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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래 가는 날이 아니었지만, 3월 1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금요일날 이동코스를 2일 앞당겨서 진행하였습니다.
하루씩 앞당겨서 진행하고자 하니, 목요일날 진행되는 코스도 헷갈려하시는 어르신들이 계셔서 해당 요일만 앞당겼습니다.
다행히 지난 화요일까지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서 미리 어르신들께 말씀드렸으며,
간담회에 말씀 못드린 마을에는 미리 전화하고 연락드려 일정 변경된 내용을 말씀드렸습니다.
간담회에서 주로 나온 피드백들을 참고해서
유통기한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더 긴 제품들로 차량에 물건을 채우고,
희망하신 물품들도 챙겨서 이동장터 시작하였습니다.
9시 20분,
"공병 언제 가주갈텨?"
매주마다 미뤄지는 공병수거, 내부 사정으로 인해 계속 미뤄지는 것이 죄송하기만 따름입니다. 어르신도 웃으면서 이해해주시지만, 한시빨리 공병을 수거해드리고 싶네요.
점빵의 공병수거는 마을에서 수거해온 공병을 내부 창고에 정리한 후, 광주로 갖고가서 다시 브랜드별로 나눠 공병을 반납합니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동이 많이 필요한 일이라 공병 수거에 큰 힘이 들어갑니다. 연초에는 간담회와 이사회 그리고 연간 계획 수립 등 다양한 일정들이 많이 있어 공병 수거 일정이 미뤄지는 점, 어르신들께 양해부탁드리고 왔습니다.
9시 40분,
"지난번 공병 차대기 한거 있지? 주변에 말하면 안되~~"
소주병을 195개나 주신 어르신. 소주병은 개당 100원씩 처리해드리고 있었습니다. 어르신은 생각보다 많은 양의 공병을 주셔서 더 큰돈이 되실줄 알고 계셨나봅니다.
"이거 밖에 안되? 어쩔수 없이. 애간장 하나랑 콩기름 하나 주쇼"
9시 50분,
"저짝으로도 오지? 가서 기다리고 있을께."
장동마을은 올라가는 길이 총 4군대라서 곳곳으로 모두 가야합니다. 어르신은 주실 공병까지 정리해서 함께 처리하려고 하셨습니다. 코다리 2개, 공병 40개, 4천원어치 할인받아가는 어르신.
10시,
지난번에 찾아뵜던 재각 위의 집을 한 번 더 방문했습니다. 어르신과 함께 계시는 요양보호사. 오늘은 어르신께서 사시고자 하는 물건들이 많으셨습니다. 말씀은 하기 어려워도 그 뉘앙스와 반응만으로도 바로 알아차리는 요양보호사님. 얼마나 오래된 관계인지 이해가 됩니다. 어르신은 수급비가 들어오실 때마다 많은 물건을 쟁여놓으려고 하신다고 합니다.
"아휴.. 화장지를 또 사요? 저기 있잔아요~~"
"어~~으~~으~"
행동과 반응으로 반응하는 어르신. 안방 상단에 멀쩡한 화장지 2통이 있음에도 추가로 더 사놓고 싶어하시는 어르신. 한창을 실랑이 하다가 결국 화장지 한통을 추가로 쟁여놓습니다. 요양보호사님은 노트 하나를 주시더니 판매 기록지를 작성해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의 돈으로 사는 일이다보니 혹여나 다른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기록을 해놓으신다고 합니다.
10시 15분,
2일정도 더 빨리 왔는데, 오늘은 술 4병을 사시는 어르신. 공휴일이 껴서 그렇다고 하는데... 원래 매주 2병씩만 사셨는데 긴가민가하며 2병을 더 드렸습니다. 이 어르신은 자녀분과 면사무소 함께 의논하여 절주하시기로 한 어르신이셨습니다. 그래서 술을 절제해서 구입을 하십니다. 4병 나간것을 따로 기록하고 나중에 연락오면 말씀드려야겠습니다.
