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을 대표하는 단어에 하나를 덧붙인다. 시간의 켜를 담고 있는 전통! 한옥의 멋이 살아있는 논산의 고택들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돈암서원,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있어 충청권의 유교문화를 한자리에서 향유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 돈암서원을 알아보면
우리나라의 서원 9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2019년)되었다.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경남 함양의 남계서원, 경북 경주의 옥산서원,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전남 장성의 필암서원, 대구 달성의 도동서원,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충남 논산의 돈암서원이다. 돈암서원이 가장 나중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설립연도에 따름이다.
돈암서원은 1634년(인조12)에 창건되어 유학자 김장생(1548~1631)을 주향으로 모신다. 김장생의 후학들이 스승을 추모하여 사우를 만든 후 제사를 지대다 사당 앞에 강당을 만들어 배움을 펼쳤고 돈암서원이라는 현판은 1660년(현종1)에 받아 사액서원으로서 지역민과 소통하고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서원은 본래 연산천 가까이 저지대에 있었다. 홍수 때마다 서원 뜰 앞까지 물이 들어차기에 1880년(고종17)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리 크진 않지만 솔숲을 지나면서 그 사이로 보이는 서원을 보며 기대감을 키운다. 돈암서원의 첫 문은 홍살문이다. 홍살문 옆에는 하마비가 있다. 홍살문을 지나면 서원 앞에 2층 누각 형태인 산앙루가 보인다. 서원 담벼락 안에 포함되지 않고 너른 공터에 홀로 서 있다.
입덕문을 지나 정면을 보면 유생들이 기거하던 왼쪽 정의재와 오른쪽 거경재, 일종의 기숙사 건물이 보이고 정면으로 양성당이 자리한다. 양성앞 앞에 돈암서원 원정비가 서있다. 비문에는 돈암서원을 세운 사연과, 사계 김장생과 그의 아들인 신독재 김집 부자의 학문과 업적이 적혀있다. 우암 송시열이 짓고 동춘당 송준길이 쓴 글씨이다.
응도당 너른 마루에 앉아 하늘을 본다
돈암서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곳은 유생들이 공부를 하던 응도당이다. 보물 제 1569호인 응도당은 강경 죽림서원을 창건했던 규례를 이어받아 건축하였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누마루식 건물로 맞배지붕에 겹치마가 독특하다. 마루 너머 기둥 사이로 야트막한 구릉이 보이고 오솔길이 나 있어 분위기를 더한다. 오솔길은 그리 길지 않으니 사뿐히 걸어보아도 좋다.
마루에 걸터앉아 흘러가는 구름과 전통 한옥 처마의 맞물림을 감상하며 이곳에서 학문에 매진하였을 선조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봄바람이 뺨을 스치듯 지나고 예학의 향기는 차분하게 이곳 응도당에 내려앉는다.
정회당과 책을 만드는 목판을 보관하는 장판각을 지나 양성당 뒤에 사당인 숭례사가 있다. 사당은 문을 잠가두었는데 사당이라는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숭례사 앞의 내삼문의 담벼락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꽃담처럼 고운 담에는 무늬처럼 보이는 문양이 박혀있는데 이는 예학정신을 보여주는 12개의 글자이다. 12개의 글자는 지부해함(地負海涵), 박문약례(博文約禮), 서일화풍(瑞日和風)으로 만물을 포용하고 지식을 넓히고 예의에 맞게 행동하라는 의미이다. 특히 서일화풍은 ‘좋은 날씨, 상서로운 구름, 부드러운 바람과 단비 즉,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웃는 얼굴로 대하라’는 의미로 봄날 돈암서원을 찾은 이에게 건네는 말같다.
돈암서원은 새벽산책에 만나길 추천한다. 돈암서원 바로 옆이 논산한옥마을(충남 논산시 연산면 임3길2)이다. 2022년 11월 21일 개관하여 전통 한옥의 고즈넉함과 내부시설의 현대적임이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서 숙박을 하면 고아하고 적요한 분위기의 돈암서원을 해가 뜨기 전 아침산책으로 만날 수 있다. 낮에는 서원 내 위치한 건물의 요모조모를 살피기 좋고 새벽녘에는 강학이 이루어지고 낮은 자세로 배움에 임하는 배움의 열의를 가지고 이곳에서 생활하였을 그들의 모습을 그리며 소요하듯 걷기 좋다.
***돈암서원
041-733-9978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임3길 26-14
입장료 : 무료(사전 예약을 통해 문화관광 해설을 들을 수 있음)
논산한옥마을(https://www.nshanok.kr)
논산의 고택들에서 만난 전통美
명재고택은 조선중기 양반가옥으로 장독대가 인상적이다. 산허리 안에 감싸이듯 자리한 고택은 오른쪽 구릉 위에는 느티나무 고목이 시간의 터널 문지기처럼 떡하니 버티고 있고 왼쪽에는 노성향교가 자리한다. 고택 앞에는 작은 정방형 연못이 있다. 사랑채는 축대 위에 올라 앉아 있고 그 너머에 안채가 있는데 현재 공사 중이다. 8월까지 공사가 진행될 거라고 하니 참고하도록 한다.
***명재고택
충남 논산시 노성명 노성산성길 50
종학당은 파평 윤씨 윤순거(1596~1668)가 자녀교육을 위해 만들었다. 윤씨 문중의 자제들과 처가의 아이들까지 이곳에서 합숙하며 교육을 행했다고 하는데 이곳 종학당을 통해 대과에 합격한 이가 42명, 무과 합격은 35명에 이른다. 파평 윤씨 일가를 탄탄히 하는데 큰 몫을 한 일종의 기숙학교다. 실제 종학당은 경사면에 세워져 있어 너른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아기자기한 조경이 눈길을 끈다.
계절마다 꽃들이 반기는데 3월에는 홍매화, 백매화, 산수유가 화사하다. 천원지방의 의미가 담겨있는 연못 위에 정수루가 의연하다. 왼쪽의 종학당 가장자리는 산수유가, 정수루 뒤편의 백록당 우측에는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3월 가볼만한 꽃 여행지이기도 하다.
***종학당
충남 논산시 노성면 종학길 39-6
논산에 충청 유교문화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있다. 유교문화를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놓은 공간이다.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1만 5천권 소장되어 있는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이 합쳐진 복합문화공간인 ‘솔비움'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공간은 절로 책 한 권을 들어 독서에 빠져들게 한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충남 논산시 노성면 종학길 10
041-980-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