다. 워낙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워서 늘보가 되다보니 설악산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금강산은 모두 빚어지고 말았다. 고향으로 돌아 가 볼 낯도 없어지자 그만 설악산에 눌러 앉고 말았다. 한편 설악산 유람에 나섰던 울산고을 원님이 울산바위에 얽힌 얘기를 듣고, 신흥사 주지에게 불호령을 내렸다. “여봐라, 신흥사 주지는 듣거라. 저 울산바위는 울산 것이 틀림없거늘, 네 어찌하여 세 한 푼 안내고서 기기묘묘한 저 바위를 미끼로 이리도 많은 신도들을 끌어들인다는 말이냐? 올가을부터는 해마다 어김없이 바위세를 바쳐야 하느니라.” 어느 눈앞이라고 거절하겠는가? 그 후부터 울며 격자 먹기로 해마다 많은 세를 바쳤다. 절의 살림살이가 점점 어려워져갔다. 드디어 주지스님이 때를 끊기까지 되었다. 이를 안타까이 여긴 동자승이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드디어 세를 받으러 온 울산원님 앞으로 나가서 또릿또릿 아뢨다. “우리 신흥사는 저 울산바위가 필요 없습니다. 저 바위 때문에 곡식도 심지를 못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세를 못 내겠으니, 바위를 당장 가져가십시오.” 원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다. 내가 저 바위를 가져갈 터이니, 재로 만든 새끼로 바위를 묶어 놔라. 그러면 한 달 뒤에 내가 가져가마.” 주지스님은 또 큰 고민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동자승은 미소를 지으면서, 걱정하지 말라면서 안심시켰다. 동자승은 마을장정들에게 부탁했다. 속초 풀로 새끼를 꼬아서 바닷물에 푸욱 적셔서 울산바위둘레를 감싸달라고. 그 다음, 새끼에 불을 붙이자 겉만 끄슬려서 재같이 보였다. 소금물에 절여졌기 때문이다. 한 달 후에 돈을 받으러 온 울산원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울산바위가 재로 보이는 새끼로 칭칭 감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말 않고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이때부터 이 지방을 ‘묶을 속(束)’자와 ‘풀초(草)’자를 따서 속초라고 부르게 되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신화1길 1~5에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 신화마을의 벽화에 써진 울산지방 말씨 그대로의 시 한 수를 옮겨본다.
울산바위 백 무 산 옛날 옛날 옛적에요 금강산에서요 일만 이천 봉을 만든다꼬 전국에 잘 생긴 바위를 보고 다 오라 켔거든요 울산에선요 큰바위 하나가 뽑히가 금강산에 갔다 아입니까 근데 길이 너무 멀어가꼬 좀 늦어뿟거든요 설악산 쯤 가는데 고마 일만 이천 봉이 다 채워졌뿟다 카지 뭡니까. 그레가 우짤낀교 거 까지 갔는데 우짤 수 업시 고마 설악산에 남아가 울산바위가 됐뿟다 아입니까
그런데 그 바위가 본래 어디 있었노 카먼요 요 고개 넘어 야음동 지나가 선암동 안 있능교 그 커다-란 저수지 하나 있지요? 그기 선암저수지라 카는데요 그기 바로 그 바위가 뽑히가 생긴 자리다 아잉교
근데요 사람들은요. 그가 무슨 구신 씨나락 까 묵는 소리고 카고요. 그 무거분기 무슨 수로 설악산까지 갈 수 있노 그기 말이가 주무까리이가 카고요 몬 믿겠다 캐샀는데요 그기 다 모루고 카는 소린 기라요. 모르지요? 내가 갈케주까요? 전설은요 힘이 무지무지 세거든요! -‘꿈 많은 원양의 기록공방’에서 옮김
