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어느 와이너리에서나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있다. 매주마다 조심스럽게 새 술을 와인통에 채우는 일이다. 와인의 표면이 공기와 결합하게 되면 액체 표면에 박테리아들이 빠르게 번식해서 그랑크뤼일 지라도 몇 주만에 식초로 변해버려 하수구 도랑에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프랑스 쥐라 산맥의 서쪽 언덕에 약 2000헥타르도 안 되는 소규모 포도밭. 이 지역은 알자스와 부르고뉴 지방 사이에 있고 브장송의 남쪽에 위치한다. 주위에는 아르부아나 폴리니 등의 작은 도시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와인 통을 채우지 않는 것이 와인 제조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인 반면 이 지역에서는 와인 통을 채우지 않는 방법이 가장 전통적인 와인 제조법이다. 이렇게 해서 가장 희귀하고, 특별하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뱅죤이 만들어진다. 쥐라 지역은 천혜의 예외이다. 쥐라 지역에는 브루고뉴 품종인 샤르도네, 삐노누아와 함께 쥐라 지역에서만 재배되는 전통적인 품종인 화이트의 사바넹이나 레드의 뿔자르와 투르쏘 등이 있다. 뱅죤을 제외하고는 쥐라 지역의 품종들은 하나 혹은 블랜딩되어 아르부아, 아르부아-뿌삘랭, 꼬뜨뒤쥐라 그리고 레뚜알 등의 AOC로 탁월한 맛의 레드, 로제, 화이트 와인들을 만들어 내는데 레뚜알은 화이트만 생산하며 또한 질 좋은 저발보성 와인, 부드러운 와인, 주문에 의해서만 소량 생산되는 뱅드빠이으(vin de paille) 등이 있다.
뱅죤은 사바넹 품종에서만 생산된다. 생산량이 적은 이 품종은 헥타르당 30hl(헥토리터)의 뱅죤을 생산한다. 사바넹은 포도알이 작고 껍질이 두껍고 기후변화에 덜 민감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포도 수확기간이 비교적 늦은 편으로 10월말이나 11월초쯤, 포도가 무르익은 상태일 때 수확한다. 수확과 동시에 포도즙을 짜내고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를 거쳐, 이왕이면 이미 뱅죤을 담았던 오크통에 담는다. 곧 설명하겠지만 이후부터는 효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전 수확 때 사용된 통들은 이미 효모가 번식된 상태이다. 혹자는 포도주 제조자가 사망할 시 문제가 복잡해진다고 까지 말하는 데 그 이유는 포도원 상속자들이 뱅죤을 만드는 통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크통을 채울 때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빈 공간을 남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약 6년 동안 절대 통을 만져서는 안 된다.
쥐라 지역만이 받은 신비한 은총이랄까? 와인 표면에 특수한 효모 막이 형성되어 공기와 와인의 접촉을 막아주고 산화를 방지하여 훌륭한 와인이 식초로 변하는 불상사를 막아준다.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친 연금술을 통해 뱅죤에서만 또는 제조법이 비슷한 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과 향의 앙상블로 발전한다. 6, 7년 또는 더 길게 오크통에 있은 후 뱅죤을 ‘클라블랭’이라는 62cl 짜리 특수한 병에 담는다. 이는 뱅죤이 수년동안 와인 통에서 증발되는 부분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종의 꼬냑에서의 ‘천사들의 몫’과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특별한 뱅죤을 맛보기 위해서는 여전히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아마 초보자들은 약간 어리둥절할 것이다. 뱅죤은 입문이 필요한 와인으로 바에서 소비뇽 한 잔을 주문할 때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와인이 아니다. 뱅죤은 매우 드라이 한 와인으로 입에서는 약간 씁쓸하고 강한 맛이지만 나중에는 환상적인 호두, 삿갓버섯, 아몬드, 말린 과일들의 향이 나며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마츄어나 애호가들이나 마찬가지로 이 와인을 자녀들, 그 자녀들의 자녀들에게도 남길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뱅죤의 불멸의 맛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뱅죤 시음회가 있다. 1994년에 맛 본 1774년 산, 즉 220세나 되는 뱅죤이었다. 그 오랜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강렬한 맛과 독특한 향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뱅죤은 쥐라의 전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생산량이 적어서 매년 5000hl(헥토리터)만 나오며 그중 1500hl(헥토리터)는 가장 유명한 ‘샤또샬롱’ AOC인데 이 포도원은 쥐라 산맥 절벽에 걸쳐있는 50헥타르도 안되는 작은 포도원이다. 하지만 바로 이곳에서 뱅죤이 17세기 혹은 18세기경에 태어났다.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뱅죤 자체가 탄생마저도 너무나 신비롭기 때문이다. 이 50헥타르도 안되는 소규모 포도원은 프랑스 혁명이전까지 샤또샬롱의 베네딕틴 수도회의 소유였다. 당시 수도회에서는 포도를 늦게 수확했는데 가끔은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이후에도 수확했다. 그리고 와인이 판매되기 전에 와인통에 10년 이상 저장했다.
글·쟝 끌로드 라비(Jean-Claude Raby, 부르고뉴 지방 와인 석학/보르도 와인아카데미 교수)
첫댓글 우연히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오~좋은거였었구나....ㅡㅡ;;
헐~~ 어서 또 혼자 마셔뜨???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