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아트다이닝 랑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청담동의 식당들이 대체로 자가용이 없으면 찾아가기가 무척 불편한데
이곳은 지하철 역과 바로 붙어있어서 접근성 면에서는 최고입니다.
청담역 1번출구로 나와 뒤로 돌면 바로 보입니다.
보이시죠? 주황색 건물 2층에 '랑' 간판이요.
점심시간이라 식당에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저희도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못 앉을 뻔했지 뭐예요.
예약석엔 모두 세팅이 되어 있었는데요.
흰 테이블보에 파란색 물컵이 인상적이에요.
친정엄마와의 데이트.
블로그를 하면서 저는 좋은 식당에 가게 될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저희 엄마는 아니시잖아요.
문득 엄마 생각이 나서,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 왔어요.
엄마는...
딸 덕분에 이런 데도 다 와본다고 들뜬 얼굴로 나오셨어요.
마음이 조금 짠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엄마는 함께 못온 동생이 안타깝다고
다음에는 동생을 데리고 가래요.
엄마 마음이 다 이런 가봐요.
저희가 먹은 건 코스요리 중에 수묵화 코스예요.
코스 요리는 산수화, 수묵화, 담채화, 채색화, 진채화로 나뉘는데요.
작명 센스 정말 Good~!이에요.
처음에 계절죽이 나옵니다.
이름이 계절죽인 걸 보면, 매번 바뀌는 듯해요.
이번엔 무슨 죽일까요?
한입씩 먹고는 재료가 무엇인지 맞춰보고자 했으나.
미천한 저의 입맛으로는 알 수가 없었어요.
여쭤보니, 연의 씨앗을 갈아서 만든 죽이래요.
오호~ 신기해요.
연의 씨앗이라니...
맛이 고소하고 달지 않고 담백해요.
다음은 '산뜻한 과실 소스와 오색 야채 샐러드'인데요.
이것도 참 독특해요.
일단 연근이 얇게 들어가 있고요.
위에 장식된 저 빨간 것이 뭔지 모르겠어요.
빨간 야채 아래에 투명의 것은, 도라지 정과인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흔히 먹는 샐러드에도 '랑'만의 독특함이 담겨 있어요.
드레싱도 정말 맛있어요.
그냥 과실소스라고 하기엔.... 뭔가 고소한 맛도 나고..
마치 들깨를 아주아주 곱게 갈아서 넣은 것처럼요.
하여간 시작부터 아주 좋습니다.ㅎㅎ
떡쌈 연어말이예요.
무쌈 같은 저 하얀 쌈이 떡이랍니다.
떡 안에 훈제 연어와 야채가 들어있어요.
훈제 연어도 맛있지만 떡쌈말이 위에 뿌려진 야채와 드레싱도 정말 맛있어요.
곧이어 참살이 쌈(웰빙 쌈).
낫또, 새싹, 마, 영양부추, 참치회 등 몸에 좋은 것들만 담겨있어요.
이것들을 한데 섞어서 바삭한 김에 싸먹습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지만,
몸에 좋은 음식은 입에도 달아요~^^
정말 마음에 들었던 음식이에요.
함께 나온 구절판.
모양이 정말 예술 아닙니까?
도자기 공방에서 만들어낸 작품 같아요.
아트센터 같은 데 가면 이런 모양의 시계가 꼭 있잖아요.
지금까지 나온 음식들도 그렇고 앞으로 나올 음식들도 그렇지만,
그릇과 세팅을 눈여겨보세요.
그릇이 모두다 작품이고 세팅도 예술이랍니다.
구절판에 재료들을 올려놓아도 색감이 정말 좋지요?
다음은 활어회무침이에요.
회 한 점도 그냥 나오지 않아요.
정말 다 작품 같아요.
회가 무척 신선하고 쫀득하고..고소했어요.
차가운 음식 뒤에 뜨거운 탕이 나오는데요.
이것도 계절별미탕이라고 되어 있으니 계속 바뀌는 듯해요.
오늘은 '들깨 버섯탕'이에요.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요.
수묵화전이 함께 나오는데.
왜 이름이 수묵화전인지 아시겠지요?
흰 접시를 화선지 삼아 음식이 그림이 되었어요.
저 꽃무늬도 녹차, 비트(?), 매실청으로 만든 것들이라,
전을 꼭 찍어먹으라고 하시더군요.
(분홍색이 비트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ㅠㅜ)
맥적구이입니다.
고기가 허여멀건해서, 양념이 제대로 된 건가 싶은데.
