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세월의 지름길을 용케도 알아채고
그리로 만 걸어온 내 발자국
돌아보면 짧고도 먼 길이었던가
불현듯 깨닫는 진눈깨비 치는 나이
마음을 단단히 묶어 두어도
발이 먼저 가 닿았던 곳
젊은 날에 거닐던 추억의 바닷가
호젓이 산책하던 오솔길
희미한 백열등 빛 아래 찻집
불타던 가슴으로 설레던
지난날의 애틋한 흔적들이여
아 이렇게 아스라하게 남는 것을
혼곤한 첩첩 사연들을 헤치고
이제야 빛살 트는 여명 떠올리니
굽이 닳고 닳은 삶
언젠가 본듯한 그 신발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