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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19 03:30 조선일보
중력(Gravity)
▲ /그래픽=유재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장편 영화 촬영에 성공했어요. 베테랑 우주비행사 안톤 시카플레로프와 여배우 율리아 페레실드, 영화감독 클림 시펜코를 태운 소유스 우주선이 지난 4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해 12일 동안 영화를 촬영하고 16일 지구로 귀환했어요. '도전(The Challenge)'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영화를 찍은 건 배우들에게 정말 큰 도전이었을 거예요.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에요. 공기처럼 늘 우리 주변에 있어서 평소에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중력의 영향을 받고 산답니다. 중력이 아래로 끌어내려 주는 덕분에 공중에 둥둥 떠다니지 않고 땅에서 생활할 수 있지요. 만약 우리가 받는 중력의 크기가 작거나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우주처럼 아예 중력이 없는 곳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중력 약해지면 키 크고, 강하면 땅딸막해져요
달의 중력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불과해요. 달에서 몸무게를 재면 지구에서 잰 것의 6분의 1이 됩니다. 달이 잡아당기는 힘이 줄어들다 보니 지구에서보다 훨씬 높이 공중 점프를 할 수 있어요. 또 아래에서 잡아당기는 중력의 힘이 약해지면 척추에 작용하는 힘도 약해져 키가 지구에서보다 커질 거예요. 대신 중력에 의한 압력이 없으니 뼛속 성분들의 밀도가 떨어져 뼈는 약해져요. 무중력 속에 몸이 붕 떠다니니까 활동량이 줄어서 근육도 줄어들고요.
또 우주에선 피가 온몸으로 퍼지면서 다리는 가늘어지고 얼굴은 퉁퉁 부어요. 이런 우주인들의 대표적 신체 변화를 '새 다리(bird legs)'와 '달 얼굴(moon face)'이라고 불러요. 또 중력이 작은 곳에 가면 위장의 활동성이 떨어져서 소화 장애에 시달릴 수도 있어요.
그럼 반대로 중력이 지구의 2배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큰 목성은 지구의 2.528배의 중력이 작용해요. 지구에서 체중이 100㎏인 사람이 목성에 가면 252㎏으로 늘어나게 되죠. 강하게 끌어당기는 중력에 눌려 키는 땅딸막해져요. 만약 목성보다 훨씬 더 큰 중력이 작용하는 곳이 있다면 사람이 땅에 껌처럼 들러붙다시피 해서 살아가야 할 거예요.
지구 중력에 맞춰 진화한 생물들
지구에 생물이 나타난 건 대략 35억년 전이에요. 생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지구 중력 환경에서 잘 살 수 있게 진화해 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 같은 거대 포유류는 중력을 견디기 위해 튼튼한 골격을 갖게 진화했어요. 조류는 중력에도 잘 날 수 있도록 뼈 안쪽이 비었어요.
인간도 마찬가지예요. 수백만 년 전 신생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몸 크기는 현대 인간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대요. 처음엔 중력의 힘을 강하게 받다가 여기에 적응하면서 점차 중력을 약하게 받는 쪽으로 진화해 키가 커진 것이래요.
우리가 지구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목성의 강한 중력이 지구로 날아오는 거대 운석들을 끌어당겨 준 덕분이라고 해요. 목성의 강한 중력에 이끌려 목성에 충돌하지 않았다면 그 대신 지구에 충돌했을지도 모르니까요.
우주에서 다치면?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다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러시아 영화 '도전'에는 여성 심장외과 의사가 무중력 상태에서 아픈 우주비행사를 수술하는 장면이 나온대요. 지구로 이송하기엔 상황이 시급해 우주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설정이죠. 그런데 우주에서 수술하는 게 가능할까요?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에선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체가 허공을 둥둥 떠다니게 돼요. 수술 도구도 둥둥 떠다닐 테니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 뿐 아니라 개복(開腹)하는 순간 혈액이 공중에 방울방울 떠다니고 장기 역시 날아다닐 거예요.
미국 등 선진국에선 우주에서 이런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어요. 피가 났을 때 지혈할 수 있는 '지혈제 폼(foam)'이 한 예죠. 2015년 미국과 캐나다 의료진은 제트기 내부를 우주 같은 무중력 상태로 만들고 비행하면서 인간 모형으로 수술하는 실험을 했어요. 의료진이 진짜 같은 혈액과 혈관을 갖춘 인간 모형의 환부를 절개하자 피가 분출했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팽창하는 폼으로 지혈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태양계 행성들의 중력은?]
중력은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 다른 행성에도 존재해요. 다른 행성에는 어느 정도의 중력이 작용하고 있을까요? 중력 크기는 보통 '중력 가속도'로 설명해요. 중력 가속도는 중력에 의해 운동하는 물체가 갖는 가속도로, 중력 가속도가 커지면 중력도 커져요. 지구에서의 중력 가속도는 9.8㎨인데, 위에서 물체를 떨어뜨렸을 때 1초에 낙하 속도가 초속 9.8m씩 빨라진다는 뜻이에요. 지구의 중력 가속도를 1G(gravity·중력)라고 할 때, 수성의 중력 가속도는 0.377G이에요. 금성의 중력 가속도는 0.904G로 지구와 비슷하죠. 화성의 중력 가속도는 수성과 거의 비슷한 0.376G이에요. 목성은 태양계 행성 중 질량이 가장 크기 때문에 중력 가속도도 2.528G로 크답니다. 목성의 이 거대한 중력 때문에 태양계에 돌아다니는 소행성들이 목성 근처에 많이 모여 있어요. 토성(1.065G)과 해왕성(1.14G)의 중력가속도도 지구보다 크고, 천왕성은 지구보다 약간 작은 0.886G입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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