이제 부터는 울산바위를 휘돌아, 속초 땅 외설악에 들어선다. 설악동소공원을 지나서 1,664년에 세운 극락보전, 1,400살이 넘는 범종, 청동통일대불을 모신 신흥사를 거친다. 조계종 승려수행도량 내원암, 두세 사람이 밀면 흔들리는 흔들바위, ‘신통 제1 나한석굴’ 계조암을 살펴보고 전망대로 향한다. 바위 높이는 자그마치 200여m나 된다. 처음 왔을 때는 공포의 808개 철 계단이었다. 이제는 난간 양쪽이 쇠줄로 엮어진 안전한 철 계단길이다. 오르막길은 780m, 깊고 밭은 숨쉬기가 절로 된다. 3.8km를 2시간이 넘어서야 멧부리에 다다랐다. 사방천지가 확 트였다. 시원한 바람이 얼른 휘감기며 이마와 등줄기의 땀을 식혀준다. 깨끗한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인다. “야아, 누가 참 잘 했구나!” 기이한 바위들이 삐쭉삐쭉 몽골몽골 솟아올라 서로 부둥켜안고 갖가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듬직한 가장이 자애로운 부인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녀들을 어르는 모습이 포근하다. 새 바위, 코주부바위, 코납작이바위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스님들이 장삼차림에 염불하거나 탁발하는 광경도 여기 저기 보인다. 남녘을 바라보니, 마등령, 나한봉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청봉 중천봉, 천불동계곡, 화채능선이 저마다 뛰어난 차림새로 으스댄다. “나, 여기 있소!” 돌아 서니, 코 밑으로는 학사평저수지와 리조트, 콘도들이 푸른 숲과 어울려 정겹다. 1,000년 고찰 화암사 뒤로 금강산 제1봉 신선봉(1,212m)과 설경이 빼어나다는 마산봉(1,052m)이 키 재기하고 있다. 멀리 짙푸른 숲 둘레 16km의 자연호수 화진포가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거기에 이승만 대통령, 이기붕 부통령, 김일성 별장이 숨어있다. 자연사박물관, 해양박물관, 생태박물관도 포근하게 안겨 있다. 청둥오리, 기러기, 고니가 날아드는 송지호와 송지호철새관망타워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봐 달란다. 아주 쾌청할 때는 금강산의 해금강도 보인다고 했지…. 7호선 국도 곁에는 거울 속 정자인 천학정과 우암 송시열 좌상, 이승만 초대 대통령 친필을 볼 수 있는 청간정이 소나무 숲에 가려져있다. 옆으로는 동해의 수평선이 하늘 금을 그으며 파랗게 둘러쳐져 있다. 마치 두터운 푸른색 넓은 광목을 펼쳐 놓은 듯하다. 통일전망대 쪽에서부터 장장 67km의 기암괴석 해안 길 해변을 차근차근 꼽아 본다. 최북단의 명파해변으로 부터 마차진, 대진, 화진포, 거진, 반암, 가진, 송지호, 봉수대, 삼포, 자작도, 백도, 문암, 교암, 아야진, 봉포해변들이 눈에 삼삼하다. 깨끗한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 싱싱한 해산물, 훈훈한 인심으로 여름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으리라. 자연산 물 회, 명태지리국, 도치두루치기, 토종흑돼지, 털게 찜, 고성막국수, 추어탕, 도루묵찌개 등 고성8미가 입맛을 한껏 돋우니 나그네들 입이 절로 벌어지겠지. 안되겠다, 어서 내려가자. 가진항으로 달려가자. 커다란 스텐대접에 듬뿍 담은 가자미 물 회에다 싱싱한 미역무침으로 소주 한 병 뚝딱해치워야지. 벗들아, 고성해변들이 기다린다, 싱싱한 횟감이 펄펄뛴다. 어서 달려오지 않으련? ^*^ |
첫댓글 선생님만 쓸 수 있는 울산 말씨 재미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풀어 가는 대상과 자료가 무척이나 넉넉하십니다.
다정다감한 가까운 이야기에서 부터 앞날을 향한 우려섞인 날카로운 혜안.
아름다운 우리말로 나타나는
모든것은 아우르는 따스한 마음!
과찬,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