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첫 시간,
정교 수업은 끝나고 보충 수업으로 이어지지만 우리의 열기는 여전하다.
허복례샘이 오랜만에 오셔서 큰 환영을 받는 가운데 11명이 모여서 수업을 시작했다. 가끔 오면 더 환영 받는 분위기는 뭐지.
지난 시간에 배운 주세붕과 박인로의 5륜가를 복습했다. 오륜은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인데 주세붕은 붕우유신대신 형제우애를, 박인로는 장유유서대신 형우제공(兄友弟恭)을 썼다. 5륜가라고 해서 5수로 생각하면 안된다. 주세붕은 서론을 포함 6수를 연시조로 썼고, 박인로는 4가지는 5수씩 쓰고 붕우유신은 2수를 썼는데 총론 3수를 포함하여 총 25수의 연지조를 썼다.
이어 형제자매의 우애를 읊은 시를 계속 공부했다.
먼저 시경(詩經)에 나와 있는 것을 보면
흙피리는 형이 불고
대피리는 아우가 불 듯
의좋은 게 당연하거니
참말 네 날 몰라주면
개 돼지 닭 피를 뽑아
맹세코 널 저주하리
훈지상화(壎篪相和)-형이 훈이라는 악기를 불면 동생이 지라는 악기를 불어 화답한다는 뜻으로 형제간의 화목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형제애가 중요함을 나타낸다.
시경의 시를 공부하면서 시경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서 겨울방학 동안 시경(번역한 것) 베껴 쓰기 숙제를 내셨다.
시경은 공자가 편집했다고 하는데, 그는 문학적 표현의 정형이라고 말했다.
많은 주제를 포괄하면서도 제재가 “즐겁되 음탕하지 않고 슬프되 상심하지 않기(樂而不淫, 哀而不傷)” 때문이다.
주나라 초기부터 춘추시대 중기까지의 305편의 시를 모았다. 크게 풍(風), 아(雅), 송(頌)으로 분류되며 모두 노래로 부를 수 있다.
풍은 미간에서 채집한 노래로 모두 +편이다. 여러 나라의 노래가 수집되어 있다고 하여 국풍(國風)이라고도 하는데 개국의 노래로 분류된다. 대부분이 서정시로 남녀 간의 사랑이 내용의 주류이다.
아는 소아(小雅) 74편과 대아(大雅) 31편으로 구성되며 궁중에서 쓰이던 작품이 대부분이다. 형식적 교훈적으로 서사적인 작품들도 있다.
송은 주송(周頌) 31편, 노송(魯頌) 4편 상송(商頌) 5편으로 구성되는데 신과 조상에게 제사지내는 악곡을 모은 것이다.
시경의 내용은 매우 광범위하며, 형식상으로는 4언(言)을 위주로 하며 부(賦), 비(比), 흥(興)의 표현방법을 채용하고 있다.
부는 자세한 묘사, 비는 비유, 흥은 사물을 빌려 전체 시를 끌어내는 방법이다. 이러한 수법은 후대 시인들에게 계승하여 몇 천 년 동안 전통적인 예술적 기교로 자리 잡았다.
다음은 현대시조 시인인 김상옥의 봉선화를 공부했다.
비 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 하시리
양지에 마주않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누나
봉선화는 한자식 표현, 봉숭아는 한글식 표현이다.
시집간 누나를 생각하는 남동생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조이다.
다음은 향가에 나오는 죽은 누이를 추모하는 노래를 공부했다.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보면
생사의 길은
여기에 이사매 머뭇거리고
나는 가내라고 말도
못 말하고 가나닐고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에 저기에 날아 떨어질 잎처럼
한 가지라 나고
가는 곳 모르고저
아야 미타찰이라 만나고 나
도 닦아 기다리고저
이 제망매가는 김완진 해석본으로 과거에는 양주동의 것을 많이 봤다.
제망매가는 찬기파랑가와 함께 비유를 사용한 우수한 작품이다.
이 향가에서 미타찰은 서방정토(극락세계)를 말한다.
향가는 4구체(민요형)-8구체(과도기형)-10구체(완성형)로 발전해 왔다.
완성형인 10구체 향가는 전반부, 후반부, 결론의 3단으로 구성된다.
지금 시대는 다들 바쁘게 사는 세상이다 보니 형제자매의 정은 자랄 때 뿐,
서로 생각할 겨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머리와 마음을 채웠으니 이제는 몸을 채울 차례, 오늘도 누님들이 많이 챙겨오셨다.
