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곡관리법을 개정, 쌀 포장지에 쌀의 등급과 단백질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쌀 등급표시제’를 도입한다는 보도(본지 7월14일자 5면 보도)에 대한 현지 쌀 생산 농가와 RPC 관계자들의 반응은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을 하면서도 시행과정상의 적지 않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근진 RPC광주·전남협의회장(전남 강진농협 조합장)은 “단백질 함량을 표시하려면 시설이나 장비구입 비용이 늘어나는 등 다소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렇게 차별화를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가 힘들지 않느냐”며 “단백질 함량 표시는 벼 생산량 가운데 시중유통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고 품질 고급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여흥 충남 논산 연무농협 조합장은 “품질이 좋은 쌀과 그렇지 못한 쌀을 차별화하고 단백질 함량을 줄여 고품질 쌀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등급 및 단백질 함량 표시제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다만 단백질 함량의 경우 질소질 비료 시비량뿐만 아니라 토양, 품종, 지역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좀더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쌀 등급표시제에 대해 상당수 RPC 관계자들이 제도의 실효성과 비용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의 보완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남 해남의 한 RPC 관계자는 “단백질 함량이 농가마다 모두 다른데 현장에서 원료곡을 수매할 때마다 검사하려면 인력이나 장비 문제가 생기고 구분보관할 사일로가 없기 때문에 경영에 큰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 타당성이 낮은 만큼 제도도입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의 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관계자는 “수매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데 어떻게 모든 벼를 다 검사할 수 있겠냐”며 “또 등급별, 단백질 함량별로 벼를 별도 보관해야 하는데 한해 3만5,000t씩 대량으로 수매하는 우리 법인 같은 경우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등급표시제 정착을 위한 적지 않은 비용문제도 고민거리다.
경기 이천지역 RPC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는 단백질 함량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한대로, 이를 10개 지역농협이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샘플 한건을 검사하는데만 며칠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백질 함량 표시가 의무화되면 농협마다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를 각기 따로 갖출 수밖에 없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의 한 RPC 관계자 역시 “제도의 근본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민간RPC나 영세 정미소들이 과연 얼마나 단백질 분석기 같은 고가의 장비를 갖출 수 있느냐를 감안할 때 ‘지키지 못할 법은 범법자만 양산할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충분한 사전준비기간 및 장비 지원이 이뤄진 후 공공비축미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쌀의 경쟁력 강화라는 도입취지와 달리 오히려 우리 쌀의 품질표시의 하향평준화와 우리 쌀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남의 한 RPC 관계자는
“원료곡 수매나 보관·도정 등의 과정에서 의무표시사항 준수가 사실상 불가능해 ‘품종=혼합, 등급=미검사, 단백질함량=미검사’라는 식으로 표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곧 우리 쌀의 하햐평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의 한 통합RPC 관계자는 “쌀은 획일적인 공산품과 달리 재배농가, 토양, 품종 등에 따라 품질과 함량 등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쌀 한포대마다 전수검사해 측정치를 표기할 수 없는 상황해서 일부 샘플 결과가 실제와 다를 경우, 등급표시제 전체가 소비자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원지역의한 조합장은 “결국 등급별·단백질 함량별로 수매가격도 달리해야 제도 도입의 효과가 있을텐데 수매가격을 차등화하는 것에 대해 농업인들이 받아들이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면서 “게다가 시중에 유통되는 우리 쌀에 대해 표시된 등급과 실제 성분이 맞지 않는다고 음해성 고발을 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선택됨
옵션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