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새다
‘지새다’는 ‘달이 지면서 밤이 새다’라는 뜻을 지닌 자동사이고, ‘지새우다’는 ‘고스란히 밤을 새우다’라는 뜻을 지닌 타동사이다.
‘지새우다’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와 같이 쓴다. 반면에 ‘지새다’는 ‘달이 지면서 밤이 새다’의 뜻이기 때문에, 밤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덧붙이면, ‘지새다’는 밤이 주체이고, ‘지새우다’는 사람이 주체이다.
그러므로 ‘결전의 기대감으로 지새는 밤’, ‘칠흑 같은 밤을 나 혼자 지새는 밤’, ‘온 밤을 자지 않고 지새는 열의’, ‘하룻밤을 온통 하얗게 지새면서’와 같은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지새다’를 ‘지새우다’란 말과 혼동하여 그런 표현을 한 것이다. 달이 지면서 밤이 새는 것이 지새는 것인데, 달도 없는 칠흑 같은 밤을 어떻게 혼자서 지샐 수 있겠는가?
가랑비
가늘게 오는 비를 나타내는 말은 여러 개가 있어서 표현의 효율성을 더해 준다. 그러나 그 정확한 차이를 알지 못하면 제대로 구분해서 쓸 수가 없다.
가난하게 살던 지난날의 이야기다. 밥 한 끼라도 벌어 볼까 하여 암사돈이 사위집엘 가게 되었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래서 암사돈이 하는 말이, “사돈, 있으라고 이슬비가 내리네요.”라고 하니, 수사돈이 “어디, 가라고 가랑비가 오는구먼요.” 하더란 이야기가 있다.
보통 가늘게 오는 비를 가랑비라고 하고, 한자어로는 세우細雨라 한다. 이슬비는 가랑비보다는 좀 더 가늘게 오는 비다. 그리고 는개는 이슬비보다 더 가늘게 오는 비다. 연기가 낀 것처럼 오는 비라 하여 연우煙雨라고도 한다. 안개비는 지방에서는 는개와 같은 비로 쓰이나 사전에는 가랑비와 같다고 적혀 있다. 보슬비는 바람이 없는 날 가늘고 성기게 조용히 내리는 가랑비고, 색시비는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비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지금 오는 비가 가랑비인지 이슬비인지 꼭 집어서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가라고 가랑비 있으라고 이슬비’란 말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엉덩이
엉덩이와 궁둥이를 같은 뜻으로 흔히 쓰고 있으나 두 말은 차이가 있다.
볼기는 궁둥이의 살이 두둑한 부분을 가리킨다. 볼기짝은 볼기의 낮춤말이다. 엉덩이는 그 볼기의 윗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둔부臀部라고도 한다.
궁둥이는 앉으면 바닥에 닿는 볼기의 아랫부분을 가리킨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엉덩이는 궁둥이가 포함된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자리를 잡고 앉다’란 의미로 ‘엉덩이를 붙이다’와 ‘궁둥이를 붙이다’를 관용으로 함께 쓰는 것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첫댓글 장박사! 우리다음카페에 주옥같은 글을 올려주신 성의에 감사드립니다!! 황영희가
황 교장, 졸고를 읽어 주어서 고맙네. 다음 주에 시간 보아 한번 만나세.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