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조선시 원고 5편 이란
1 낫
내 안에 낫이 있다
슴베 깊은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나를 아는 세상
내가 말 할 때마다
냉큼 고개 치켜들고 날고기 삼키듯
말의 여운이 다 하기도 전에
나를 후려치는
내 안에 낫이 있다
분노 좌절 압박 망발
모두 베어낼
애꿎은 잡초에게 화풀이 하는
그대로 두고 휘두를 줄 모르는
2. 어떤 황혼
산꼭대기 불붙었다
불 끄러 가자
불구덩이 속에서 휘달려온 나날들
얼음 속에 들었어도 녹여내던 열정
불도 얼음도 벗 되었다
시간이 더듬더듬 길을 내고
공간은 나를 쓰다듬어
가슴엔 서늘한 불
열도 없는데
밟아도 밟아도 꺼지지 않는
못마땅하고 미적지근한 불
머리 꼭대기 불붙었다
불 지르러 가자
3 버찌의 권력
봄꽃의 전성시대
4각 휘장 안으로
인간들이 꽃을 피우러 간다
솜사탕이 풀어져 아련하게 덩어리진 봄
누구의 시처럼 폭탄 터지듯 피어오르는 봄
봄꽃은 폭력
누구도 그 권위를 우러르지 않을 수 없어
하늘 우러러
살아있음이 황송한 봄
찰칵 소리에 바람이 춤을 춘다
홀라당 날아가는 봄의 원소들
이해할 수 없는 열매 남기다
이제 남은 것은 “퉤”
4 인생은 짧고
마트와 아트는 자매지간
마트가 배부르면 아트는 춤을 춘다
미술관의 전시회
ㅇㅇ마트의 세일행사
무진 늘어나는 물욕의 세포분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나는 어디로 갈까?
마트가 굶주려도
소더비 경매의 아트는 호기를 부린다
가치 있는 것들의 존재가
혼돈하는 지금
파트론의 가호 아래
천재성을 발휘하던 아트는
억만장자들의 금화창고에 누워
마트 백성을 슬프게 한다
그래도 아트와 마트는 자매지간이다
5 옛길
가슴 설레는 인제천리
조봇한 산꾼의 길 선질꾼의 길
동자꽃 꿩의다리 나리꽃 아래
보자기 펴고 둘러앉은 도시락 찬
누구도 부럽지 않은 힐링이다
나를 닮아 올망졸망한 돌덩이
물길을 걷고 걸어 이르게 된 계곡
발을 담그며 우세두세
신선을 찬양
다정스레 말 건네는 우리 이웃
술 한 모금 꼴딱
종이컵은 계곡물에 후딱
“어머나, 그거 주우세요”
“저 친구가 주울거요”
바위틈에서 물 따라 도는 종이컵
내게서 너무 먼 종이컵
이웃사촌은 남남이고
옛길은 킬링의 길
카페 게시글
조선시 원고방
수고 많으시네요 이화란 원고 보냅니다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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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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