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은 죄가 없다/ 강임구
공원 모퉁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운동기구 아저씨
새벽부터 바쁘다.
새벽잠 없는 어르신
앞뒤로 띄워주기, 옆으로 흔들기 주기, 허리 돌려 주기
내가 아니면 누가 돌보랴
오늘도 건강한 하루, 행복한 하루
시니어 돌아가고 숨 돌리는 순간
아침 일과 끝낸 아주머니 하나 둘 나타나면
아저씨들 신났다.
해가 중천을 지나고 잠깐 쉬려는 순간
직장 일꾼들 식사하고 몰려온다
고생한 사람들 어쩌랴 내가 풀어 드려야지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오고 가는 길 손
재미 삼아 한 번씩 만지고 지나간다
자주 오기를 바라지만 다시 올 겻 같지 않다
피곤한 아저씨들 잠자리 살피는데
내팽개친 훌라후프에 눌려
가쁜 숨 몰아쉬는 이웃사촌 초록 맥문동
착한 밤 손님 한 분
훌라후프 거두어 담장에 세우면
맥문동 긴 숨을 몰아쉬고 별빛 아래 잠든다.241228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