10시 25분,
회관에 모두 모여 계시는 어르신. 지난주 보름행사 이후 뵈니 더 좋았습니다. 2주단위로 고기를 사시는 어르신께 다음주 고기를 갖다드리는 일정을 체크하던 찰나, 맞춤형생활복지사로 활동하시는 한 선생님께서 어르신이 영광군으로부터 지원받는 사업을 알려주십니다.
"이 카드는 농협하고 영광하고 협약해서 6개월동안 월 4만원씩 지원되는 건데, 농협에서밖에 못써요~" 하십니다.
그러시더니, 앞으로 고기는 이 카드로 사야겠어요~ 하셨습니다. 어르신도 괜찮으신지 여쭤봤는데, 별 말씀이 없으십니다. 의논되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결정을하고, 주변 어르신들까지도 함께 동조하시니 어르신의 의견이 들리기 어려웠습니다. 순식간에 어르신의 결정권이 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하고, 나중에 따로 말씀드려야겠다 싶습니다.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사업이 농협으로 와서 써야하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 이것이 얼마나 탁상행정에 가까운 일인지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농협까지 가지 못하는 분들을 고려하지 못한점, 그리고 지역 내 소상권의 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헤아리지 못한 정책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차라리 영광사랑상품권을 지급해서 영광 내 소비를 촉진하는 일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대형 마트와 협약하여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점이 아이러니 했네요.
10시 35분,
"막걸리 있어? 막걸리 한 박스 얼마?"
어르신들은 보통 막걸리를 2~3병 사시는데 한 박스를 사신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농약에 섞어서 쓰신다고 합니다. 병충해 약재로 어르신들은 종종 막걸리를 쓰곤 하십니다. 그래서 저희 점빵에서도 유통기한 지난 막걸리를 버리지 않고 필요하신분께 간혹 드리곤 합니다.
이따금 유기농을 하시는 어르신들의 병충해 관련 방법들을 여쭙다 보면, 치약을 쓰거나, 퐁퐁을 쓰거나, 막걸리 써서 병충해를 예방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한 농약을 쓰지 않는 선에서 작물을 관리하는 어르신들의 지혜를 보면 새삼 놀랄 때가 많습니다.
11시,
오랜만에 한 어르신 댁을 올라가봤습니다. 마당까지 들어갈 수 있는 집이라, 들어가보니 마침 어르신이 나오고 계셨습니다. 그간 잘 계셨는지 안부 확인하고 여쭙습니다. 두 어르신 내외가 모두 신체적으로 힘든점이 있으셔서 종종 들러보는 집입니다. 어르신께선 별일 없다 하시며 콩나물, 두부 함께 사십니다.
11시 10분,
오늘도 식사를 준비하고 계시는 회관, 회관에 총무님이 바뀌셨나봅니다.
"이제부터는 점빵에서 많이 사야지~!" 하시며, "두부 한 10모 먼저 사면 되나?" 하십니다.
지난번 간담회 이후 회관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매출을 도와주십니다. 회관에서 식사를 진행하는 것은 홀로 계신 어르신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혼자 식사하실 때는 반찬 하나 놓고 대충 해먹지만, 함께 식사할 땐 그래도 최소 3찬에 국과 밥은 함께 해서 드시니, 어르신들 하루 한끼 식사는 든든하게 드실 수 있으십니다.
그래서 방문할 때 맡게되는 밥 냄새는 다행이기도 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13시 30분,
언제나 회관에 앉아계시는 어르신들. 오늘은 무엇인가 안사려고 하셨지만 오늘도 하나 둘씩 사주시기 시작하십니다. 콩나물, 부탄가스, 두부 등.
