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
최용현(수필가)
매년 크리스마스만 되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TV에서 방영해주는 영화가 있다. ‘벤허’(1959년)와 ‘십계’(1956년), 그리고 ‘나홀로 집에’(1990년)이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 영미권에서도 크리스마스 때마다 방영해주는 영화가 있다고 한다.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이다.
‘멋진 인생’(1946년)은 필립 반 도렌 스턴의 단편소설 ‘가장 위대한 선물’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드라마 영화로, 개봉 당시 영화평론가들은 좋은 점수를 주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TV에서 방영되기 시작하면서 마틴 스콜세지와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린치 등 유명한 감독들이 극찬을 하면서 영화사상 가장 극적으로 재평가되어 걸작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이 영화는 1997년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선정한 100대 영화에서 11위에 뽑혔다. 2004년에는 영국 BBC에서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한 영화중에서 최고의 영화를 뽑는 투표를 했는데, ‘쇼생크 탈출’(1994년)이 1위, ‘멋진 인생’이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2006년 AFI가 최고의 감동을 준 영화를 선정할 때는 1위로 뽑혔다.
미국 뉴욕 주의 베드포드 폴즈 마을, 조지 베일리(제임스 스튜어트 扮)는 어릴 때부터 선행을 베풀어왔는데, 12살 때는 얼어붙은 호수에 빠진 동생 해리를 구하다가 한쪽 청력을 잃는다. 성장해서는 세계여행을 꿈꾸었으나 그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운영하던 ‘베일리건축투자회사’의 대표가 되어 약간 어벙한 빌리 삼촌(토마스 미첼 扮)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모아둔 유럽여행비로 동생 해리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해리가 대학을 졸업하면 회사를 넘겨주려했으나 해리가 갑자기 결혼을 하고 처가의 일을 맡게 되면서 그마저도 무산된다. 조지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메리(도나 리드 扮)와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나다가 자금난 때문에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자 되돌아와 신혼여행자금으로 급한 불을 끈다.
조지는 아이들 넷을 낳아 키우고 살아가면서 마을주민들이 집을 짓거나 싼 월세를 얻을 수 있도록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포터라는 돈 많은 악질부동산업자가 마을사람들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임대하여 비싼 임대료를 받으려고 베일리의 회사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고 있다.
빌리 삼촌이 잔고를 맞추려고 회사자금을 모두 긁어모은 8,000달러를 신문지에 싸가지고 은행에 입금하러 갔다가 그 돈을 분실하게 되자, 예금자들이 갑자기 돈을 찾으려 몰려오면서 회사가 부도가 나고 대표인 조지는 형사고발을 당하게 된다. 그 돈은 은행에 온 포터가 우연히 입수하는데, 그는 시치미를 떼고 오히려 조지를 회유하려고 한다.
크리스마스이브,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이 크리스마스파티를 준비하는데, 절망에 빠진 조지는 아이들한테 짜증을 부리다가 집을 뛰쳐나가 차를 몰고 강으로 간다. 그의 아이들이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지만, 조지는 15,000달러짜리 생명보험 증서를 호주머니에 넣고 폭설이 쏟아지는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이때 하늘에 있는 천사들이 기도소리를 듣고, 아직 날개를 갖지 못한 클라렌스(헨리 트래버스 扮)를 내려 보내 조지를 구하게 한다. 클라렌스는 조지가 살아온 인생을 플래시백으로 보고 그가 베푼 선행들이 이웃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알려주고, 조지가 태어나지 않은 세상이 어떤지를 직접 겪어보게 한다. 조지는 친구들과 마을사람들, 심지어 어머니와 아내 메리마저 자신을 모르는데다 아이들마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절규하면서 다시 살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마을사람들은 조지가 처한 딱한 사정을 알게 되자, 모두 조지의 집으로 모여 십시일반으로 돈을 낸다. 조지는 그 돈으로 회사를 구하고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다. 이때 전장(戰場)에서 큰 공을 세워 훈장을 받은 해군장교인 동생 해리까지 도착하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찬송가를 부른다. 천사 클레런스가 보내온 ‘톰 소여의 모험’ 책 선물 속에 있는 메모를 보여주면서 영화가 끝난다.
‘조지! 친구가 있는 한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네. 날개 고맙네. 친애하는 클라렌스’
영화 ‘멋진 인생’은 아직 날개를 달지 못한 천사 클라렌스가 지상에 내려와 위기에 처한 조지의 수호천사가 되어 그를 구해주고 날개를 얻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때문인지 영화탄생 100주년이 된 1995년 바티칸교황청이 선정한 ‘좋은 영화 45편’에 이 영화도 포함되어있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이지만, 참전자들의 가족들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 하는 명제를 제시하고 있는데, 전후 이웃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미국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공동체 정신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이탈리아 시실리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와 95세(1991년)에 타계할 때까지 ‘어느 날 밤 생긴 일’(1934년)을 필두로 여러 명작들을 연출하여 아카데미 감독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는 존 포드, 윌리엄 와일러와 함께 1930~50년대 미국 영화사를 이끈 3대 명감독으로 추앙받고 있다.
‘멋진 인생’은 원래 흑백영화로 만들어졌지만, 영미권에서 크리스마스 때마다 방영하면서 젊은 층의 니즈(needs)에 따라 컬러판으로 변환하였다. 저작권 70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포털사이트의 동영상에서 언제든지 컬러판 ‘멋진 인생’을 볼 수 있다.
첫댓글 좋은 영화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