류숙자표 구운 계란, 이봄표 김밥, 김영주표 딸기와 사과, 김옥희표 귤, 박경자표 귤
겨울에 먹는 귀한 딸기의 감촉이 아직도 맴돈다. 늘 먹다가 남길 정도로 가득한 만찬이다.
이어 2교시에는 학생작품을 감상했다.
시를 낭송하고 류숙자샘과 홍긍표샘이 나와서 시작 배경을 말씀하셨다.
교수님께서 일부 수정해 주신 작품을 올린다.
늙은 느티나무
운지 류숙자
내가 택한 맏며느리의 길
잘 잘못 들춰 보는 날
화목이라는 말을 새기는 시어머니
넉넉한 느티나무 같은 여유에 서다
자녀들은 각각 한 집을 이루고
서기집문(瑞氣集門)을 바라며
상하가 아닌 지구상에 유숙하는
그저 조금 선배라는 개념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이름만 거창하다
늙은 느티나무 같은 우리부부
편안한 밥
잘 사주는 부모이다
더 고민할 거리가 있다면
제사에 합일점을 바랄 뿐
색다른 소리는 아직 없다
신어오던 구두
불편함을 바꾸듯이
일광욕 같은 세월의 변화이다.
피아골 단풍
홍긍표
피같이 붉은 단풍물결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순백의 사랑
산바람에 일렁이는
하얀 가지 위로 부서지는 아침 햇살
붉으면 희지나 말지
어찌 이리 찬란한가
단 한 번의 인연은
그리움의 고독인데
이승에 못다한 사랑은
피안(彼岸)에서의 약속이다
가으내 기다리던 이 순간에
눈시울 젖어드는
피아골 단풍
이어 바쁜 분은 가시고 합평회를 시작했다.
먼저 박경자 샘이 ‘시의 덕후가 되자’는 글을 써오셨다. 한 분야에 미쳐서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시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우리들에게 한 말씀 하시는 듯하다. 이어 류숙자샘의 ‘오늘의 무게’와 ‘장난끼 같은 궁금’, 이봄샘의 ‘시의 열기’와 ‘늘 그 자리’, 채기병의 ‘은행나무2’와 ‘은행나무3’, 심양섭샘의 ‘숨바꼭질하는 가을’이란 시를 읽고 소감을 나눴다.
오늘 점심은 심양섭샘이 사셨다. 심샘은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오신단다. 여비를 보태드리지는 않고 밥만 얻어먹었다.
다음주 12일은 최혜순샘 연구실에서 하기로 했다. 문정역 4번 출구에서 10시30분에 만나요.
첫댓글 시경의 부, 비, 흥 3대 전략은 절대 잊어버리지 말어야쥐~~
7일 아침 이스라엘에서.
서울보다 7시간 늦어요~~
발써 가셨군요. 시도 많이 써오세요.
이스라엘 가셨어요? 저도 성지순례 가야 하는데 맨날 간다 간다 하고 못갔네요..
영적 성숙으로 향하는 여행이 되시길....
심 선생님은 이스라엘에서도 카페에 들르셨군요.
흥,비,부 풍으로 성지순례시 많이 써서 돌아오세요.
채기병 회장님 복습 잘했습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고마워요 사진 홍금표 샘
열심히 사시는 심양섭 샘
행복한 여행이 되시고 시심 두둑히 챙겨오세요 건강히 다녀오시길 기도 할게요 샬롬
감사합니다.^^
풍.아. 송 비,부,흥
잘 익은 맛 언제 보나?
대바람에 반한 어감
알것 같은 아리송을 몇년을 보내도...
오늘도 숙련된 솜씨, 채샘의 흔적 반갑습니다.
우리반 남자 샘 수고가 많으십니다.
동료들 위한 매너.일등이지요.
심샘 여행 즐기시고 건강한 만남을....
감사합니다. 정곡을 찌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심양섭 선생님
은혜로운 성지순례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늘 수고하시는 채기병 선생님과 홍긍표 선생님,
그리고 수업시간마다 간식을 정성껏 준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보충 지도를 열심히 해 주시는 교수님 덕분입니다.
암기하여 답안 맞추어 점수에 연연하는 공부는 얼마나 피상적인지?!
교수님 강의 한번씩 듣고 나면 달콤한 깨달음에 젖어 행복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항상 되새겨 주시는 채선생님,
그 현장을 다시 데려다 주시는 홍선생님, 커피 챙겨주신 심선생님도 감사합니다~
성지순례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많은 이야기 들려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빨리 시험이 끝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귀국 후 19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