부탄가스를 어르신들이 많이 쓰시는데, 허리가 굽다보니 싱크대에서 요리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버너로 조리하는 일이 많게 됩니다. 버너를 쓰게되면 가스를 조금씩 흡입할 수 밖에 없는데, 어르신들의 주방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르신들과 한참 이야기하다가 주간보호센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르신들께 몸이 건강할 때 와야한다고 하지만, 어르신들은 알면서도 그럴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런 마음이 어쩌면 어르신들은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본적이 없어서 그러신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자 어르신들은 한 평생 남자 어르신들의 식사와 집안 살림을 다 도맡아 하시며, 그러면서도 외부 농사까지 함께하니 몸이 남아나질 않습니다. 그런 어르신들께 '이제는 쉬셔도 되요~' 라고 드리는 말씀이 '어르신의 역할이 이젠 끝났다~' 라는 말씀으로 들리시진 않을까 싶습니다.
"내 몸이 아직까지는 움직이니깐, 움직일 수 있을 때 더 해야지 않겠는가?"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 그 말씀속에 본인도 힘들고 어려움을 알면서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내려놓게 된다는 심적 부담감이 큼을 느낍니다.
만약 나라면, 내 몸뚱이가 더 이상 무엇인가 할 수 없어서 쉬어야 한다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돌아보며 어르신들 손 꼭 잡아드리고 왔습니다.
돌아가는 길,
"이거 더 챙겨가~~ 아들놈이 주고 갔는데, 선생님 입 마를 떄마다 하나씩 먹어~" 하십니다.
제가 입이 자주 마르는걸 아시는 어르신, 그 덕분에 오늘도 입이 덜 마르고 다닙니다.
14시 10분,
잠시 머무르고 떠나려던 순간 저 멀리 집에서 며느님이 뛰어나오십니다. 한달 째 못뵀는데, 어쩐일인가 싶었더니 두딸이 모두 결혼했다고 합니다.
"속이 다 후련하네요~!" 하십니다. 이제는 아버님 더 잘 모시고 지내고 싶다는 어머님. 언젠간 어머님 두 딸이 손주데리고와서 점빵트럭에서 간식 사먹을 모습 상상해봅니다.
14시 20분,
면사무소 의뢰로 생필품을 전달할 집이 생겼습니다. 자주 들여다보는 집이었는데 그 집으로 생필품을 지원하게 되었네요. 소세지, 후추, 계란 등 요양보호사분께서 요청하신 물품 갖고 방문했습니다. 그간 자식을 한 번도 못뵀는데, 아들이 집에와서 어머님 병수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못보던 사이 발바닥도 다쳐있고, 어르신 건강상태가 조금 더 안좋아진 것 같아 걱정 되보이지만, 이제 더 자주 보게 될 수 있으니 바로바로 모니터링해서 말씀드려야겠다 싶습니다.
14시 30분,
"여~ 갖다 놨어?"
매주 우유사시던 어르신, 집에 안계셔서 이 곳에 와보니 역시나 였습니다. 기존 우유 양이 절반쯤 되었지만 미리 온 것이라 냉장고에 두고 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돈은 후참에 줄께~!"
14시 50분,
"스톱~!!!!!!!!!!"
효성으로 가던 길 어느 길에서 두 어머님이 부르십니다. 이번주는 살게 없다고 말씀하셨던 어머님셨습니다. 도로변에 차를 새우고 봬니, 그간 회관에서 못뵀던 젊은 어머님도 함께 오셨습니다. 요즘 두분이서 함께 운동하신다고 합니다.
"어쩌피 사야 할 것들인데 미리 사두면 좋지." 하시며 이것저것 다 사십니다.
"다른 우유는 없지? 나는 그 커피 삼각형 우유 먹는데~" 하시며 웃으십니다.
소비자의 욕구를 모두 맞출 순 없지만, 최대한 맞춰서 물품을 준비해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점빵이 되겠습니다.