먹어보면 신기하게도 양념이 다 되어 있어요.
가운데 저 부추양파무침과 함께 먹으면 맛있는데.
부추양파무침도 새콤하니 맛있어요.
다만 양파가 좀 맵더라고요.
찹쌀꼬치불고기는 등장도 남다릅니다.
접시 위에 활활 타오르는 불.
곧 꺼지니까 걱정은 하지 마시구요~^^
다진 고기를 양념하여 구운 것인데요.
정말 먹음직스러워보이죠?
고기 씹히는 맛도 예술이고 양념도 딱! 좋습니다.
요거 먹으니까 종다리 생각이 나더군요.
종다리가 정말 좋아했을 음식인데..ㅎㅎ
저희 엄마도 이게 제일 맛있다고 하셨어요.
요리를 먹고 나면 식사로 정찬과 약탕밥이 나옵니다.
아.... 이게 또 예술이에요.
일단 반찬 나오는 것 좀 보세요.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강된장과 갖가지 나물, 김치예요.
뻘게를 갈아만들었다는 뻘게장도 있구요.
김치는 젓갈을 사용하지 않고
옛날방식 그대로 생멸치를 끓여 넣어 만드신답니다.
랑의 음식에는 조미료와 화학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데요.
그런데 젓갈에는 아무래도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니까 옛 방식을 고수하신다네요.
고집스러운 철학이 느껴져요.
그리고 저 약탕기는 무엇?
신기하게도 요 약탕기에 밥을 지으시는데요.
그러니까 돌솥밥의 돌솥 비슷한 개념인데.
직접 개발하셔서 특허까지 받으신 거랍니다.
밥도 20분이면 지을 수 있고,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있도록 맛있는 밥을 만들어주는 약탕기래요.
정말로 입안에서 밥알이 하나하나 느껴진답니다.
밥 짓는 물은 당귀와 가시오가피(?)를 우린 물을 사용하신다는데요...
어쩌죠... 당귀는 확실한데 가시오가피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위에 비트도 그렇고, 꼭 이렇게 하나씩 기억이 안 난다니까요.
포스트 처음 쓸 때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는데....ㅠㅜ
어쨌거나, 먹을 수록 몸에 좋은 음식이에요.
그리고 국은 매일 바뀌는데 이날은 얼갈이된장국이었어요.
좀 따뜻하게 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많이 식어있어서 아쉬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고봉은 이 강된장!!!!!
아니 어떻게 강된장이 짜지도 않고,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지.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안 짜요.
소고기와 감자, 양파 등등을 잔뜩 넣으셔서 정말 맛있어요.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답니다.
이 강된장은 포장 판매도 하신다는데, 하나 사 올걸 그랬나봐요.
어쩜 이렇게 맛있냐고, 어떻게 짜지도 않냐고 여쭤봤더니.
웃으시면서.... 만드는 분만이 가지고 있는 비법이시랍니다.ㅎㅎ
밥 먹고 남은 곳에 물 부어서 누룽지도 만들어주시구요.
이것만으로도 배터져 죽을 것 같은데 후식까지 나옵니다.
복분자주스와 매실 샤베트예요.
아이스크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샤베트라서 깔끔합니다.
매실 너무 달아서 잘 안 먹는데 여긴 달지도 않고요.
복분자 주스도 달지 않고 깔끔하니 좋았는데요....
지금은 겨울인데 이왕이면 따뜻한 차가 더 좋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후식으로 찬 음식만 먹으니 나와서도 계속 춥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집 음식은 모두 예술입니다.
그릇들도 예술인데, 그 그릇들은 모두 판매가 되니까
원하시는 분은 구입하실 수도 있어요.
저희 엄마는 요 다기 세트가 마음에 드신다고...
저는 저 밥짓는 약탕기가 마음에 들었지만.....
전기밥솥으로 밥하는 것도 귀찮아 하는 제가
저 약탕기에 밥을 지을 리 만무하죠..ㅎㅎ
그냥 먹고 싶으면 와서 사 먹을랍니다.
모든 음식이 그림 같은 곳.
눈으로 먹고 마음으로 먹는 식당, 푸드아트다이닝 랑이었습니다.
첫댓글 엄마들은 다 똑같으신가봐~~울엄마도 다기 세트에....ㅋㅋ 간만에 효도도 하고 좋았겠당~~*^^*
저런 식기에 나오는 음식들은 더 맛있어 보여요..
아이구`~ 아기자기 오밀조밀^^
여기서는 음식도 하나의 예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