15시 10분,
어제는 들어가는 길이 아스팔트 포장하느라 돌아갔는데, 오늘은 공사가 다 마무리 되었습니다. 곳곳에 도로를 새로 재건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회관에는 아무도 안계시다보니 조용히 있다가야겠다 싶었지만 한 두분씩 오시기 시작합니다. 이곳은 점빵차 소리에 나오시는 곳입니다. 한 어르신은 "울 집에서 커피 한 잔 타 먹고 가~" 하시는데, 회관서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3분이 계셔서, 커피 드리니 다른 어르신께는 안주시는 모습에,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당뇨'가 있다고 하셔서 안주십니다. 것도 모르고 커피를 3잔이나 타버렸으니, 제 컵에 한 잔 더 부어서 2잔 원샷했네요.
당뇨가 있다는 어르신께서는 지난번에도 눈 밑에 눈물이 자주 고이셨는데, 오늘도 고이셔서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백내장 수술하고 나서 그렇다고 하십니다. 신체적으로 노화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지켜보는 입장은 걱정이 많이 되네요.
15시 20분,
"공병 갖고가! 조용히 따라와바" 하시는 어르신.
무슨일인가 봤더니 이장님 댁에 수북히 쌓여있는 공병을 갖고가라고 하십니다. 이장님을 직접 뵙고 갖고가는 것이 아닌지라 찜찜했지만, 동네 어르신들 모두 나오셔서 괜찮다고, 갖고가라고 하십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나름 점빵을 생각해서 챙겨주신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조합원 복지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병수거이다보니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수거하라고 하시니, 갖고와서 이장님에게 전화드려 안내를 다시 해드려야겠다 싶습니다.
다른 어르신 중 한 분은 조합원 다시 재가입하겠다고 말씀해주십니다. 일전에 사건이 있어서 마을 내 대다수 어르신들이 탈퇴하셨었는데, 벌써 3명째 다시 돌아오십니다. 그래도 우리 하는일이 묘량면을 위한 일임을 공감해주신덕에 함께 참여해주시는 어르신들이 감사한 순간입니다.
15시 40분,
길가에 앉가 계시는 남성 어르신. 누군가 싶었더니 밑반찬 지원 드렸던 어르신이었습니다. 잘 계시는지 여쭤보니
"자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네~~ 항시 몸 조심하고 건강혀~" 하십니다.
올해 밑반찬 지원 사업이 시작되면 다시 자주 만나게 될 어르신. 그간 건강에 이상이 없으시길 바래봅니다.
15시 50분,
오늘은 회관에 한 분이 계십니다.
"자네, 두부 있는가?"
지난번에 두부를 사주신 어르신이었는데, 이번주도 사주십니다. 아마 매주마다 이제 두부 2모씩 사실려나 봅니다. 빠짐없이 들려야겠습니다.
내려가는길, 길가에서 기다리는 어르신.
"지난번엔 고마웠네. " 하시며 올리브유와 두부를 사주십니다. 그러시곤
"잔돈은 딸래미 간식 사줘~ 이쁘더만~" 하십니다.
어르신께 받은 돈은 한사코 거절드리며, 대신 어르신께서 밭에서 일구시는 작물들 나오면 그 때 조금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은 마당에서 당근, 배추,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자녀들에게 보내기 위해 기르고 계십니다. 올해도 그럴 예정이라 하셨습니다. 농사일은 작던 크던 손이 많이가는데, 이 일을 계속 하시는 어르신이 대단하시구나 싶습니다.
16시
받은 공병 정리합니다.
소주는 100원, 맥주는 130원.
박스에 잘 정리해서 광주 도소매마켓으로 갖고갑니다. 가서는 맥주는 브랜드별로 다시 재분리합니다. 이 과정에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공병 보관 장소가 점점 꽉차고 있습니다. 곧 비우러 가야하는데 날씨와 일정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어르신들 집에도 공병이 가득 차고 있습니다. 어서 비워서 어르신들 집에 공병 다 비워드려야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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